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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부녀 상봉

  • 송영정은 진영에게 안겨 밖으로 나갔으며 그에게 잡혀 전혀 움직일 할 수가 없었다.
  • 그녀는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 5년 동안 그녀는 갖은 수모를 겪어야 했었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매번 불쌍한 자신의 딸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 그는 진영이가 미웠다!
  • 자신을 이렇게 만든 진영이가 미웠고 그 때문에 딸과 함께 억울하게 지내 온 시간이 원망스러웠다.
  • 그녀는 절대 결혼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일만 하면서 딸을 행복하게 주고 싶었다.
  • 그러나 5년 전 비극을 만든 장본인이 지금 자신 앞에 나타났고 다시 한번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여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파고 있다.
  • 하느님도 무심하게 또다시 그녀의 아픈 과거를 들추어 꺼냈다.
  • 진영은 송영정이 끊임없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바닥에 내려놨다.
  • 다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그가 처음으로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 “나한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줘, 제발.”
  • “우리의 딸을 위해서도, 당신을 위해서도.”
  • 딸을 입에 올리자 송영정은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그녀는 그를 똑바로 쳐다봤다.
  • 진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그동안 두 모녀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알고 있어, 나를 미워해도 돼! 그러니깐 제발 내가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래?”
  •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어,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분명 문제가 나타날거야.”
  • “영정, 나한테 한 번만 기회를 줄래?”
  • 송영정은 마음이 복잡했다. 안 그래도 최근 딸아이가 점차 철이 들어가고 있다.
  • 아빠가 없는 가정은 완전하지 않으며 행복할 수도 없다.
  • 매번 딸아이가 아빠를 찾을 때면 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딸아이를 등지고 눈물을 훔쳤다.
  • 딸아이에게 아빠는 꼭 필요하다!
  • 송영정은 진영의 확고한 눈빛을 보았다.
  •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마침내 결심한 듯 말했다.
  • “그래, 딸아이랑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줄게.”
  • “하지만 똑똑히 기억해, 절대 내 딸에게 상처 주지 마. 당신이 애 아빠니깐 기회 주는 거야.”
  • “그리고 딸아이를 만나게 해준다고 해서 당신이 내 남편이 되는 건 아니야!”
  • 진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알았어!”
  • 진영은 송영정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딸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과 딸이 만날 수 있게 한걸음 물러서 준 것이다.
  • 하지만 자신을 용서해 줄 생각도 남편으로 대할 생각도 없는 것을 느꼈다.
  • 5년 동안 그녀가 얼마나 억울하게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았는지 진영이도 잘 알고 있다. 얼어붙은 마음이 하루아침에 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천천히 다가갈 수밖에 없다.
  • 바로 그때!
  • 골드 애플 유치원 중급반 교실에는 선생님은 없었고 명품을 입은 통통하게 생긴 남자아이가 우쭐해하면서 줄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 그 줄을 따라가보니 한 여자아이의 목에 줄이 감겨져 있었다. 이 남자아이는 그 여자아이를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고 있었다!
  • 통통하게 생긴 남자아이는 줄을 끌어당기면서 소리를 질렀다.
  • “송청청, 너는 지금 내 강아지야, 강아지는 짖어야 돼! 빨리 한번 짖어 봐!”
  •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4살짜리 그 여자아이는 얼굴이 꼬질꼬질했다.
  •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코입이 선명하여 분명 미인 형 얼굴이었다.
  • 송청청은 남자아이가 묶은 줄이 목을 조여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 통통하게 생긴 남자아이는 불만스러워하면서 재촉했다.
  • “송청청, 아비도 없는 게, 빨리 강아지처럼 짖으라니깐! 안 짖으면 애들 앞에서 너 때릴 거야…”
  • 송청청은 눈이 빨개지면서 울기 시작했다.
  • “아니야, 나 아빠 있어! 있다고…”
  •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너는 아비가 없어! 빨리 짖어 보라니깐!”
  • 그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 주위의 꼬마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 바로 그때, 진영과 송영정은 교실 입구에 서 있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송영정은 낯빛이 어두워지면서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 딸을 품에 안았다.
  • 그녀는 목에 묶여 있는 줄을 풀었다. 그녀는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했다.
  • “청청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 송청청은 엄마를 보자 바로 눈물을 쏟아 내면서 말했다.
  • “엉엉…엄마, 장소명이 나는 아빠가 없다면서 강아지처럼 짖으래. 만약 짖지 않으면 애들 앞에서 나 때리겠다고 했어…”
  • 뭐라고?
  • 송영정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그녀는 장소명이라는 아이가 평소에 유치원에서 자신의 딸애를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이렇게까지 딸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줄은 몰랐다.
  • 송영정은 딸아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토닥여주었다.
  • “청청아, 우리 청청이 아빠 있어!”
  • 송청청은 엉엉 울면서 말했다.
  • “아니야, 청청이는 아빠가 없어…”
  • 진영 역시 속상한 마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말했다.
  • “아니야, 우리 청청이 아빠 여기 있잖아!”
  • 송영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맞아, 청청이 아빠가 여기 있네? 이제 막 제대하고 돌아오셨어!”
  • “아빠…”
  • 송청청은 진영의 품에 폭 안겼고 진영은 그런 딸을 꼭 끌어안았다.
  • 청청이는 기뻐하면서 짧은 두 팔로 진영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 진영은 딸아이를 품에 안고 딸이 하는 말에 따뜻하게 한마디 한마디 모두 대답해 주었다.
  • 송영정은 옆에서 딸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감격스러워했다.
  • 딸아이가 4살이 되도록. 한 번도 아빠의 품에 안겨본 적이 없었다.
  • 송청청은 진영이를 꼭 끌어안고 끊임없이 아빠를 외쳤다.
  • 이 어린아이가 처음으로 이토록 행복해하고 처음으로 이렇게 뿌듯해하였다.
  • 청청히는 고개를 돌려 그 남자아이를 보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 “봤지, 우리 아빠야! 나도 아빠 있어!”
  • 그 남자아이는 바로 반박했다.
  • “너희 아빠 아니거든, 우리 엄마가 말했어, 너희 엄마가 남자를 꼬셔서 너를 낳았다고, 너는 아빠 없거든!”
  • 진영은 그 말을 듣고 낯빛이 어두워졌다.
  • 송영정은 참지 못하고 그 남자아이를 혼냈다.
  • “꼬마야, 계속 이렇게 나쁜 말을 하면 선생님한테 이른다? 선생님께서 너를 혼내실 거야!”
  • 그 남자아이는 깜짝 놀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 “우리 아들, 누가 괴롭혔어!”
  • 바로 이때 어디선가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려왔다.
  • 풍채가 좋은 한 중년 여성이 액세서리를 몸에 휘감고 씩씩 화를 나면서 들어왔다.
  • 한눈에 봐도 비교적 부유해 보이는 그녀는 그 남자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아들을 데리러 온 것이다.
  • 그 남자아이는 엄마를 보자 송영정을 가리키며 울었다.
  • “엄마, 저 사람이 나 혼냈어! 나 때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