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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귀가

  • 성지연은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속에서 반지를 하나 꺼내 신태한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네가 반지의 주인이 될 거야. 수납 주머니를 사용하는 것과 같아. 나와 언니를 반지에 넣고 너 혼자 올라가.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돼. 여기는 거대한 요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야.”
  •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곧바로 신태한과 반지 사이의 연결이 형성되었다. 반지 안의 공간은 꽤 작았다. 고작 방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 신태한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전설 속의 저장 반지는 바다처럼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았다.
  •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담을 수 있는 저장용 마법 도구라니, 신태한은 놀라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일반적인 수납 주머니도 굉장히 귀한 물건으로, 그것도 선산의 문파들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었다.
  • 그렇기에 살아있는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저장용 마법 도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그는 성지연의 말에 따라 두 여인을 저장 반지에 넣었다. 그가 반지를 끼자, 놀랍게도 그 반지는 그의 손가락에서 흔적을 감추었다.
  • 그 모습에 신태한은 몰래 신기해했다. 곧이어 그는 아버지가 준 단약을 꺼내 먹고 충분한 체력을 얻은 뒤, 이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심연을 벗어나기 위해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 이는 그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절벽을 오르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다. 검은 죽음의 기운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어려움만 더 커진 것이었다.
  • 그렇게 하루 밤낮을 힘겹게 절벽을 오른 신태한은 드디어 절벽 위에 다다를 수 있었다.
  • 사실 그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맥 덕분에 절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영기를 흡수해 몸속의 피로를 제거할 수 있었던 터라, 그는 내내 힘이 넘쳤다.
  • 절벽을 올라간 신태한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는 반지 안에 있는 백인아와 성지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들을 느낄 수는 있었다.
  • “누님들, 신공과 마공은 언제 전수해 주실 겁니까?”
  • 신태한은 조바심이 나서 물었다. 그는 그 신공과 마공이라는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 “너는 몸이 너무 약해서 아직은 내 마공을 수련할 수 없다.”
  • 백인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성지연이 말했다.
  • “내 신공은 언제든지 수련할 수 있어. 네가 집에 돌아가면 시작하자. 그때 너한테 연단과 제약도 가르쳐 줄게.”
  • 그 말에 신태한은 기뻐하며 집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 남무국의 남쪽에 위치한 강호성은 인구 백만 명의 번성하고 거대한 도시였다. 이곳은 남무국에서 유명한 무도 가문인 신씨 가문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 신씨 가문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강력한 힘과 두터운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가문이었다.
  • 수천 년 동안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신씨 가문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또한 신씨 가문은 한 나라와 맞먹는 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강호성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 신씨 가문 장원만 하더라도 수천 마지기에 달하는 땅을 차지하고 있었고, 장원 안에는 수많은 정원과 꽃밭, 그리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있어 누군가 신씨 가문에 잠입하려 해도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 천호원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신경호의 저택이었다. 그는 신씨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거대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 신태한은 돌아오자마자 급히 서재로 달려갔다. 그는 아버지가 그곳에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 신경호가 웃으며 말했다.
  • “이 녀석, 드디어 돌아왔구나. 미인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이지? 송씨 가문의 여식을 기억하느냐? 네 아내가 될 그 아이 말이다.”
  • 그런 그의 말에 신태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순간 한 어여쁜 소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그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였다.
  • “아버지… 송민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 신태한이 물었다. 그 소녀는 송씨 가문이 애지중지하는 여식으로, 어렸을 때 신씨 가문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 그때 신태한은 매일 그녀와 함께 놀았었다. 두 사람은 꽤 잘 어울려 놀았고, 그러다 결국 혼약을 맺었었다. 신경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 아이가 장원에 와있다. 네가 떠나고 바로 도착했는데, 너를 보고 싶다며 어찌나 난리던지.”
  • 말을 마친 신경호는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에 신태한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 바깥 정원에는 한 여인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은 온통 새하얀 옷차림에 머리에는 황금빛 장신구를 달고 있었는데, 그의 선녀 같은 모습에 신태한은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그 여인은 겨우 열네, 열다섯 살 정도로 보였는데, 눈처럼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 창문을 통해 신태한을 본 소녀의 예쁜 얼굴에 기쁨이 한가득 떠오르더니, 그를 향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 “태한 오빠!”
  • 소녀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 같았다. 신태한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비록 한창 자랄 나이였지만, 아직 성장 중이지만, 분위기나 외모 모두 반지 속의 두 미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더욱이 소녀는 완전히 다 자란 것도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 신태한은 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 “정말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더니! 예전의 그 작은 꼬맹이가 이렇게 어여쁜 여인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