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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은위대 두목, 양기를 돋우는 약을 선물하다

  • “풍천도?”
  • 진무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머릿속에서 곧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가 떠올랐다. 풍천도는 은위대의 두목이다.
  • “은위대.”
  • 은위대는 역대 고성국 왕의 그림자였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왕의 안위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무력이 대단하고 암기사용에 뛰어났으며 못 하는 것이 거의 없었다. 내금위 같은 부서는 아주 특수한 단체였는데 왕의 명만 받들며 다른 일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았다. 몸 주인의 기억 속에서 이 단체는 사람이 아주 적었고 겨우 십여 명에서 스무 명 정도였다.
  • 2개월 전, 은위대는 몸 주인의 명을 받들고 풍천도와 함께 나갔다. 하지만 나간 목적이 왕의 합방을 위해 비결을 찾아오는 것과 양기를 돋우는 약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 여기까지 기억을 더듬은 진무열은 저도 몰래 투덜거렸다. 이렇게 강대하고 신비한 은위대를 옆에 두고 안전을 도모하지 않고 몸 주인은 그들이 나가서 양기를 돋우는 약을 찾아오도록 했으니 참 어이없었다.
  • “어서, 과인에게 데려오거라.”
  • 진무열은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서 손을 비비며 자신의 옆에 마침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은위대가 돌아왔으니 인젠 발 뻗고 잠을 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 “그럴 필요 없사옵니다. 전하, 이 늙은이가 이미 들어왔사옵니다.”
  • 목소리 하나가 청문각의 구석에서 들려오더니 어둠 속에서 삼베옷을 입은 늙은이가 나타났다. 그는 마른 체형에 백발이 성성했으며 어디가 대단한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 “이런!”
  • 진무열은 놀라 하마터면 용의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삼베옷을 입은 늙은이는 바로 풍천도였는데 등이 구부려 있었고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 “전하, 은위대의 행적은 기밀이옵니다. 그래서 이 늙은이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전하를 놀랜 것에 대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옵소서.”
  • 진무열은 마음이 조금 안정됐고 눈앞의 남루한 모습을 한 늙은이에게 친근함을 느꼈다. 기억 속에서 이 늙은이는 늘 궁에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이 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옆에서 충심을 다해왔었다. 몸 주인은 망나니 같은 사람이었음에도 풍천도를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래서 진무열도 그에게 친근함을 느끼고 손을 저으며 말했다.
  • “풍천도, 일어나게, 자네를 탓하지 않네.”
  • 풍천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담담히 시내관을 바라보았고 시내관은 알았다는 듯 조용히 물러서며 문을 닫았다. 이 후궁에선 대부분 사람이 풍천도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전하, 소신 어명을 받들고 이미 용양 단약을 찾아왔사옵니다. 전하의 합방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옵니다.”
  • 풍천도는 고대 서적 한 권과 자그마한 나무 상자에 담은 단약 하나를 꺼냈다. 진무열은 흥미가 느껴졌지만 마음속으로 의심이 들었다. 옛날 황제들은 이런 장생불로 단약을 먹고 죽은 사람이 수두룩했는데 이 조대의 의료수준이 이토록 높단 말인가?
  • 가까이 가보니 단약은 갈색이었고 일반 약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책엔 “어양정기”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보기에는 그래도 믿음이 가는 고대 서적으로 전문 내공을 수련하고 몸을 단련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듯했다. 그때 풍천도가 해석했다.
  • “전하, 전하께서 하루 반 시진 정도 좌선을 한다면 합방능력이 여러 단계 올라갈 것이고 왕실의 피를 이어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양정기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수련을 견지한다면 불로장수할 수 있사옵니다.”
  • 진무열은 눈썹을 찌푸렸다.
  • “그렇게 대단한가? 설마 과인을 속이는 건 아닌가?”
  • 풍천도는 살며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 “어찌 감히 전하를 속이겠사옵니까? 효과가 확실히 그러하옵니다.”
  •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전하, 수련하시겠사옵니까?”
  • 진무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좋은 일을 왜 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후궁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런 능력을 수련하지 않고서 어찌 버텨낸단 말인가? 몸 주인의 몸이 너무 약해 오늘 서숙의와 합방을 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렇게 가다간 몇 년이 더 지나면 몸이 다 할 것 같았다. 그때가 되면 예쁜 후궁들이 공허함에 눈물만 흘려야 할 것이다.
  • 풍천도의 눈빛이 자애롭게 변해 그에게 권고했다.
