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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약혼녀

  • 그 소녀는 바로 송씨 가문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여식인 송민주였다.
  • ‘저 아이가 내 약혼녀라니!’
  • 신태한은 마음속으로 흥분하며 외쳤다. 예전이었다면 신태한은 영맥이 없어서 마음이 적잖이 불편했을 것이다.
  • 하지만 이제 그는 음양 신맥을 지니고 있었다.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무도 세계의 정상에 오르는 것도 꿈은 아닐 터였다.
  • 송민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녀의 볼에 패인 사랑스러운 보조개와 얼굴에 피어난 매력적인 홍조에 신태한은 또다시 넋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그 모습에 신경호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신태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 “둘이 이야기 나누거라.”
  • 그러자 신태한은 쑥스러운 듯 웃고는 급히 서재를 뛰쳐나갔다.
  • 정원에 도착하자, 신태한은 말없이 송민주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는 재빨리 아버지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마치 어릴 적 몰래 짓궂은 장난을 치던 그때처럼 말이다.
  • 신태한은 가는 길 내내 많은 신씨 가문의 자제들의 부러움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를 자신의 별채로 데려갔다.
  • “민주야, 너 신씨 가문에 얼마나 머물 거야?”
  • 신태한은 싱긋 웃으며 송민주의 사랑스러운 보조개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송민주는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띠며 나직이 말을 내뱉었다.
  • “태한 오빠, 난 아버지와 함께 강호성을 지나는 길에 오빠를 보러 온 거야. 그래서 오래 머물지는 않을 거야.”
  • 어릴 적 송민주는 괴질에 걸려 강호성에 치료를 받으러 왔던 것이었다. 당시 송민주의 몸은 굉장히 허약했고, 몸집 또한 마르고 작았었다. 이에 신씨 가문과 송씨 가문에서 자주 괴롭힘을 당했었다.
  • 하지만 당시 신태한만은 그런 그녀를 무척이나 잘 챙겨주었고 항상 그녀와 함께 놀았었다.
  • 그 시절은 그녀에게 큰 기쁨이었다. 게다가 신태한은 그녀가 병마와 굳세게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항상 격려해 주었고, 귀한 단약도 몇 개 주었었다.
  • 이 모든 것을 송민주는 마음속에 깊이 새겨두고 있었고, 신태한에게 영맥이 없고 아무런 장래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신태한과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 신태한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도 송민주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릴 적 가문 사람들이 신태한에게 영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로, 그에게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 역시 송민주와 함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었다.
  • “태한 오빠, 사실 가문에서는 우리의 혼약을 파기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내가 싫다고 했어. 그랬더니 나더러 아버지와 함께 가서 오씨 가문의 그 천재 연단사를 만나보라고 하더라.”
  • 그 말에 신태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송씨 가문 사람들이 송민주더러 그 천재 연단사를 만나보라고 했다는 건 그들은 송민주를 그 연단사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심했다는 뜻이었다.
  • 송민주는 신태한의 표정이 바뀐 것을 보고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 “걱정 마. 난 죽어도 오씨 가문의 그 자식한테는 시집가지 않을 거야. 소문에 아주 나쁜 사람이래.”
  • 송민주는 겨우 열네, 열다섯 살이었지만 범무의 경지 6단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 남무국 전체를 통틀어도 확실히 천재 중의 천재로 손꼽혔다.
  • 그런데 오씨 가문에도 열여섯 살에 벌써 단약을 만들 수 있는 천재가 있어,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두 사람이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신태한은 꽤 침착했다. 그는 음양 신맥을 가지고 있었고, 정체불명의 대단한 두 여인이 그의 수련을 지도해 줄 것이다.
  • 그렇기에 그는 짧은 시간 안에 그 최연소 천재 연단사를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다.
  • 신태한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송민주의 예쁘고 단아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 “민주야, 오씨 가문에 가면 이미 약혼자가 있다고 말해.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도전하라고 해.”
  • 신태한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송민주 역시 기뻤다. 그녀는 까치발을 세워 신태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고개를 숙인 채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 “태한 오빠, 열심히 해야 해. 우리 가문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를 갈라놓으려 할까 봐 걱정돼.”
  • 말을 마친 송민주는 가볍게 날아올라 제비처럼 우아한 몸놀림으로 별채를 벗어났다.
  • 반면에 신태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송민주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던 순간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 신태한은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 “꼬맹이가 정말 많이 자라긴 했네.”
  • “꼬맹아, 네 약혼녀가 예뻐, 아니면 우리가 예뻐?”
  • 신태한의 머릿속에 갑자기 한 아리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지연의 목소리였다.
  • 이에 신태한은 마른기침을 몇 번 내뱉더니 웃으며 말했다.
  • “제 아내이기만 하다면 다 예쁘죠, 헤헤. 누님들도 물론 예쁘고요… 아참, 지연 누님, 빨리 저한테 신공과 연단 같은 것들을 가르쳐 주셔야겠습니다.”
  • “너 이 녀석, 그게 무슨 뜻이야?”
  • 성지연이 나긋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 “아무것도 아니에요…”
  • 신태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그런 그의 두 눈에 순간 이상한 빛이 스쳤다.
  • 송민주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신태한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더욱 열심히 수련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 그때, 신태한의 손가락에 있는 보이지 않는 반지가 갑자기 희미한 빛을 발하더니 백인아와 성지연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 그녀들은 모두 자주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더욱 고귀하고 단아해 보였다.
  • 신태한은 그것들이 반지 안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들일 것이라 짐작했다.
  • 한창 오후였던 터라, 태양 빛이 굉장히 뜨거웠지만, 두 절세미인은 이런 짜증 나는 뜨거운 태양 빛을 꽤 즐기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