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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가짜 유보겸

  • 유설희와 송윤아는 곤드레만드레 취한 채 함께 유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 송윤아는 유설희에게 이끌려 한 방으로 들어갔다.
  • “윤아야, 오늘 밤은 여기에서 자. 여긴… 우리 오빠… 방이야.”
  • 송윤아는 어떨결에 방으로 밀려 들어가고 말았다.
  • 어두컴컴한 방 안, 송윤아는 반쯤 실눈을 뜨고 더듬더듬 침대를 찾아 그대로 위에 쓰러져버렸다.
  • 30분 후, 방의 문이 열렸다.
  • 툭.
  •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방의 등을 켰다. 유보겸은 담담한 표정으로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와 입고 있던 양복을 벗어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그는 바로 넥타이를 풀고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물소리가 주룩주룩 들려왔다.
  • 침대 위에 누워있던 송윤아는 갑자기 몸을 뒤틀며 이불 속에서 빠져나오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화장실… 화장실 가고 싶어…”
  • 그렇게 한참을 몸부림친 후, 송윤아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비틀거리며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바로 욕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 욕실 안은 자욱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우람하고 큰 그림자가 세면대 옆에 서 있었다.
  • 차가운 물줄기가 남자의 훤칠한 몸에서 점점 흘러내렸고 섹시한 복근이 보일듯 말듯했다.
  • 눈앞의 열기가 걷히자, 송윤아는 자기 앞에 서 있는 훤칠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 그 모습에 송윤아는 깜짝 놀라 술이 다 깬듯 했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당황스러움에 송윤아는 잽싸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만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 그때, 송윤아는 다급히 손에 잡히는 대로 무엇인가를 덥석 잡았다.
  • 순간, 욕실에 두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졌다.
  • “악.”
  • 유보겸은 끙끙거렸다.
  • “꺅.”
  • 송윤아는 바닥에 넘어지는 바람에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 한편, 유보겸은 온몸이 경직되었다. 잘생긴 그의 얼굴은 점점 굳어져가고 있었다.
  • 그의 방에 갑자기 낯선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유보겸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
  •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불편함을 해소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송윤아를 노려보았다.
  • 그는 이를 아득바닥갈며 소리쳤다.
  • “저리 꺼져.”
  • 위에서 떨어진 물건이 송윤아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그녀는 작은 얼굴을 고통스럽게 찡그렸다.
  • “아, 너무 아파.”
  • 유보겸은 옆에 있던 샤워 타올을 재빨리 집어 허리에 두르고는 송윤아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 “일어나.”
  • 유보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송윤아는 머릿속이 한동안 흐릿해졌다.
  • ‘왜 이곳에 남자가 있는 거지?’
  • 송윤아는 고개를 들어 유보겸을 바라보았다.
  • 건장한 몸매에 샤워 타올로 중요 부위만 가린 남자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 복부의 인어선은 샤워타올 속까지 이어져 모델 뺨치는 완벽한 황금비율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코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 갑자기 나타난 낯선 나체남에 완벽한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송윤아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 “당… 당신은 누구예요? 왜…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 송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마치 어디선가 본 듯했다.
  • “여긴 내 방이야. 지금 왜 내가 내 방에 있는 건지를 물어보는 거야?”
  • 유보겸은 비웃음이 담긴 말투로 물었다.
  • 그때, 송윤아는 머릿속에 무언가가 문득 떠올랐다. 순간 그녀는 예전의 일도 생각이 났고, 이 사람이 누구인지도 생각났다.
  • 송윤아는 서울의 별장 벽화 제작 주문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었다.
  • 그런 다음 유민호를 깜짝 놀라게 해줄 목적으로 그를 찾아갔지만 송윤아는 자신의 절친과 한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유민호의 모습만 보게 된 것이다.
  • 그 모습에 송윤아는 유설희를 찾아가 술을 마시며 하소연을 했었다.
  • 그리고 유설희가 그녀에게 가짜 혼인관계증명서를 만들어 준거고…
  • 송윤아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이… 이… 이 사람은?’
  • “당신은 그 유씨 가문의 운전기사인 거예요? 가짜 유보겸?”
  • 송윤아는 그를 떠보듯이 물었다.
  • 그 말에 유보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순식간에 자기 앞에 있는 여자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 그녀는 바로 유설희가 유보겸 대신에 그의 신부로 맞이한 여자였다.
  • 유설희는 그를 대신해서 결혼했을 뿐만 아니라, 그 여자를 데리고 와서 그의 방에 밀어넣었다. 정말 간덩이가 부었군…
  • 송윤아는 유보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가 인정한 것인 줄 알았다.
  • ‘그래, 설희는 부자였지. 운전기사 방도 이렇게 으리으리하다니…’
  • 유보겸은 송윤아의 다리에서 아직도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상처나 처리하도록 해.”
  • 그제서야 송윤아는 뒤늦게 통증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자신의 허벅지에 생긴 깊은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송윤아는 자리에서 허둥지둥 일어섰다. 이따금 허벅지가 따끔거렸다. 순간, 그녀는 똑바로 서있지 못하고 옆으로 비틀거렸다.
  •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주변에 붙잡을 만한 물건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러자 유보겸의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장의 장벽까지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 순간, 조심하지 않아 그만 그 그림자를 흘끗 보게된 송윤아는 작은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재빠르게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눈을 마땅히 어디에 둬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 ‘망했어.’
  • 지금 이 순간, 송윤아는 아예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