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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요염한 안귀인

  • 진무열은 멍해졌다. 그는 용의에서 침을 꿀꺽 삼키고 안시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너무 아름다웠다. 몸주인이 이 여자에게 그토록 미쳐 조정을 황폐했던 게 다 이유가 있었다. 고대의 장희빈도 그녀만큼 매혹적이진 않을 것 같았다.
  •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이리 신첩을 보시는 것이옵니까? 신첩을 몰라보시는 것이옵니까?”
  • 안시향의 빨간 입술이 살짝 올라간 채 서서히 걸어왔다. 진무열은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만지고 싶었지만 그가 안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이 떠올랐고 온이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니 흥미가 확 가셔졌다. 그는 놀라움을 거두고 정상으로 회복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
  • “왜 몰라보겠소? 안귀인은 명문 출신으로서 재주가 뛰어났는데 과인이 어찌 몰라보겠소?”
  • 안시향의 미소가 굳어졌고 마음속으로 오늘 진무열이 어쩐지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가 감히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을 하고 있으니 서숙의의 마에 든 게 아닌가 싶었다. 왕의 불만을 들은 그녀는 표정이 바뀌더니 억울한 듯 눈물 몇 방울을 떨구었다. 그녀는 털썩 꿇어앉아 불쌍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 “전하, 사실 신첩이 이렇게 찾아뵌 것은 죄를 아뢰러 온 것이긴 하나 전하께서 이렇게 신첩을 비꼬지 말아 주시옵소서. 신첩은 담이 작아...”
  • 진무열은 그녀를 내려보며 두 눈을 그녀의 하얀 쇄골에 고정한 채 말했다.
  • “무슨 죄를 아뢴다는 것이오?”
  • 안시향은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 “얼마 전 장계월의 세 동생이 신첩의 명령을 받고 서숙의에게 전날 밤 전하께서 다친 경과에 관해 물으려 했사옵니다. 하지만 그 세 동생이 서숙의를 때릴 줄은 몰랐사옵니다. 이 모든 것은 신첩의 잘못이니 그 벌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 말을 하며 그녀는 더 가까이 다가와 진무열의 오른쪽 다리를 끌어안았다.
  • ‘젠장!’
  • 진무열은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요염한 안귀인이 다가오니 그는 자신의 마음이 들끓는 것만 같았다.
  • “쿨럭, 그럼 그대가 말해보오, 과인이 어떻게 벌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 그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을 했고 안시향은 매혹적인 웃음을 띠고 입술을 깨물고 두려운 듯 말했다.
  • “전하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옵소서. 신첩은 다 달게 받겠사옵니다.”
  • 진무열은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이 말에는 다른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몸으로 유혹하려는 심산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녀의 부친과 오라버니라는 자가 매일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데 자신에게도 원칙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 “이렇게 하기오. 요즘 국고가 공허해서 급료가 힘들어 관중의 가뭄마저 지원하기 힘드오. 그러니 벌금을 내도록 하오.”
  • “벌금이라 하셨사옵니까?”
  • 안시향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매혹적인 자태를 거두고 깊은 뜻이 있는 듯 진무열을 힐끗 보았다. 아버지의 말처럼 전하는 다른 사람이라도 되는 듯싶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진무열은 그녀에게 벌을 주는 일은 없었다.
  • “전하, 참 나쁘시옵니다. 신첩이 매월 받는 은자는 전부 전하께서 주신 것이온데 어디 가서 은자를 찾아 관중에 지원하겠사옵니까?”
  • 안시향은 애교를 부리며 진무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가늘 고 긴 다리는 마침 그의 손바닥에 닿았고 진무열은 그녀에게 화를 내려 했으나 무의식중 다리를 만졌다. 옥처럼 매끈한 다리는 느낌이 더없이 좋았다.
  • 그의 이런 작은 동작과 훔쳐보는 눈빛을 느낀 안시향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전하가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탐욕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이것만 안 변한다면 그녀는 여전히 예전처럼 진무열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진무열이 내뱉은 말은 그녀를 실망으로 몰아넣었다.
  • “그러니 안귀인, 벌금은 내야 하오. 규칙이 없으면 일이 안 되듯 비록 사람을 때린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지만 나도 온이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렇지 않으면 과인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후궁을 마주할 수 있겠소? 과인의 위신도 돌봐야 하오.”
