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네가 반지의 주인이 될 거야. 수납 주머니를 사용하는 것과 같아. 나와 언니를 반지에 넣고 너 혼자 올라가.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안 돼. 여기는 거대한 요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야.”
피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곧바로 신태한과 반지 사이의 연결이 형성되었다. 반지 안의 공간은 꽤 작았다. 고작 방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신태한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전설 속의 저장 반지는 바다처럼 넓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담을 수 있는 저장용 마법 도구라니, 신태한은 놀라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반적인 수납 주머니도 굉장히 귀한 물건으로, 그것도 선산의 문파들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었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생명을 담을 수 있는 저장용 마법 도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성지연의 말에 따라 두 여인을 저장 반지에 넣었다. 그가 반지를 끼자, 놀랍게도 그 반지는 그의 손가락에서 흔적을 감추었다.
그 모습에 신태한은 몰래 신기해했다. 곧이어 그는 아버지가 준 단약을 꺼내 먹고 충분한 체력을 얻은 뒤, 이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심연을 벗어나기 위해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그에게는 하나의 큰 도전이었다. 절벽을 오르는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다. 검은 죽음의 기운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어려움만 더 커진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밤낮을 힘겹게 절벽을 오른 신태한은 드디어 절벽 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사실 그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맥 덕분에 절벽을 오르는 과정에서 많은 영기를 흡수해 몸속의 피로를 제거할 수 있었던 터라, 그는 내내 힘이 넘쳤다.
절벽을 올라간 신태한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는 반지 안에 있는 백인아와 성지연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들을 느낄 수는 있었다.
“누님들, 신공과 마공은 언제 전수해 주실 겁니까?”
신태한은 조바심이 나서 물었다. 그는 그 신공과 마공이라는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너는 몸이 너무 약해서 아직은 내 마공을 수련할 수 없다.”
백인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성지연이 말했다.
“내 신공은 언제든지 수련할 수 있어. 네가 집에 돌아가면 시작하자. 그때 너한테 연단과 제약도 가르쳐 줄게.”
그 말에 신태한은 기뻐하며 집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남무국의 남쪽에 위치한 강호성은 인구 백만 명의 번성하고 거대한 도시였다. 이곳은 남무국에서 유명한 무도 가문인 신씨 가문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신씨 가문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강력한 힘과 두터운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가문이었다.
수천 년 동안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신씨 가문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신씨 가문은 한 나라와 맞먹는 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강호성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다.
신씨 가문 장원만 하더라도 수천 마지기에 달하는 땅을 차지하고 있었고, 장원 안에는 수많은 정원과 꽃밭, 그리고 산과 물이 어우러져 있어 누군가 신씨 가문에 잠입하려 해도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천호원은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신경호의 저택이었다. 그는 신씨 가문에서 꽤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거대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아버지, 저 돌아왔어요!”
신태한은 돌아오자마자 급히 서재로 달려갔다. 그는 아버지가 그곳에 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신경호가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 드디어 돌아왔구나. 미인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 모양이지? 송씨 가문의 여식을 기억하느냐? 네 아내가 될 그 아이 말이다.”
그런 그의 말에 신태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순간 한 어여쁜 소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는 그가 대여섯 살쯤 되었을 때였다.
“아버지… 송민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신태한이 물었다. 그 소녀는 송씨 가문이 애지중지하는 여식으로, 어렸을 때 신씨 가문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신태한은 매일 그녀와 함께 놀았었다. 두 사람은 꽤 잘 어울려 놀았고, 그러다 결국 혼약을 맺었었다. 신경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아이가 장원에 와있다. 네가 떠나고 바로 도착했는데, 너를 보고 싶다며 어찌나 난리던지.”
말을 마친 신경호는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에 신태한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깥 정원에는 한 여인이 우아한 걸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은 온통 새하얀 옷차림에 머리에는 황금빛 장신구를 달고 있었는데, 그의 선녀 같은 모습에 신태한은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겨우 열네, 열다섯 살 정도로 보였는데, 눈처럼 하얀 피부에, 아름다운 얼굴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창문을 통해 신태한을 본 소녀의 예쁜 얼굴에 기쁨이 한가득 떠오르더니, 그를 향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태한 오빠!”
소녀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만 같았다. 신태한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는 비록 한창 자랄 나이였지만, 아직 성장 중이지만, 분위기나 외모 모두 반지 속의 두 미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더욱이 소녀는 완전히 다 자란 것도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신태한은 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었다.
“정말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아름다워진다더니! 예전의 그 작은 꼬맹이가 이렇게 어여쁜 여인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