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영단각
- 강호성에는 단약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딱 한 곳 있었다. 바로 영단각이라는 곳이었다.
- 그곳은 4층짜리 건물로, 크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은 모두 굉장히 비싼 것들이었다.
- 영단각의 뒤편에는 백여 마지기 크기의 장원이 있었는데, 이는 영약을 재배하기 위한 곳이었다.
- 영단각은 가문과 같은 형태의 세력은 아니지만, 그 힘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세력 내부에는 고수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단약을 위해 영단각에 주둔하고 있었다.
- 또한 내부의 연단사들은 엄청난 대우를 받고 있었다. 필경 단약은 희소한 만큼 무사들의 수련을 돕고, 실력을 향상하며, 신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었다.
- 신태한은 영단각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은은한 약 향이 단약을 고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 이곳에는 여러 개의 계산대가 있었는데 각각의 계산대마다 판매하는 단약이 달랐다. 어떤 곳은 영단만을, 또 어떤 곳은 영약만을 판매했다.
- 이곳에 오기 전 성지연은 신태한에게 가장 기초적인 단약부터 연습을 시작하라고 말했던 터라, 그는 우선 범급 하등의 “췌체단”을 만들어볼 생각이었다.
- 이 단약은 저렴하면서도 잘 팔리는 단약으로, 한 알에 약 칠백 대영금 정도의 가격이었는데, 범무의 경지 4단계 이하의 무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단약이었다.
- “손님, 단약은 저쪽에 있습니다. 이쪽은 영약만 취급하는 곳이에요.”
- 한 계산대에 있는 상냥한 여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곳 영단각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탓에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는 신태한은 꽤 눈에 띄었다. 하지만 영단각의 점원들은 꽤 친절했다. 신태한의 검소한 차림을 보고도 그들은 절대 무시하지 않았다.
- 영단각에는 자신의 힘을 숨긴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이 왔었고, 보통은 다들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췌체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영약 모종을 사려고 합니다. 혹시 그런 것도 팔고 계십니까?”
- 신태한은 계산대 쪽으로 다가가 그 아름다운 여인에게 물었다.
- 모종을 사러 오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었다. 영약을 재배할 능력이 있는 사람도 적은 데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보통은 이곳까지 모종을 사러 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그들 중 대부분은 큰 세력에 소속되어 약초원을 관리하거나 연단을 맡고 있다 보니 밖으로 나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 이에 그 여인은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물론 있습니다. 췌체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가격은 모두 동일합니다. 모종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요. 한 그루에 백 대영금입니다.”
- 췌체단에 필요한 약재는 “청령초”, “혈원의 꽃”, “현명의 꽃”, 그리고 “영엽초”였다.
- 신태한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 “각각 다섯 개씩 주십시오.”
- 각각 하나씩 사면 사백 대영금이니, 다섯 개씩 사면 이천 대영금이었다. 신경호가 준 삼천 대영금을 눈 깜빡할 사이에 절반 이상 써버린 것이다.
- 단약은 정말이지 평범한 사람들은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다.
- 여인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 강호성 안에서는 어느 가문의 도련님이 이토록 어린 나이에 단약술을 수련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그것도 약초 재배까지 할 줄 안다니 말이다.
- “잠시만 기다리세요.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 그럼에도 여인은 신태한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단각에서 장난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그 후과가 굉장히 엄중했었기 때문이었다.
- “오, 이게 누구야?”
- 그러던 그때, 화려한 흰옷을 입고 부채를 든 잘생긴 소년이 위층에서 내려오더니 경멸 어린 눈빛으로 신태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 영단각의 위층에서는 더 높은 등급의 단약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위층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영단각의 귀빈이었다.
- “너는 눈은 엉덩이에 달리고 똥구멍은 입에 달린 거냐?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입으로는 똥을 싸는구나.”
- 신태한은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말했다.
- 그 소년은 신지훈이었다. 그는 신태한과 동갑이었는데, 그 역시 자질이 뛰어난 사람으로, 어린 나이에 벌써 범무의 경지 4단계에 들어섰고, 곧 범무의 경지 5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 신태한의 말에 신지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 “신태한, 어릴 때 네가 대단했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너는 영맥이 없잖아. 지금은 내가 한 손으로도 널 이길 수 있어!”
- 신태한은 현재 범무의 경지 5단계였다. 범무의 경지 4단계인 사람은 아무리 강해 봤자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에 그는 그 말이 그저 우습기만 했다.
- “저게 신태한이라고? 신씨 가문 족장의 손자? 영맥 없이도 범무의 경지 3단계에 진입했다고 하던데, 보아하니 전부 단약으로 만든 힘인가 보네!”
- 신지훈의 뒤에 있던 예쁜 얼굴의 소녀가 하찮다는 듯한 눈빛으로 신태한을 훑어보았다. 신태한은 그 소녀를 알고 있었다. 그 소녀는 강호성 성주의 딸이었다.
- “유유상종이라더니, 성주의 딸이 이렇게 수준 낮은 사람일 줄은 몰랐네. 저런 녀석과 어울리다니 말이야.”
- 신태한은 헛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더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는 현재 절대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고, 오랫동안 온갖 비웃음과 조롱을 견뎌내며 실력을 얻기 위해 노력해 왔기에, 마음 또한 남을 이기려고만 드는 저 소년 소녀들보다 훨씬 성숙했다.
유료회차
결제 방식을 선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