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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경쟁?

  • 심지성은 이 눈치 없는 자식이 자신과 같은 할교일 거라는 생각을 부정했다.
  • 아무렴 상관이 없었다…
  • 그는 단지 감히 그녀에게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확인하고 싶을 뿐이었다.
  • “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 여기까지 읽자마자 심지성은 곧바로 대화창으로 들어갔다.
  • “우리 학교 사람이면 임소한이라는 이름 못 들어보지 않았겠죠?”
  • 임소한?
  • 심지성은 머릿속을 한참 동안 되짚어 보았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 심지성이 생각을 되짚는 동안 그가 자신의 이름을 듣고 겁을 먹었을 거라 생각한 상대방은 문자 한 마디를 더 보냈다.
  • “임희원은 내가 좋아하는 여자입니다. 험한 꼴 보고 싶지 않으면 좋게 말할 때 물러나죠?”
  •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아요. 이번에 좋게 잘 넘어가면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나중에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도 돼요. 다른 건 몰라도 미녀는 충분히 많으니까.”
  • 그는 심지성에게 임희원을 포기하지 않으면 엄중한 후과가 따를 거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었다. 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심지성이 아니었다.
  •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심지성을 협박하다니?
  • 심 씨 가문은 한국 전체를 뒤흔드는 큰 손인데, 그 앞에서 감히 이름을 들먹였다?
  • “싫다면요?”
  • “이봐요. 충분히 정중하게 부탁했다고 생각하는데? 좋게 말할 때 들어요.”
  • “또라이.”
  • 심지성은 상대방의 말을 보란 듯이 무시하고 대화창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 그는 충전 창을 누른 뒤 손가락으로 가볍게 ‘1’ 하나와 ‘0’ 여덟 개를 톡톡 두드렸다.
  • 그건 한화 2억 원에 해당하는 라이브 방송 선물권이었다!
  • 그러자 수많은 별풍선이 방송 화면 전체를 장식하고 심도령이 별풍선 십만 개를 선물했다는 안내가 떴다.
  • 순간, 댓글 창의 열기가 다시 한번 폭발했다. 저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 그건 4천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었다! 플랫폼의 인기 순위를 지키고 있는 BJ들 방송에서도 보기 드문 경우였다.
  • “감사합니다! 심도령님의 별풍선 감사합니다!”
  • 임희원은 흥분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 임희원의 외모는 모든 BJ들과는 비길 바도 되지 않는 여신 중에 여신이었다.
  • 때문에 그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수많은 팬들을 그녀의 치마폭에 가둘 수 있을 것이며 잘나가는 BJ들 자리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을 것이다.
  • 하지만 학문 업계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아온 그녀는 보수적인 여자였다.
  • 게다가 대학교 강사인 그녀는 쓸데없는 스캔들에 휩싸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 번도 방송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었다.
  • 지금까지 방송을 하면서 그녀는 목소리에만 의지해 인기를 얻은 것이었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지 않으니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많을 수가 없었다.
  • 있다고 해도 가끔 선물하는 별풍선 몇백 개 정도가 많은 거였는데 한꺼번에 만개는 정말이지 뜻밖의 서프라이즈였다.
  • 그녀의 방송에서 많은 돈을 소비하는 유일한 사람은 임소한 뿐이었다.
  • 하지만 그가 선물을 쏘는 이유를 뻔히 알고 있는 임희원은 그의 선물과 등장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 하지만 타인들도 많이 보는 방송에서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또한 방송을 보고 말고는 개인의 자유이며 임소한의 등장이 임희원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하니 임희원 그녀도 그를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 그런데 심도령이라는 아이디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처음 들어온 방송에서 등장하자마자 큰 선물을 했던 것이었다.
  • 임희원은 그에게 호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의 피드에 들어가 보니 금방 가입한 듯 깨끗했다.
  • 임희원이 어리둥절해 있는데 댓글 창이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 “전도령께서 별풍선 오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특수 효과는 끝나기가 무섭게 연속적으로 쏟아졌다.
  • “전도령께서 별풍선 십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대박.”
  • “무슨 일이야?”
  • “이 BJ 유명한 사람이에요?”
  • ……
  • 심지성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임소한이 당연히 반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를 자극하지 못했다면 재미가 없을 뻔했다.
  • “계속해 봐, 진 사람이 손자야!”
  • 임소한은 이번에는 개인 톡이 아닌 댓글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글씨도 빨간색으로 설정해 흰색 댓글들 속에서 특히 눈에 띄었다.
  • “누가 이기나 제대로 붙어!”
  • “허허.”
  • 심지성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리고…
  • “심도령께서 별풍선 삼십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그는 다시 한번 조용히 전도령의 기세를 꺾었다.