  • 이 말을 들은 안시향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전하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도망간걸 보면 서숙의의 솜씨 또한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 “그래요. 전하, 전하께서 명하신 것이니 이 향이가 꼭 따를 것이옵니다.”
  •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 “신첩은 궁에 돌아간 뒤 곧 금은보화와 모아둔 은전들을 다 꺼내서 전하께서 재해를 돕는 일에 이바지할 것이옵니다. 어떠시옵니까?”
  • 그녀는 진무열의 품에 안겨 인어공주처럼 몸을 비틀며 빨간 입술을 진무열에게 갖다 댔다. 진무열은 웃으며 안시향이 고분고분 벌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 만약 제멋대로 굴며 자신의 어의를 어긴다면 그녀가 아무리 예쁘고 집안의 권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엄중히 처벌하리라 생각했다. 안시향은 갑자기 몸을 일으켜 진무열의 손길을 피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전하, 신첩이 머리가 우둔하여 전하께서 다치셨다는 것을 깜박 잊었사옵니다. 신첩이 전하의 다리에 계속 앉아있다가 전하를 다치게 할까 두렵사옵니다.”
  • 진무열은 오른손으로 코끝을 만졌는데 아직도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그녀를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안시향을 다시 안고 웃으며 말했다.
  • “안귀인은 몸매가 매끈하오. 마치 가는 섬버들 같으니 하나도 안 무겁소. 괜찮으니 과인에게 안기도록 하오.”
  • 안시향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서서 진무열의 손을 피하더니 매혹적인 웃음을 띠고 말했다.
  • “전하, 신첩을 잡아보시옵소서.”
  • 말을 마친 그녀는 신을 벗어 던지고 자그마한 발로 청문각에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진무열은 심호흡을 하며 당장이라도 코피를 쏟을 것 같았다. 그녀의 깨끗하고 예쁜 발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안시향은 자신의 취향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달려가 안시향을 품에 안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할 때 안시향의 몸이 미끌어내리더니 진무열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두 걸음 정도 거리를 두고 그림처럼 예쁜 이목구비로 웃으면서 말했다.
  • “전하, 오늘은 어찌하여 예전 같지 않으시옵니까? 신첩마저 붙잡지 못하시옵니다.”
  • 진무열은 마음이 간지러워 다시 한번 그녀를 잡고 도망갈 수 없게 했지만 안시향의 몸은 또다시 미끌어 내려 번번이 진무열의 움직임을 미리 피했다. 한 발 앞두고 계속 잡지 못하고 있으니 진무열은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서숙의같은 고분고분한 여자를 좋아했다. 그는 용의에 털썩 주저앉았고 흥미를 아예 잃은 채 손을 저었다.
  • “가보오. 과인은 좀 있다가 서숙의를 찾아가 보겠소.”
  • 서숙의를 찾아간다고? 안시향은 멍해졌다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신을 주워 신은 그녀는 요염한 자태로 다가와 진무열을 안고 말했다.
  • “전하, 화내지 마시옵소서. 이 청문각에 보는 사람이 많아 신첩이 제대로 전하의 시중을 들 수 없어서 그런 것이옵니다. 신첩이 오늘 밤 영롱전에서 목욕을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하를 기다리겠사옵니다.”
  • 그녀는 말을 하며 진무열을 향해 입술을 빨며 그의 웃음을 자아냈는데 아주 매력적이었다. 진무열은 기회를 엿보아 손을 내밀어 그녀를 꼬집었다. 이것은 그녀가 일부러 자신의 욕정을 불러일으킨 벌이었다.
  • 안시향은 갑자기 닥친 아픔에 신음을 냈고 촉촉한 눈빛에 혐오감이 스쳐 갔다. 그랬다. 혐오감이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 혐오감을 감추고 청문각 문 앞에 달려가 돌아보며 매력적인 웃음을 지었다.
  • “전하, 참 짓궂으시옵니다. 신첩 아프옵니다. 오늘 밤 영롱전에 꼭 오셔야 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첩 질투할 것이옵니다.”
  • 말을 마친 그녀는 한들거리며 자리를 떠났고 담담한 향기만 남겼다. 진무열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 “쯧, 이건 사람의 혼을 빼먹는 여우나 다름없군. 안타깝게도 왜 하필 안씨 가문의 사람이지? 잘 알아서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래.”
  • 반 시진 정도 흐른 뒤 판내시부사 시내관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 “전하, 풍천도가 돌아왔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