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황 회장이 아침 일찍 사과하러 올 거라고 자네가 그랬지? 정말로 왔네? 설마 자네가 시킨건가?”
마효려는 아니 꼽게 말했다.
“그냥 얻어걸린 거지 뭐, 저녁에 어디 다녀오는 것도 못 봤는데 쟤가 어떻게 했겠어. 그리고 뭐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무슨 능력으로 황 회장을 움직여! 내 생각에는 황 회장이 어제 그런 일을 하고 악몽을 꿨을 거야! 그리고 꿈에서 부처님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나 보지. 그러니깐 아침 일찍 사과하러 온 거야! 벼락 맞을 짓을 한 것이 틀림없어.”
마효려는 뼛속까지 불교를 믿는다. 그녀는 집에서도 관세음보살을 모셔 두고 매일 그 앞에서 향을 피운다.
때문에 그녀가 방금 황득치 이야기를 할 때도 부처님께서 가만두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비록 아내의 말은 미신에 가까운 말이라 송중빈은 크게 믿음이 가지 않았으나 그 역시도 백수 진영이가 황득치를 직접 사과하러 오게 할 능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황득치가 스스로 사과하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황득치가 양심에 찔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송영정은 진영이가 아마도 동천보를 통해 황득치의 사과를 받아 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천보는 소문난 악질이다. 그런 사람만이 황득치 같은 양심 없는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
이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기뻐하던 그녀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벌써 두 번이나 동천보의 도움을 받았다. 다음에도 일이 생기면 또 동천보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진영이의 욱하는 성질머리 좀 고쳐야겠다.”
…
그때
송 씨 가문의 골든 빌리지.
송청송 어르신은 서재에서 큰아들 송중웅과 셋째 아들 송중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송중평이 말했다.
“황 회장님께서 송영정이를 용서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저희 회사와 계속 일을 진행하겠다며 전화까지 왔더라고요.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죠.”
송중웅도 말했다.
“황 회장님은 사업하는 사람이야, 송영정이 데리고 온 그놈이 성격이 지랄맞아서 그래.”
“황 회장님은 귀한 분이야,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 본 분이시지. 송영정이 데려온 그 망나니 같은 사람을 상대하기가 귀찮으셨던 거야. 그래서 그냥 한번 봐준 거겠지.”
송 어르신은 큰아들이 송영정과 진영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고 치욕스러운 느낌을 받아 더 쌀쌀맞게 말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렇게 망신스러운 손녀를 뒀을까? 송 씨 가문의 수치야!”
송중웅이 말했다.
“아버지, 내일 칠순 잔치를 하실 때 아예 둘째네를 우리 가문에서 내쫓아 버리는 건 어때요? 잔치에도 못 오게 하고요.”
송중평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러니깐요, 만약 그 가족이 잔치에 오기라도 한다면 지인들 앞에서 무슨 망신이에요.”
송 어르신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만들 해, 황 회장도 용서했는데 지금 내쫓아 버리면 우리가 황 회장 보다도 못하다고 비교하면서 말들이 많을 거야.”
그날 점심,
송영정 가족들은 할아버지 고희연 초대장을 받았다. 내일 시간 맞춰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가야 된다.
초대장을 받은 가족들은 너무도 기뻤다.
할아버지께서 자신들을 초대한 것을 보니 가문에서 완전히 내쫓아 버리지는 않을 듯 해 보였다.
초대장을 받은 그들은 너무도 기뻤다.
할아버지께서 내일 고희연에 초대하셨다는 것은 자신들을 아직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신다는 의미이다.
가족들은 할아버지께 어떤 선물을 해 드리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송영정이 말했다.
“너무 비싼 건 살수 없고, 너무 싼 물건은 웃음거리가 될 거 같네요. 너무 비싸지도 않으면서 실용적인 물건이면 좋겠는데.”
송중빈과 마효려는 송영정과 함께 한참을 고민했지만 마땅히 좋은 선물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진영이가 말했다.
“아니면 선물 제가 준비할게요. 할아버님께 제일 귀한 선물을 해 드릴게요.”
송영정은 반신반의하면서 말했다.
“진영, 내일은 할아버지 고희연이야, 그저 그런 생일 선물이 아니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어?”
진영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 맡겨 봐.”
진영은 바로 베란다로 가 전저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 씨 가문 어르신에게 어울릴 만한 선물 하나만 준비해 줘, 가격은 상관없어, 무조건 제일 좋은 거여야 돼.”
