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은 땅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신태한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이에 신태한은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무시당한 것이다.
잠시간 넋이 나가 있던 신태한은 뒤늦게야 이 깊은 심연 아래가 온통 폐허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수많은 균열과 움푹 팬 곳들이 있었고, 돌조각들이 바닥에 가득 널려 있었으며, 돌조각들 사이에는 갈기갈기 찢긴 흰색 비단도 여기저기 섞여 있었다. 마치 전투가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그는 그것이 두 여인의 전투로 인한 것이리라 추측했다. 또한 그로 인해 옷이 찢어진 것일 거라고 말이다.
비록 이 두 명의 절세 미녀가 왜 이 심연 아래에서 싸우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태한은 그들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그것도 그의 이해 범위를 초월해 땅이 흔들릴 만큼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이지 미녀는 재앙이라는 말이 맞네. 나를 이렇게 떨어뜨리다니 말이야. 다행히도 목숨이 질겨 죽지는 않았군!”
신태한은 속으로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두 명의 신비한 여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신태한은 눈앞에 있는 두 구의 흠잡을 데 없는 몸뚱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심스레 두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신마절벽 옆의 심연은 지옥이라고 불렸지만, 현재 그 지옥 아래에 있는 신태한은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는 신성한 하얀빛을 발하는 물웅덩이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물웅덩이 옆에는 옷을 입지 않은 두 명의 절세 미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두 명의 여인도 그제야 멀지 않은 곳에서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이에 그녀들은 몹시 분노했다. 그럼에도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녀들의 어여쁜 얼굴은 강한 살기로 가득했고,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찬 채 그를 비스듬히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누님들, 두 분… 춥지 않으십니까? 왜 옷을 입지 않으신 겁니까? 저는 꽤 추운 것 같은데요.”
신태한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던 그때,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에 얼굴 가득 한기를 띤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네 놈에게 뼈가 녹는 고통을 주어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게 만들어주지.”
여인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지만,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옥에 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표정이나 분위기 또한 사람을 천 리 밖으로 밀어내는 차가움을 가지고 있었고, 차갑게 번뜩이는 두 눈에는 짙은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봐, 감히 가까이 다가온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다른 여인이 나직이 말을 내뱉었다. 여인의 목소리는 은방울처럼 아름다웠고, 매혹적인 분위기에 쳐다보고만 있어도 혼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름답고 요염한, 뼛속까지 매혹적인 절세의 미인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장면은 신태한 같이 경험 없는 소년에게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비록 그는 스스로를 정인군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열한 사람도 아니었다. 두 여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악용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신태한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두 분, 그… 저는 고의가 아닙니다. 절벽 위에서 약초를 캐다가 진동 때문에 이곳에 떨어진 겁니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지요.”
신태한은 말을 내뱉으며 커다란 겉옷을 두 개 꺼내 들고 차가운 여인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녀들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이에 그녀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우선은 그녀들의 알몸을 겉옷으로 가려주려 했던 것이다.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신태한에게 몸을 내보이게 된 차가운 여인은 그저 눈을 감고 신태한의 뜨거운 시선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온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한기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에 신태한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신태한은 식은땀을 흘리며 약간은 아쉬운 듯 차가운 여인의 몸 위에 큰 겉옷을 덮어주었다.
이에 그녀는 살짝 콧방귀를 뀌더니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전처럼 살기가 가득하지 않았다.
신태한은 이어서 그 매혹적인 여인 옆으로 다가갔다. 매혹적인 여인은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태한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에야 들고 있던 큰 겉옷을 그녀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이 같은 신태한의 행동에 두 여인은 속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또한 조금 전 그를 위협했던 것과 그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도 느꼈다.
만약 신태한이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두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태한이 자신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 자제력에 그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재 자신들의 상태가 남자에게 얼마나 큰 유혹인지는 그녀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분은 여기 아래에 오래 계셨습니까? 어떻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까? 저는 계속 여기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입니다!”
신태한은 조금 낙담한 듯 말했다. 그러자 매혹적인 여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꼬맹아, 보아하니 너는 영맥이 없어 이번 생에는 무술 강자의 경지에 오를 수 없겠구나! 하지만 말이야… 내가 너한테 지양 신맥을 한 줄기 줄 수 있어. 너한테 강력한 신공을 전수해 주고, 연단과 제약을 가르쳐서 너를 강한 무사로 만들어 줄 수 있지.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