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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피의 계약

  • 매혹적인 여인은 신태한을 향해 요염한 눈빛을 던졌다. 그 농염한 모습에 신태한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
  • 그녀의 말 역시 그를 조금 놀라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살짝 의심이 들었다. 이 두 여인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은 그도 보아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부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는 것뿐이었다.
  • 그렇기에 자신이 그런 그녀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그는 의문이 들었다.
  • 차가운 여인이 순간 눈을 빛내더니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 “꼬맹이, 나는 너에게 지음 신맥을 한 줄기 주도록 하지! 동시에 내가 수련한 마공을 전수해 주겠다. 나의 마공도 결코 신공에 뒤지지 않아! 우리는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아.”
  • 신태한은 온몸이 떨렸다. 상급 영맥을 가진 자는 이미 천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맥 위에는 더 희귀한 현맥이 있었고, 현맥 위에는 천맥이, 그리고 천맥 위에는 전설 속의 신맥이 있었다. 신맥을 한 줄기 소유한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 “위에서 떨어지면서 머리라도 다치신 겁니까? 저를 놀리지 마십시오. 저는 여기서 두 분의 장난에 놀아줄 여유가 없습니다.”
  • 비록 조금 전에는 순간 놀랐지만, 그럼에도 신태한은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 “그것들이 있으면 강력한 무사가 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때가 되면 우리가 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네가 도와줘야 해.”
  • 매혹적인 여인이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 신태한은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 차가운 여인이 이어서 말했다.
  • “우리는 원수에 의해 이곳에 갇혀버렸다. 상처가 심해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그동안 수련해 온 경지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지. 하지만 이 아래에는 강력한 요괴들이 출몰한다. 그러니 우리는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해.”
  • 그녀들은 지금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부상이 심해 몸 안의 경맥, 뼈, 단전, 오장육부가 모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전부 망가져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이는 그녀들이 조금 전 원수와 벌인 엄청난 전투로 인한 것으로, 그때 땅이 흔들리며 신태한이 이곳으로 떨어진 것이기도 했다.
  • 신태한이라는 착한 소년의 등장은 그녀들에게 분명한 기회였다.
  • 이 아래에는 요괴들이 자주 출몰했고, 저항할 힘이 없는 그녀들은 결국 요괴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지금은 무조건 우리를 믿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매혹적인 여인이 진지하게 말했다.
  • 신태한은 이 두 여인이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 신맥을 넘겨줄 수 있다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게다가 마공과 신공까지 가지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믿는 수밖에 없었다.
  • 이에 신태한은 한숨을 쉬며 말을 내뱉었다.
  • “제 이름은 신태한입니다. 두 분 누님께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를 놀리시는 건 아니길 바랍니다.”
  • 그러자 차가운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 “백인아.”
  • 매혹적인 여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성지연.”
  • 이에 신태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름도 외모만큼이나 예쁘네요! 이제 전 뭘 하면 됩니까?”
  • 성지연이 답했다.
  • “우리는 너와 피의 계약을 맺을 거야. 양쪽 누구도 서로를 배신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 어쨌든 한동안은 서로 부대껴야 하니까! 신맥을 네 몸으로 옮기는 것도 간단해. 나와 언니는 모두 쌍신맥을 가지고 있어서 너한테 하나 주는 것쯤은 별것 아니거든.”
  • ‘쌍신맥이라니! 그것도 두 사람 모두!’
  • 신태한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도저히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 흥분되기도 했다. 이 대단한 두 여인과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남자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힘을 회복하려면 그에게 의지해야 했다.
  • 백인아가 차갑게 말했다.
  •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니 배신을 방지하기 위해 피의 계약을 맺는 것은 필수다.”
  • 이어서 성지연은 계약에 관해 간단히 설명해 준 뒤, 계약의 단계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 피의 계약은 간단했다. 먼저 세 사람의 피로 짐승 가죽 한 장을 적신 뒤, 그 위에 계약의 문양을 그린다.
  • 그런 다음 그 위에 계약의 내용을 적고, 세 사람이 피를 떨어뜨린다. 계약이 완성되면 영혼과 영혼 사이에 연결이 형성되고, 계약자는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 피의 계약이 완성되자, 신태한은 이 신비한 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제 두 여인의 말이 진실임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흥분이 일었다. 그는 앞으로 이 아름다운 두 여인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될 것임을 알았다.
  • 게다가 자신의 처지를 바꿀 수 있을 것임은 물론,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 그렇게 선녀 같은 외모의 두 여인과 신태한은 협약을 맺었다.
  • “누님들, 움직일 수 없는 이유가 몸 안의 뼈와 경맥이 심각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까?”
  • 신태한이 물었다. 그는 방금 지옥의 영지를 채집했었고, 이 영지는 뼈와 살을 돋게 하는 효능이 있었기에, 그런 종류의 부상에 큰 도움이 될 터였다.
  • 백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의 원수는 아주 강하다. 하지만 그자는 피의 계약 때문에 우리를 직접 죽이지는 못하지. 그래서 우리를 만신창이로 만든 다음 이곳에서 죽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한 거다.”
  • 신태한의 등장이 그녀들에게는 구원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들도 기꺼이 자신들은 여분이라 여기는 신맥을 신태한에게 주겠다고 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