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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의리가 넘치다

  • 넋을 잃었던 사람들의 부러움 가득한 시선이 전부 심지성에게 떨어졌다.
  • 윤 선생님께서 그를 향해 웃다니! 저 녀석 전생에 나라라도 구했나!
  • “그래, 이제 다들 자기가 할 것들 해!”
  • 윤희원은 심지성을 째려보며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윤 선생님, 들어가세요.”
  • 심지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는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 “야, 지성, 이미 가셨어, 정신 차려.”
  • 조우빈이 그런 그를 보고 히죽거리며 말했다.
  • “윤 선생님이 아무리 예뻐도 그렇지 정신 차려야지 않겠어? 우리 학교 여신님을 넘본다고 기회가 있을 수 있겠어?”
  • “우빈,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선생님을 두고 어떻게 그런 추잡한 생각을 해?”
  • 심지성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마치 윤 선생님을 집안 며느리로 정한 사람이 누구였던지 완전히 까먹은 것 같았다.
  • “저기… 감사드려요.”
  • 그때, 담연희가 그들 앞에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 그녀는 말을 하며 심지성을 훔쳐보고는 얼굴을 붉혔다.
  • 비록 호현용을 처음으로 막아선 사람은 조우빈이었지만 그녀가 가장 절망스러울 때 실질적인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심지성이었다. 그 장면은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되어 끊임없이 떠올랐다.
  • 특히 자신의 오빠가 호현용에게 진 빚을 알고 나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큰돈을 선뜻 내주어 자신을 빚더미에서 꺼내 준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서 수만 가지 감정이 뒤섞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 그녀는 이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 눈앞의 장면을 지켜보던 조우빈, 정종문, 유웅휘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서로 이심전심 마음이 통했다.
  • “저기, 방금 보았듯이 저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모두 저희 지성이가 한 거죠. 저희에게는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조우빈은 헤헤 웃으며 갑자기 말을 돌렸다.
  • “참! 너희 형수님께서 전화를 하라고 하셨는데, 먼저 얘기하고 있어, 난 먼저 간다.”
  • “아! 맞다!”
  • 이어서 정종문은 무언가 떠오른 것처럼 머리를 탁 쳤다.
  • “나 핸드폰을 교실에 두고 온 것 같아. 빨리 가서 찾아봐야겠어.”
  • 그러고는 유웅휘를 툭 쳤다.
  • “웅휘, 같이 가자!”
  • “오, 그래, 그래!”
  • 유웅휘는 얼른 대답했다. 세 사람은 심지성에게 눈치를 주고 함께 자리를 떠났다.
  • “……”
  • 심지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떠나가는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
  • 역시 의리가 넘치는 친구들이었다!
  • 그런데 문제는…
  • 나에게는 윤 선생님이 있다고. 아아아아!
  • “피식!”
  • “깔깔깔…”
  • 담연희의 아름다운 눈동자도 세 사람이 떠나간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작은 입을 가리고 깔깔 웃었다.
  • “친구들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 웃음을 천천히 멈춘 담연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둠을 씻어낸 예쁜 얼굴에 청순한 미소가 떠올랐다.
  • “정상적인 애들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 심지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했다.
  • 어떻게 빠져나올까 고민하고 있을 때, 담연희가 한 걸음 다가와 두 손으로 뒷짐을 쥐고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상기된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저 데려다주지 않을 거예요?”
  • 심지성은 멍하니 있다가 결국 가볍게 한숨을 쉬고 어깨를 으쓱했다.
  • 매력이란 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어쩔 수 없었다.
  • “가요!”
  • “네!”
  • 담연희는 깜찍하게 대답하고 심지성 옆으로 와서 그와 나란히 걸었다.
  • 10분 후, 여학생 기숙사 1층.
  • “더 가면 변태로 오해받을 것 같은데요.”
  • 심지성은 걸음을 멈추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기숙사 선생님을 힐끗 보며 농담했다.
  • “피식…”
  • 담연희는 가볍게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 심지성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그가 두어 걸음 걸었을 때, 뒤에서 여자아이의 발소리가 들렸다.
  • “잠깐만요!”
  • 심지성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담연희는 불거진 얼굴을 푹 파묻고 있었다.
  • “그게… 정말 고마워요.”
  • 심지성은 깜짝 놀랐다.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담연희는 갑자기 무슨 용기가 났는지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오더니 이내 까치발을 들고 자신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던 것이었다.
  • 심지성은 피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서있었다.
  • 그 후, 담연희는 살짝 뒷걸음을 치고는 마치 놀란 고양이처럼 얼굴을 감싼 채 기숙사를 향해 뛰어갔다.
