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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결혼

과속 결혼

신가은

Last update: 2025-03-18

제1화 배신

  • 송윤아는 자신이 직접 이런 장면을 목격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그녀의 약혼자가 바람을 피울 줄이야?
  • 굳게 닫힌 방 안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데 겹친 두 개의 그림자가 격렬하고 눈이 부셨다. 방 안에서는 여자의 가냘픈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음… 민호 씨, 조금만 천천히… 정말 대단해요…”
  • 한 명은 그녀의 절친인 송서민이었고 다른 한 명은 그녀가 3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 유민호였다. 두 사람은 송윤아 몰래 한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 머릿속에서 이미 송윤아를 잊은 듯한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며 송윤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 그녀는 유민호와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 서울로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런 상상도 못한 깜짝 이벤트를 선물해 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 쿵.
  • 송윤아는 힘껏 문을 밀쳤다.
  • 그 소리에 술에 잔뜩 취한 두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송서민, 유민호. 너희들…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 그때, 유민호는 송서민을 밀친 다음 얇은 이불을 주워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송윤아를 바라보았다.
  • “네가 여긴 웬 일이야?”
  • 유민호의 표정에 송윤아는 입꼬리를 피식 치켜올렸다. 그녀의 두 눈은 어느새 붉게 달아올랐다.
  • 유민호는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그녀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 “윤아야, 우리 헤어져.”
  • 유민호는 송윤아를 마치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쓰레기 취급을 했다.
  • 그때, 송서민은 유민호의 셔츠를 입고 그에게 다가오더니 유민호의 팔짱을 끼며 마치 자신이 승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 “윤아야. 우리는 곧 약혼하기로 했어. 우리 약혼식에 꼭 참석해야 해.”
  • 그 말에 송윤아는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분노하며 유민호에게 따졌다.
  • “며칠 전까지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 다 거짓말이었어?”
  • “그건 너랑 잠자리를 가지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 것뿐이야. 넌 내가 정말 너랑 결혼할 줄 알았던 거야? 네가 우리 유씨 가문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 곧 죽을 것처럼 굴지 말고, 1억 줄 테니까 앞으로 나 귀찮게 하지 마.”
  • 유민호는 잔뜩 짜증을 내며 옆에 있는 수표에 금액을 적은 뒤 송윤아의 얼굴에 무자비하게 던져버렸다.
  • “이 수표나 가지고 저 멀리 떨어져버려. 이 돈은 너 혼자 쓰기엔 충분할 거야.”
  • 송윤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피식 웃기 시작했다.
  • 유민호는 송윤아를 그저 돈이 필요한 빈민으로 생각했었다. 수표 한 장을 주며 마치 거지를 내쫓듯 송윤아를 보내려고 하다니… 알고 보니 유민호의 눈에, 송윤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분노, 원망과 원한이 한데 섞인 복잡한 감정이 송윤아의 가슴을 휘저어 그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 “난 진작에 너한테 질려버렸어. 잠도 같이 자지 않고, 집안 형편도 좋지 않고 게다가 병 든 어머니까지 부양해야 하니… 너 같은 여자가 정말로 재벌집에 시집갈 수 있을 것 같아?”
  • 그 말에 송윤아는 수표를 갈기갈기 찢었다. 그러더니 발로 매섭게 밟은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 야심한 밤, 서울의 한 바.
  • 송윤아와 유설희는 술로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 한 장의 혼인관계증명서가 송윤아의 앞에 놓여져 있었다.
  • 유설희는 얼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 “윤아야,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해 줄게. 혼인관계증명서까지 완벽하게 위조했으니, 그 나쁜 놈을 완벽하게 속일 수 있을 거야.”
  • “네가 고용한 그 사람이 들킬 일은 없겠지?”
  • “그럴 리가? 내가 절친을 곤경에 빠뜨릴 사람으로 보여?”
  • 유설희는 가슴을 툭툭치며 말했다.
  • “이 사람은 우리 집 운전기사야. 아주 믿을만 해. 유민호가 너를 원하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고 했으니, 즉시 결혼해서 그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밖에.”
  • 유설희는 유민호와 송서민이 쓰레기 같은 일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염치없이 송윤아를 그들의 약혼식에 초대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그래서 그녀가 직접 송윤아에게 사람을 고용해 그녀의 남편 역할을 해줄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몸값이 20조가 넘는 유설희의 오빠로 가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유설희는 송윤아를 유민호의 약혼식에서 그의 숙모 신분으로 다시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
  • 유설희는 유민호의 손윗 사람이었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 않았었다.
  • 유씨 가문은 관계가 조금 복잡했는데 유민호는 유설희의 사촌 조카였다.
  • 두 집안은 원한 때문에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때문에 유민호는 한 번도 유보겸을 본 적이 없다고 들었었다.
  • 게다가 유설희는 그녀의 오빠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이라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절대 들킬 일이 없다고 했었다. 때문에 그녀는 안심하고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 약혼식에 오라고? 그래, 갈게. 게다가 아주 예쁘게 꾸미고.
  • 그렇게 밤은 점점 더 깊어져갔다. 유설희와 송윤아 앞에는 빈 술병이 여러 개 놓여 있었는데 두 사람은 술에 취해 얼굴이 새빨개진 채 인사불성이었다.
  • 그때, 그녀들의 머리 위에 있는 거대한 TV에서는 실시간 연예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 “보운그룹의 황태자 유보겸 씨의 비행기 스케줄이 유출되면서 현재 공항에는 취재진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유보겸 씨는 작년에 서울 보운그룹 지사의 대표직을 맡았었는데, 그를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아주 높았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영성을 자주 오가며 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운그룹을 이어받을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장도 유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그의 모습을 취재진이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지…”
  • 서울 공항 VIP룸.
  • 빼어난 미남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입체적이며, 콧대가 오똑하고 준수했다. 그는 온몸에서 차가움과 신중함을 뽐내고 있었다.
  • 잠시 후, 그의 비서인 방민이 그를 향해 걸어오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 외부 기자는 이미 처리했습니다. 지금 떠나셔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일이 하나 더 있는데…”
  • 그 말에 유보겸은 고개를 들고 방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 방민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 “조금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설희 아가씨께서 대표님을 대신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님은 지금… 기혼 상태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