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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진품명품 행사

  • 호현용은 마치 독사에게 물린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하지만 그는 이내 두려움을 억지로 숨겼다. 그는 심지성 앞에서 최후의 존엄마저 잃고 싶지 않았다.
  • “지금까지는 너희들 학교에서 어떻게 횡포를 부려도 상관하지 않았는데, 나까지 건드리는 실수는 하지 말았어야지. 이제부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마주치면 될수록 멀리 꺼지는 게 좋을 거야!”
  • “특히 담연희.”
  • 심지성은 호현용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 몸을 숙여 바닥에 있는 몽둥이를 집어 든 후, 대충 휘둘러 손잡이 끝을 잡았다.
  • “그렇지 않으면 이 몽둥이와 같은 후과를 마주할 거야.”
  • “두둑!”
  • 심지성은 말을 마친 후,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호현용과 그의 패거리는 쇠몽둥이가 힘없이 부러지는 장면을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그들은 혼비백산하며 자리에서 도망쳤다.
  • 기숙사에 도착해 문을 들어서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조우빈 등 세 사람은 재빨리 그를 에워싸고 다급한 눈빛으로 심지성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지성, 지성, 어떻게 됐어?”
  • “고백했어?”
  • “뽀뽀했어?”
  • “설마… 더 한 거?”
  • “……”
  • 심지성은 코를 만지며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 “좀 정상적인 생각들 하고 살면 안 될까?”
  • 심지성은 몇 사람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 “지성아, 형들 의리에 감동했지? 형제끼리 너무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 “헤헤, 그런데 지성, 오늘 정말 멋짐 폭발이었어!”
  • 조우빈의 눈썹은 거의 춤을 추고 있었다.
  • “네가 돈을 던질 때, 호현용의 똥 씹은 표정을 생각하면, 하하하하!”
  • “아마 지금껏 그런 수치를 당해본 적 없을걸? 역시 우리 지성이, 멋있어!”
  • “우리 지성이 이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스타가 되겠는걸!”
  • 심지성은 담담하게 웃고 있었지만 마음이 은근히 따뜻해졌다.
  • 대학교에 들어온 후, 심지성은 인생에서 가장 초라한 시간을 보냈다.
  • 타인의 눈에 비친 심지성은 그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난뱅이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온몸에 볼품 하나 없는 그를 따르는 건 언제나 무시와 빈정거림뿐이었다.
  • 하지만 눈앞의 세 사람은 자신이 가장 초라한 모습일 때 시종일관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행복도 어려움도 함께 누렸다.
  •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았다.
  • “참, 지성아!”
  • 이때, 유웅휘가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 “우리가 방금 돌아왔을 때 누가 너를 찾아왔었어.”
  • “나를?”
  • 심지성은 어리둥절했다.
  • “어, 맞아, 맞아!”
  • 듣고 있던 조우빈과 정종문도 맞장구를 쳤다.
  • “네 얼굴을 보자마자 까맣게 잊었네. 우리가 돌아왔을 때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이 너를 찾았어. 네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하니까 연락처를 남기고 가던데?”
  • “너 돌아오면 꼭 연락 달라고 하면서.”
  • 정종문은 말을 하며 핸드폰을 꺼내 번호 하나를 심지성에게 보여주었다.
  • “여기.”
  • 낯선 번호를 쳐다보는 심지성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 “그 두 사람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
  • “두 사람 모두 짧게 자른 깔끔한 머리였고, 모두 검은 정장 차림이었어. 한 사람은 마르고 키가 컸는데 매부리코였고, 다른 사람은 조금 더 건장했고, 선글라스를 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 정종문은 이렇게 묘사했다.
  • 심지성은 기억을 더듬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전혀 인상이 없는 것을 보아하니 아는 사람은 아닌 듯했다.
  • 천해시에 있는 일 년 동안 자기 집 어르신의 요구에 따라 줄곧 조용히 숨어서 살았는데 자신을 갑자기 찾아올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 잠깐만, 설마…
  • 머리를 굴리던 심지성은 갑자기 누군가를 떠올렸다.
  • “종문, 번호 나한테 보내줘.”
  • 심지성은 말을 하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 “그래!”
  • 정종문은 대답을 하고 나서 전화번호를 보냈다. 심지성은 그 번호를 곧바로 복사하여 전화를 걸었다.
  • “뚜…뚜…”
  • 통화연결음이 두어 번 울리고, 전하를 받는 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 심지성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 “깔깔깔…”
  • 수화기 너머에서 매혹적인 웃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목소리만 들어도 심지성은 온몸의 솜털마저 곤두섰다.
  • “동생, 이렇게 바로 전화가 올 줄은 몰랐는데?”