전저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
다음날,
모두들 할아버지 고희연에 참석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 문을 나설 때 송영정은 갑자기 선물이 생각나 바로 진영에게 물었다.
진영은 작은 상자를 꺼내 보여주면서 웃었다.
“이미 준비했지, 이거야.”
그 상자는 꽤 낡은 상자였다. 그리고 크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포장되어 있는 단약 한 알 있었다.
순간, 송중빈과 마효려 그리고 송정영도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 고희연에 이딴걸 준비하다니!
송영정은 다급히 물었다.
“진영, 어떻게 이런 걸 선물이라고 준비해!”
진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 이 단양은 60년 전에 만든 약 이야. 안궁환이라고 하는 단약인데 각종 귀한 재료들로만 만든 약이지. 고혈압, 고지혈, 고혈당으로 유발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엄청난 효과가 있어!”
그 단약은 진영의 명령을 받은 전저가 엄청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선물이다.
전저는 송 씨 가문 어르신을 조사하면서 그분은 돈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연세가 지긋하신 탓에 고혈압, 고지혈, 고혈당과 같은 고질병을 가지고 계신다.
이런 3고군 환자들은 중풍 같은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전저는 정말로 힘들게 그 안궁환을 구해 진영에게 준 것이다.
송중빈 부부와 송영정은 별로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단약을 진영이는 엄청난 명약처럼 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엄청나게 비싼 선물을 준비할 돈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바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새로운 선물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송영정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진영, 이 안궁환 진짜 귀한 약재로 만든 거 맞지?”
진영이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송영정은 속는 셈 치고 진영이가 가져온 그 안궁환을 선물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약이 정말로 신비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날 점심,
진영은 딸을 안고 시간을 맞춰 송영정과 함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다.
오늘은 송 씨 가문 어르신의 고희연이다. 송 씨 가문에서는 호텔 다이아 홀을 전체 예약하였고 홀 내부에는 테이블이 50개 나 있었다.
송 어르신은 고풍스러운 한복을 차려입고 큰아들 송중웅과 셋째 아들 송중평등 가족들과 함께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골드 F 그룹 진금해 회장, 대천 작가 그림 한 폭, 송 어르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천우 건설 담중승 회장, 산호 한 뿌리, 송 어르신의 장수를 기원합니다.”
입구에서 선물을 받는 직원은 끊임없이 귀빈들의 성함과 선물을 읽고 있었다.
진영과 송중빈 가족들이 홀 안으로 들어설 때 입구 직원이 말했다.
“송중빈 가족, 쓸모없는 단약 한 알, 아버지 만수무강하세요.”
쓸모없는 단약!
홀에 있던 수백 명의 귀빈들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송 어르신 역시 화가 치밀어 이제 막 홀 내부로 들어오고 있는 송중빈 가족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송중빈이 가족들을 데리고 아버지에게로 와서 인사를 드리기도 전에 송 어르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
“중빈아, 도대체 무슨 선물을 한 것이냐?”
송중빈은 아버지가 화내는 모습을 보고 바로 설명을 드렸다.
“아버지, 제가 설명드릴게요, 그 약은 안국환이라고 하는 약인데 삼고를 치료하는데 그렇게 효과가 뛰어나다고…”
송중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 어르신 뒤에 서 있던 송중웅이 코웃음을 치면서 그의 말을 잘랐다.
“흥, 동생아, 너는 아버지께서 빨리 쓰러지기라도 했으면 좋겠니?”
송중빈은 낯빛이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아버지, 형,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탁!
낡은 상자가 송중빈 가족 앞에 떨어졌다. 상자는 산산조각이 났고 상자 안에 포장되어 있던 안궁환이 굴러 나왔다.
송중웅의 아들 송호명이 그 상자에서 안궁환을 꺼내 그들 앞에 던져 버린 것이다.
송호명은 비웃으면서 말했다.
“이딴 약은 그쪽이나 먹으시죠.”
송중빈과 마효려, 그리고 딸아이를 안고 있던 송영정까지 전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진영은 그런 가족들을 보고 바로 그 안궁환을 집어 들고 차갑게 말했다.
“지금 이 약을 버리셨으니 다시 돌려 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송중웅과 주변 사람들은 웃으면서 말했다.
“별 볼 일 없는 단약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 절대 돌려 달라고 하지 않을 거니깐 가져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