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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가 되어 돌아온 소년

무사가 되어 돌아온 소년

그로빙고릴라

Last update: 2024-11-15

제1화 절벽 위의 소년

  • 먹구름 가득한 하늘에 때때로 천둥소리를 동반한 번개가 번쩍였다. 곧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
  • 강호성.
  • 신태한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빨리 좋은 영약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재기할 기회를 놓치고 말 거야.”
  • 신태한은 올해 16세로, 또래보다 더 건장하고 큰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체구와 아직 어린 티가 나는 그의 잘생긴 얼굴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깊고도 짙은 두 눈동자로 인해 또래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다.
  • 신태한은 이제 막 약초를 캐러 가려던 참이었다. 비록 신씨 가문 족장의 손자이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영맥이 없어 강력한 무사가 될 수 없었다.
  • 이에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몸을 열심히 단련해 왔었다. 틈만 나면 밖에 나가서 다양한 비밀 훈련을 했고, 심지어 호랑이 같은 짐승과 몸싸움을 한 적도 있었다.
  • 나이는 어리지만 몇 번이고 생사의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던 그는 마음가짐이나 의지가 또래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 “신태한 도련님 아니십니까? 곧 비가 쏟아질 텐데 훈련하러 가시는 겁니까?”
  • 한 늙은 집사가 다가와 말했다. 이렇듯 노력하는 신태한의 모습에 그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는 안타까움이 보다 더 많이 담겨 있었다.
  • 신태한은 매일 같이 열심히 단련해 왔다. 그렇게 올해로 여섯 해째였지만, 여태 범무의 경지 3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 반면에 비슷한 또래의 신씨 가문 자제 중 대부분은 이미 범무의 경지 4단계에 진입했고, 더 뛰어난 아이들은 5단계에 도달한 아이도 있었다.
  • 이 모든 것은 그에게 영맥이 흐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가문은 그를 중시하지 않았고, 현재의 그는 신씨 가문의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 비록 영맥은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신태한은 결코 낙담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열심히 단련했다. 적어도 노력하는 과정이 그에게 큰 보람을 느끼게 했다.
  • “민 집사님, 저는 약초를 캐러 가는 겁니다.”
  • 신태한은 늙은 집사의 등 뒤로 뛰어가서는 빙그레 웃으며 그의 변발을 가볍게 잡아당겼다.
  • “소용없을 겁니다. 도련님께서는 영맥이 없어서 아무리 노력하셔도 헛수고일 겁니다!”
  • 늙은 집사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신태한은 그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태한아,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을 때는 가지 마라!”
  • 이때,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신태한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 “아버지, 비 오는 날은 약초를 캐기 좋은 때입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피 터지게 싸우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 중년 남자의 이름은 신경호로, 바로 신태한의 아버지였다. 그는 일대에서 강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무사이자 신씨 가문의 다음 족장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도 했다.
  • 비록 아들에게 영맥이 없더라도, 그는 항상 신태한을 격려해 주었고, 때때로 그에게 소중한 단약을 주기도 했다. 다만 그것도 소용은 없었다.
  • “받거라.”
  • 신경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신태한에게 작은 상자를 하나 건넸다. 신태한은 상자를 받아 들었다.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그는 그 안에 단약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에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거면 보신용으로 민 집사님이 키우는 닭들을 훔쳐 먹지 않아도 되겠네요.”
  • 그의 말에 민 집사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목표가 되었을 줄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 그렇게 사라져 가는 신태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경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가 신씨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신씨 가문의 장로들이 단약과 같은 희귀하고 소중한 수련 자원에 대해서는 굉장히 엄격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몫을 아껴 신태한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그것도 별 효과는 없었다. 단약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다.
  • 아비가 된 자로서 그 또한 자식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신경호 역시 그저 최선을 다해 신태한을 위해 단약을 구해다 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 ……
  • 신마절벽, 그곳은 굉장히 황량한 곳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 절벽에 웃통을 드러내놓은 한 소년이 매달려 있었다.
  •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신태한은 이곳에서 절벽을 오르고 있었다. 이건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 신마절벽 아래는 끝을 알 수 없이 깊었고, 그곳에는 항상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검은 안개가 가득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 접근하기를 꺼렸다.
  • 하지만 신태한은 그런 곳에 약초를 캐러 온 것도 모자라 그 절벽에 매달린 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 누군가 이를 알았다면 분명 그를 죽으려고 환장한 미친놈이라며 비웃었을 것이다.
  • 이런 새들도 안 지나다니는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는 좋은 영약 같은 것이 없을 것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신태한은 어리석기는커녕 굉장히 똑똑했다. 그는 이 신마절벽이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특히 절벽 아래 죽음의 기운은 얼마나 오랫동안 존재했는지 누구도 모를 만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오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생명의 기운이 전혀 없는 곳에는 영약 같은 것은 없었다.
  • 그러나 신태한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극필반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이 절벽에 전설 속의 진귀한 영약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 “지옥의 영지”라는 영약은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무섭게 들리지만, 사실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고 뼈와 살을 돋아나게 하는 효능이 있는 영약으로, 일반적으로 옛 전장이나 묘지와 같은 죽음의 기운이 짙은 곳에서 자라는 기이한 약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