  • “콜록콜록…”
  • 담연희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있던 심지성은 한참이 지나서야 헛기침을 했다.
  • 이건 저 여자아이가 자발적으로 한 거지, 저 때문이 아닙니다?
  • 윤 여신, 믿어주세요. 저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하늘에 맹세해요!
  • 생각을 하던 심지성은 한숨을 쉬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
  • 심지성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리를 떠난 그의 친구들이 분명히 먼저 기숙사로 돌아가 자신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엉덩이로 생각해도 뻔히 알 수 있었다.
  • 이런 생각을 하며 심지성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기숙사로 향했다.
  • 그러다가 어느 순간.
  • 코너를 돌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빛을 반짝이고는 입가에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발걸음을 내디디다가 천천히 걸음을 늦추었다.
  • 원래 여기서 앞으로 50미터 정도 가면 남자 기숙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농구장에 도착할 수 있고, 농구장을 지나면 바로 남자 기숙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이건 이 학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코스이며 신지성이 원래 가려던 코스이기도 했다.
  • 그러나 그는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운동장을 돌아 학교 밖으로 향했다.
  • 10분 후, 학교 밖 인적 드문 작은 골목.
  • 하늘빛은 점차 어두워졌고 골목을 밝히는 건 오랫동안 수리하지 않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었다. 가로등은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이 깜박거리며 전류 소리를 냈다.
  • “다다다다…”
  • 심지성은 느릿느릿 가로등 아래에까지 걸어가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 동시에,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심지성이 몸을 돌린 직수, 한 무리의 사람들이 황급히 골목 모퉁이에서 뛰어들어왔다. 모두들 험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들 중에서 호현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 “쯧쯧, 나 따라다니느라 고생들이 많아.”
  • 심지성은 미소를 짓고 농락하듯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 그의 말에 호현용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 “너 이 자식 우리가 미행하는 걸 알면서도 숨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여기로 유인한 거야?”
  • “너를 용감하다고 하면 좋을까, 또라이라고 하면 좋을까?”
  • “하하하!”
  • 호현용의 말이 끝나자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하하하 웃었다.
  • 호현용은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한걸음 한걸음 심지성을 향해 걸어오더니 주머니에서 몽둥이를 꺼냈다.
  • 그의 뒤를 따른 사람들도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다. 그들은 도망갈 기회를 절대 남기지 않으려는 듯 그를 꽁꽁 포위했다.
  • “설마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2년 넘게 이 학교를 다니면서 오늘처럼 창피한 적이 없었어.”
  • “나를 건드린 사람이 어떤 후과를 맞는지 알아?”
  • 말을 하는 호현용의 얼굴이 점차 굳어졌다. 분노에 찬 이목구비가 일그러지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라도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빌 생각이 들 것이다.
  • 하지만 심지성은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두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가볍게 웃었다.
  • “그럼, 나를 건드리면 어떤 후과를 맞을지부터 한번 맞혀봐.”
  •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정적이 3초 정도 흘렀다.
  • “풉…”
  • “하하하!”
  • “하하하하!”
  • 호탕한 웃음소리가 골목 전체에 퍼졌다. 흉악한 모습의 사람들이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 “하하하하!”
  • 심지성도 함께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 “됐어,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나 바빠!”
  • “아 시XXX가!”
  • 호현용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음산함을 드러내더니 곧장 신지성의 얼굴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 그는 이 한방으로 적어도 심지성의 이빨 몇 개는 부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 그러나 그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 같은 심지성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몸을 피했다.
  • 다음 순간, 자신의 얼굴에 팔꿈치가 세게 부딪치는 것을 느꼈고, 그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그대로 날아갔다.
  • “보… 보스!”
  • 그의 패거리들은 패닉에 빠졌다. 그들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 소리쳤다.
  • 1~2미터 정도 날아간 호현용은 어질어질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고, 무의식적으로 침을 뱉었다. 피가 섞여 땅에 떨어지는 앞니 두 개가 눈에 들어오자 그는 이내 분개했다.
  • “죽여버려!”
  • 호현용이 미친 사람처럼 포효하자 일곱 여덟 명의 패거리가 일제히 심지성에게 달려들었다.
  • 심지성은 당황하지 않고 몸을 약간 구부리더니 갑자기 다리를 휘둘러 몇 명을 때려눕혔다. 그 후,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잠시 사이에 뜻밖에도 모두들 땅에 널브러졌다.
  • “아, 시X…”
  • 욕설을 퍼부으며 땅을 짚고 일어나려던 사람은 심지성의 무거운 발에 밟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마침내 얌전하게 포기했다.
  • 심지성은 그제야 발을 떼고 천천히 옷매무새를 만졌다. 그는 조롱하듯 호현용을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