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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당장 시아그룹을 떠나

  • 정여진은 송윤아의 가정 형편을 탐탁지 않게 여겼었다. 그녀가 유민호와 사귈 때, 유민호는 그녀를 데리고 정여진을 만난 적이 한번 있었다.
  • 식사를 할 때, 정여진은 내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식사 자리는 그렇게 즐겁지 않았었다.
  • 나중에 송윤아가 화장실을 가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뜻밖에도 그녀는 정여진이 유민호에게 자신과 서둘러 헤어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었다. 그러면서 그녀가 유민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었다.
  • 그때, 송윤아는 어리석게도 자기 어머니를 잘 달래서 꼭 결혼 승낙을 받겠다고 다짐했던 유민호를 보고 그가 책임감 있는 남자라는 생각에 큰 감동을 했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 그때, 송윤아를 발견한 정여진은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그녀는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 “송윤아, 우리 민호는 곧 서민이랑 약혼할 거야. 그런데 여기는 왜 또 쫓아온 거야?”
  • 정여진의 말을 들은 송윤아는 그녀가 유민호와 송서민이 아주 오래전부터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민호가 송윤아를 차버리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 “유민호를 쫓아온 게 아니에요.”
  • 송윤아가 말했다.
  • 그 쓰레기같은 남자가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하려고 하는데, 송윤아가 미련이 남을 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고집스럽게 그를 쫓아다닐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 “아니긴 뭐가 아니야?”
  • 정여진은 차갑게 한마디했다.
  • 그들이 영성에서 서울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송윤아도 바로 이곳으로 온 걸 보고, 그녀는 송윤아가 유민호에게 달라붙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 정여진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송윤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신랄하게 말했다.
  • “너처럼 가정 형편도 마땅하지 않고 병든 어머니를 돌보는 가난한 여자는 우리 민호와 어울리지 않아. 서민이야말로 내 마음속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며느리야.”
  • 그녀는 두 손으로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 “넌 그저 내 아들이 잠깐 가지고 논 여자일 뿐이야.”
  • 그 말에 송윤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아줌마 아들과 송서민은 같이 제대로 망하길 바랄게요. 불임에 아이도 생기지 않아 언젠가 가문이 멸망하기를 기도할게요.”
  • 송서민과 송윤아는 대학교 룸메이트였다. 송서민의 집안은 형편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정도일 뿐이었다.
  • 송윤아는 송서민이 정여진을 어떻게 설득했기에 정여진이 송서민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만약 송윤아가 정여진에게 그녀의 아버지가 송형원이라고 말했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하지만 그녀는 송형원과 연락을 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고 오랫동안 송씨 가문을 떠났기 때문에 송형원에게 전에도 의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의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 전에 송윤아는 자신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정여진이 자신이 유민호와 함께 있는 것을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보니 그녀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행히, 송윤아는 유민호에게 송형원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송윤아, 그게 무슨 소리야?”
  • 정여진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얼굴이 일그러지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 그때, 새하얀 손이 정여진의 어깨를 눌렀다. 이윽고 송서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어머님, 윤아는 원래 이런 성격이에요. 어머님께서 윤아랑 똑같이 굴면 안돼요.”
  • 송윤아에게 주문을 의뢰한 사람은 바로 송서민이었다. 그녀는 정여진이 송윤아를 무시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녀를 모욕하려고 부른 것이었다.
  •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생각한 대로였다.
  • 그 모습에 송서민은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 “맞아, 내가 지금 어떤 신분이라고 송윤아 같은 여자랑 똑같이 굴겠어?”
  • 정여진은 가볍게 흥얼거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송윤아, 지금 당장 시아그룹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을 부를 거야.”
  • 송윤아는 이제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 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한마디했다.
  • “정 여사님, 일주일 전에 저에게 벽화 제작을 의뢰하셨죠? 온라인으로 한 계약 상, 이미 지불한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합니다.”
  • 송윤아는 정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 “온라인으로 거래하시겠어요? 아니면 현금으로 주시겠어요?”
  • “너…”
  • 정여진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찼다.
  • 벽화의 가격은 싼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해 기분이 언짢은 것이 아니라 송윤아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에 불만이 가득했다.
  • “어머님, 다시 마땅한 사람을 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테니 주문을 취소하진 마세요.”
  • 송서민이 옆에서 말렸다.
  • 예전, 대학을 다닐 때 송서민은 오랫동안 송윤아를 질투했었다. 분명히 그녀들은 모두 똑같이 가난한 출신인데 송윤아는 그녀보다 아는 것도 많고 풍기는 분위기도 더욱 우아할 뿐만 아니라 송윤아를 좋아하는 남자도 그녀보다 더 많았었다.
  • 하지만 그녀에게서 유민호를 빼앗은 지금, 송서민은 마침내 자신이 송윤아를 이겼다고 속으로 은근 좋아했다.
  • 만약 송윤아에게 계속 벽화를 그리라고 한다면 그녀는 계속해서 그녀를 억압하고 모욕할 수 있지 않겠는가?
  • 그 말에 정여진은 큰 눈을 부라리며 명령을 내렸다.
  • “벽화를 열심히 그려야 할 거야. 그렇지 않는다면 배상금을 물게 할 거니까 각오해.”
  • “걱정하지 마세요. 전 기술이 워낙 좋아서 여사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 말을 마친 후, 송윤아는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그때, 길가에 주차된 롤스로이스 안.
  • 검은색 유리창 안에 앉아있는 남자는 눈썹을 찡그리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 그는 조금전 송윤아와 정여진이 다투는 것을 전부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