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조카의 전 애인
- 유보겸은 아침에 광속으로 결혼한 자신의 와이프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아그룹에서 그녀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녀가 유민호의 전 여자친구였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
- 한편, 조수석에 있던 방민은 차 안의 한껏 무거워진 분위기를 알아채고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 하지만 그는 애써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 “대표님, 저분이 바로 대표님의 사촌 형이신 유한결 님의 아내 정여진 씨 입니다. 그런데 정여진 씨가 어떻게 송윤아 씨와 함께 있는 거죠?”
- 그 말에 유보겸은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 “송윤아와 유민호 사이에 대해 알아봐.”
- 유보겸이 말했다.
- 유설희에 대한 믿음으로 송윤아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송윤아가 유설희와 비슷한 부잣집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런 놀랄만 한 이벤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조카의 전 여자친구…
- 비록 그는 유민호와 연락을 주고 받지는 않지만, 그가 시아그룹에 들어갔을 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들은 적이 있었다.
- 유민호는 항상 가십 뉴스가 많고 사생활이 매우 불결해서 많은 여자 스타와 모델들과 스캔들이 난 적이 있었다.
- 심지어 출장을 가기 전에 방민이 어떤 여자가 한껏 부풀어 오른 배로 유민호를 찾아왔었다고 한 일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 유민호는 그녀에게 돈을 조금 쥐어줬다고 했었다.
-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 유설희는 송윤아가 남자친구와 막 헤어졌다고 했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딱 맞아떨어졌다.
- ‘이건 나를 봉으로 여기는 건가?’
- 순식간에 유보겸의 안색은 차가워졌다.
- 그때, 방민은 두 사람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유보겸의 휴대폰으로 전송했다.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 바로 눈에 띄는 한 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유민호와 송윤아가 3년 동안 사귀었다는 내용이었다.
- 그녀의 전 남자친구는 아니나 다를까 유민호였다.
- 유보겸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 손을 뻗어 미간을 꼬집었다.
- ‘송윤아와 같은 신분이라면, 분명 할아버지의 강인함을 이길 기력이 없을 거야. 이 터무니없는 혼인 관계도 이렇게 끝나는 구나.’
- “대표님, 정여진 씨가 대표님을 여러 번 뵙고 싶다고 했는데 모셔올 까요?”
- 그때, 방민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 하지만 유보겸은 손을 휘저었다.
- “아니, 그냥 가자.”
- 조용하고 럭셔리한 롤스로이스는 누구의 눈길도 받지 않고 시아그룹의 지하주차장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정여진과 송서민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 “어머님, 오후에 피로연 세팅을 담당하는 분을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시겠어요?”
- 송서민이 웃으며 물었다.
- “응, 그래, 참고할 만한 의견이 있으면 말해줄게.”
- 그때, 정여진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불쑥 말을 이어갔다.
- “이제 우리 민호랑 약혼식을 올리는데, 언제 너희 부모님이랑 같이 정식으로 만나 밥이나 먹도록 하자.”
- 그녀의 말에 송서민은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평소와 같이 회복되었다.
- 정여진은 송윤아의 가정 형편을 탐탁치 않게 여겼었다. 그러니 마찬가지로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길 것이다.
- 그녀의 어머니는 영성의 송씨 가문에서 가정부로 일할 때, 송씨 가문의 일에 대해 많이 들었었다. 그녀 어머니의 말로는, 송씨 가문의 주인인 송형원에게는 큰 딸이 하나 있다고 했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어머니가 고용인으로 송씨 가문으로 들어갔을 때, 그 큰딸은 이미 가문을 나간 후였다. 송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져서 집을 나갔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도 그 딸을 본 적이 없었다.
- 현재 명문가에서는 그녀의 정보를 찾을 수도 없어서, 송서민은 머리를 써서 자신이 그 송형원의 큰 딸이라고 속였었다.
- 그 후, 일은 정말 일사천리로 잘 풀렸었다. 정여진은 예전의 성격을 고치고 송서민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뿐만 아니라 성공적으로 유민호와 약혼까지 했었다.
- 송서민의 시선은 아랫배에 꽂혔다.
- ‘이제 믿을 건 이 배 뿐이야.’
- 그녀는 정신을 다잡은 뒤,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 “어머님, 아버지께서는 최근 공익근무로 바쁘셔서 시간이 안 돼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만나기로 하죠.”
- 그 말에 정여진은 미간을 가볍게 찡그렸다.
- 하지만 송서민이 송씨 가문에서 찍은 사진, 송형원과 같이 찍은 사진 등을 보내줬기 때문에 정여진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최근 확실히 송형원이 공익근무에 나섰다는 뉴스가 전해졌었다.
-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해. 네 아버지가 바쁘신 일을 마무리 한 후에 다시 만남을 가지도록 하자. 급한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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