  • 상대방도 이에 질세라 재빨리 반격해 왔다.
  • “전도령님께서 별풍선 삼십오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화면을 보고 있던 심지성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는 선물 버튼을 다시 한번 눌렀다.
  • “심도령께서 별풍선 오십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오십만 개!
  • “심도령님 대박!”
  • “미쳤어!”
  • “대박이다 진짜!”
  • “지금까지 이런 장면 처음 봐요!”
  • “시X!”
  • 대학교의 어느 식당 룸, 정장 차림의 부잣집 남자가 노발대발하며 외마디 욕설을 뱉으며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 옆에 있던 사람이 펄쩍 뛰는 임소한에게 얼른 물었다.
  • “심도령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 임소한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혼자서 욕설을 이어갔다. 그는 화가 나서 목소리마저 떨렸다.
  •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몇 명의 사람들이 다가와 그를 둘러싸고 그의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곧바로 그가 분노한 이유를 알아챘다.
  • “감히 우리 형님한테 대결을 걸어?!”
  • 한 사람이 별안간 분개하며 소리쳤다.
  • “형님, 걱정 마십시오. 저 자식 단숨에 몇십만 원을 부었으니 곧 바닥이 날 겁니다. 관심 한번 받아보려는 거죠.”
  • 듣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맞아요.”
  • 덕분에 임소한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 임소한은 천해시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그의 아버지 임성재는 중소기업을 몇 개나 거느린 거물이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기업은 시가총액이 6천억을 돌파한 국내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인 임천 그룹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천해시에서 손꼽히는 부자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임소한은 임성재의 외동아들로, 온 가족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그는 원하는 스포츠카가 있으면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매달 무려 몇억 씩 통장에 꽂히니 그의 과시욕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 보름이 지났지만 주머니가 아직도 두둑한 그와 돈으로 비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흥! 겨우 긁어모은 코 묻은 돈으로 나에게 도전한다?
  • 임소한은 어떠한 결심을 했다.
  • “너희들 지금 얼마나 갖고 있어? 나에게 모두 이체해 줘. 다음 달에 돌려줄게.”
  • “형이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는 거에 필요한 건데 갚기는 뭘 갚아요.”
  • 그의 동생들 중 한 명이 그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냈다.
  • 잠시 후, 임소한의 핸드폰에 입금 알림이 울렸다.
  • 다른 동생들도 모두 맞장구를 치며 잇달아 돈을 이체했다.
  • 임소한의 주변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들이니 모두 만만치 않은 집안 자제들이었다. 비록 임소한과 겨룰 바가 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몇 천만 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 어렵지 않게 내놓았다.
  • 이내 1억 2천만 원이라는 돈을 모은 그는 생각도 거치지 않고 충전 버튼을 눌렀다.
  • “전도령님께서 별풍선 육십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와아! 2차 전이야! 끝난 줄 알았는데.”
  • “아, 부러워.”
  • “거지의 상상 범위 밖이네요.”
  • “돈이 최고군요!”
  • 자신의 선물에 반응하는 댓글들을 보며 임소한은 희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빨간 글씨로 심지성을 지목하며 말했다.
  • “계속해 보시지?”
  • “계속해 봐! 왜 멈췄어?”
  • “다음 생에나 다시 도전하려고?”
  • 연속되는 비아냥에도 심도령의 아이디가 보이지 않자 임소한은 후련한 마음으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 “하하하, 아무것도 아닌 게, 꺼져!”
  • 임소한은 거만하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 “그럼요, 형님이 누구라고, 그 자식 이제야 정신을 차렸나 봐요.”
  • 그의 동생이 옆에서 아부를 떨었다.
  • “하하, 형님, 아직까지 대답을 못 하는 걸 보면 패배를 인정한 게 틀림없어요.”
  • “그러니까요. 얼굴이 있으면 다시는 나타나지 못할 거예요.”
  • “하하, 기분 좋으니까 저녁에 달리자, 내가 쏜다!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모두 연결해 줄게.”
  • 거들먹거리며 손을 휘두르는 임소한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 “잠… 잠시만요, 형님…”
  • 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동생 중 한 명이 귀신이라도 본 듯 경황실색하며 그를 불렀다.
  • “왜 그래?”
  • 임소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를 흘겨보았다.
  • “그게, 형님… 방송 들어가 보셔야…”
  • 임소한은 눈썹을 더욱 찌푸리며 핸드폰을 열었다. 그의 검은 동공이 극도로 확장되었다.
  • “심도령께서 별풍선 백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심도령께서 별풍선 이백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심도령께서 별풍선 육백만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 “우리 플랫폼 일일 선물 1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