  • “전하, 정말 수련하시면 그 효과가 생각보다 더 좋을 것이라고 이 늙은이가 보장하옵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수련을 견지해야 하옵니다. 중간에서 포기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 “그렇게 하자꾸나!”
  • 진무열이 대답을 하고 나서 결의를 보이며 말했다.
  • “풍천도, 과인은 그대를 믿는다.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 지금이냐?”
  • 풍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진무열은 그의 뜻에 따라 용의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 “전하, 이 늙은이가 전하를 위해 혈 위 일곱 군데를 열어드려야 하지만 오늘은 잠시 하나만 열어두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런 뒤 책의 내용에 따라 반 시진 동안 좌선하시면 되옵니다.”
  • 진무열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도하려 했다. 그때 풍천도는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오른손을 들어 기운을 움직이더니 진무열의 등을 정확하게 눌렀다. 진무열은 온몸이 떨렸고 보이지 않는 기류가 미친 듯이 등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아프기도 했지만 또 조금 편한 그런, 말로 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 그는 깜짝 놀랐다. 설마 풍천도가 내공고수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풍천도는 청문각에서 나왔고 백발이 성성한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아주 힘들어 보였다.
  • 방금 그는 진무열의 건강을 위해 힘을 다 쏟았다. 진무열의 합방요구도 만족해야 하고 그가 건강한 옥체로 왕의 자리를 계속 지키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진무열의 혈 위를 억지로 연 것이었다. 이것은 무예를 연마하는 사람에겐 에너지 소모가 아주 컸다.
  • 하지만 전하께서 수련하시겠다고 하니 그를 보호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기뻤다.
  • 청문각 밖의 화원.
  • “초월아.”
  • 풍천도가 담담하게 부르자 여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귀신같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나 풍천도에게 절을 했다.
  • “풍천도님.”
  • “오늘 전하의 잠자리를 거들 사람이 누구더냐?”
  • 풍천도의 물음에 초월이 고개를 저었다.
  • “아직 정하지 않으셨사옵니다. 안귀인께서 와서 전하께서 오늘 밤 영롱전에 들릴 것을 요청했사옵니다. 어젯밤에는 전하께서 서숙의에게 은혜를 입혔고 오늘 이른 시간에도 은혜가 있을 예정이라 하옵니다. 전하께서 서숙의를 특별히 마음에 두는 듯하옵니다.”
  • 풍천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궁에 늘 한 사람만 은혜를 입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서숙의라는 귀인이 나타나 안귀인과 발걸음을 맞추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 “풍천도님, 전하께서 요즘 조금 이상...”
  • 초월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풍천도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나도 눈치챘다. 오늘 조정에서 있은 일도 들었다. 안씨 가문의 행동거지가 점점 지나치니 전하가 변한 것은 좋은 일이다. 서씨 가문을 중용하는 것도 아주 현명한 선택이니리라. 우리 같은 하인들은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전하의 마음을 함부로 추측해선 안 된다.”
  • 초월은 표정을 굳히며 대답했다.
  • “알겠사옵니다!”
  • “가서 서숙의를 모셔오거라. 조금 있다가 전하께서 목욕할 것이라 전하면 된다.”
  • 풍천도는 고개를 돌려 청문각을 힐끗 보았다.
  • “알겠사옵니다!”
  • 초월은 그림자가 되어 지붕 위로 날아오르더니 사라졌다. 그의 경공과 수단은 아주 대단했다.
  • 약 반 시진 뒤, 진무열은 좌선의 상태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그는 온몸에 에너지로 충만한 느낌이 들었고 정신이 신기할 만큼 아주 맑았다. 어양정기가 즉석효과를 본 것이다. 그는 오늘 서숙의와 밤새 밤을 보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체력이 따를 것 같았다. 이것은 확실히 그의 인지 범위를 초월할 만큼 대단했다. 후세의 내노라 하는 병원들도 아마 이 정도로 대단하진 않을 것이다.
  • “어라? 이건 뭐지?”
  • 그의 용포엔 검은색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는데 악취까지 풍겼다. 이것은 마치 모공에서 나온 것인 듯싶었다. 설마 어양정기를 통해 몸속에 있는 나쁜 물질을 배출한 것인가? 진무열은 악취를 참으며 중얼거렸다. 그때 청문각 밖에서 서숙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전하, 편전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사옵니다. 신첩이 전하의 목욕시중을 들도록 하겠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