  • “누나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깔깔깔깔…”
  • 뼈까지 녹일 정도로 짜릿한 상대방의 목소리에 심지성은 핏줄이 다 터져버릴 것 같았다.
  • “문아 누나, 어쩐 일이에요?”
  • 수다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심지성은 얼른 본론을 물었다.
  • “왜? 꼭 일이 있어야지 널 찾을 수 있어?”
  • 불만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밝은 목소리와 달리 사람 마음을 녹일 것처럼 가련하게 변했다.
  • “켁켁… 누나, 장난 그만해요.”
  • “누나가 일부러 너의 행방을 수소문해서 겨우 연락했는데, 두 마디 말도 하기 전에 짜증 나게 해!”
  • 소문아의 아름다운 몸은 흔들의자에 앉아 가볍게 흔들고 있었고, 원피스 밑에는 하얀색 다리와 맨발이 겹쳐져 있었다. 작은 입을 살짝 내밀며 원망의 기색을 드러내지만 그걸 감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켁켁…”
  • 심지성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헛기침을 두어 번 할 뿐이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런 여자를 감당할 만한 남자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깔깔깔… 그래!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한 거 맞아.”
  • 심지성의 감정을 눈치챘는지 소문아는 미소를 지으며 장난을 그만두고 본론을 이야기했다.
  • “하하, 누나. 문아관 주인인 누나가 모르는 걸 일 개 대학생 뿐인 제가 뭘 알겠어요.”
  • 심지성이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표달했다.
  • “들어보지도 않고 거절하지 마!”
  • “도움 청하려고 연락한 거 아니야!”
  • 소문아가 천천히 말했다.
  • “행사에 초대하려고.”
  • “무슨 행사요?”
  • 심지성이 물었다.
  • “진품명품 행사~”
  • 소문아는 심지성의 귀에 때려 박듯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 심지성이 눈을 반짝였다.
  • 심 씨 가문의 후계자 중 한 명인 심지성은 진품명품 행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2년 전, 할아버지를 따라 참석을 한 적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많은 골동품 애호가들, 수집가들, 그리고 상인들이 모이는 행사였다. 그건 독특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상품교환과 구경을 제공했다.
  • 가장 인기가 많은 건 행사에서 진행되는 경매였다!
  • 천해시는 같은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는 규모뿐만 아니라 유동 인구도 심지성이 2년 전에 참가했던 행사에는 크게 못 미칠 것이었다.
  • 하지만 가문이 시험 앞에 놓인 심지성은 어떻게 해서든 1년 안에 반드시 2천억이라는 재부를 만들어야 했다.
  • 그 말인즉, 짧디짧은 1년의 사간 동안 그는 사업과 인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 그리고 진품명품 행사가 사회의 유명 인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었다. 동시에 어쩌면 이 기회를 이용하여 천해시의 골동품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으며, 잘되면 후계자 시험에서 큰 진보를 증명할 수도 있었다.
  • “흥미진진하지?”
  • 소문아의 즐거운 목소리가 다리 들렸다.
  • “초대장 주려고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겠지?”
  • “언제요.”
  • 심지성이 물었다.
  • “다음 달.”
  • “좋아요!”
  • 심지성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깔깔깔!”
  • “그래, 기다릴게!”
  • “뚜--”
  • 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전화를 끊었다.
  • “심~지~성~”
  • 소문아는 흔들의자에 가볍게 기대어 한 손은 머리를 받치고 다른 한 손은 백옥처럼 가늘고 길쭉한 검지를 내밀었다. 하얀 발가락 끝에서 몸의 곡선을 따라 올라가며 입가의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 “천해시에서 공부하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라는 정보 외에 아무런 이력이 없습니다.”
  • “정말 재미있는 동생이야~”
  • ……
  • “설마! 지성, 방금 전화, 설마… 문아관 주인 소문하 님은 아니겠지?”
  •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정종문이 넋 나간 표정으로 물었다.
  • “맞는데.”
  • 심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 “헐—그럼 그분께서 직접 연락을 주셨다는 말이야?”
  • 조우빈도 깜짝 놀랐다.
  • “설마설마했는데, 그분이 너 좋아하는 거야?”
  • “아니.”
  • 심지성은 이상한 눈빛으로 조우빈을 쳐다보았다.
  •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야.”
  • 조우빈은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1년 동안 살을 부대끼며 살아온 심지성에게서 갑자기 거리감을 느꼈다.
  • 1년 동안 함께 산 룸메이트가 사실은 억만장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기에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살마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이때, 심지성의 주머니에서 꺼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보니 앱 푸시였다. 심지성은 평소 이런 건 가볍게 무시했다.
  • 하지만 오늘 알림 그의 눈을 번뜩이게 했다.
  • 왜냐하면 그 알림은 바로 설치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라이브 앱에서 온 것이며 윤 여신이 생방송을 켰다는 알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