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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두 여인

  • 두 여인은 땅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신태한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 이에 신태한은 무시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무시당한 것이다.
  • 잠시간 넋이 나가 있던 신태한은 뒤늦게야 이 깊은 심연 아래가 온통 폐허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여기저기 수많은 균열과 움푹 팬 곳들이 있었고, 돌조각들이 바닥에 가득 널려 있었으며, 돌조각들 사이에는 갈기갈기 찢긴 흰색 비단도 여기저기 섞여 있었다. 마치 전투가 있었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
  • 이에 그는 그것이 두 여인의 전투로 인한 것이리라 추측했다. 또한 그로 인해 옷이 찢어진 것일 거라고 말이다.
  • 비록 이 두 명의 절세 미녀가 왜 이 심연 아래에서 싸우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태한은 그들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 그것도 그의 이해 범위를 초월해 땅이 흔들릴 만큼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정말이지 미녀는 재앙이라는 말이 맞네. 나를 이렇게 떨어뜨리다니 말이야. 다행히도 목숨이 질겨 죽지는 않았군!”
  • 신태한은 속으로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 그럼에도 그는 이 두 명의 신비한 여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신태한은 눈앞에 있는 두 구의 흠잡을 데 없는 몸뚱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심스레 두 여인을 향해 다가갔다.
  • 신마절벽 옆의 심연은 지옥이라고 불렸지만, 현재 그 지옥 아래에 있는 신태한은 마치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
  • 이곳에는 신성한 하얀빛을 발하는 물웅덩이가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물웅덩이 옆에는 옷을 입지 않은 두 명의 절세 미녀가 있다는 것이었다.
  • 그 두 명의 여인도 그제야 멀지 않은 곳에서 뜨거운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 이에 그녀들은 몹시 분노했다. 그럼에도 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그녀들의 어여쁜 얼굴은 강한 살기로 가득했고, 두 눈은 분노로 가득 찬 채 그를 비스듬히 노려보고 있었다.
  • 하지만 그녀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 “누님들, 두 분… 춥지 않으십니까? 왜 옷을 입지 않으신 겁니까? 저는 꽤 추운 것 같은데요.”
  • 신태한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 그러던 그때,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에 얼굴 가득 한기를 띤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 “한 발짝만 더 다가오면, 네 놈에게 뼈가 녹는 고통을 주어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게 만들어주지.”
  • 여인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했지만,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옥에 티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녀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표정이나 분위기 또한 사람을 천 리 밖으로 밀어내는 차가움을 가지고 있었고, 차갑게 번뜩이는 두 눈에는 짙은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 “이봐, 감히 가까이 다가온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 다른 여인이 나직이 말을 내뱉었다. 여인의 목소리는 은방울처럼 아름다웠고, 매혹적인 분위기에 쳐다보고만 있어도 혼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 그녀는 아름답고 요염한, 뼛속까지 매혹적인 절세의 미인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장면은 신태한 같이 경험 없는 소년에게는 엄청난 유혹이었다.
  • 비록 그는 스스로를 정인군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열한 사람도 아니었다. 두 여인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악용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 신태한은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는 공손하게 말했다.
  • “두 분, 그… 저는 고의가 아닙니다. 절벽 위에서 약초를 캐다가 진동 때문에 이곳에 떨어진 겁니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운이지요.”
  • 신태한은 말을 내뱉으며 커다란 겉옷을 두 개 꺼내 들고 차가운 여인 쪽으로 다가갔다.
  • 그는 그녀들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이에 그녀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우선은 그녀들의 알몸을 겉옷으로 가려주려 했던 것이다.
  • 이렇듯 가까운 거리에서 신태한에게 몸을 내보이게 된 차가운 여인은 그저 눈을 감고 신태한의 뜨거운 시선을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 그녀의 온몸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한기와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 이에 신태한은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신태한은 식은땀을 흘리며 약간은 아쉬운 듯 차가운 여인의 몸 위에 큰 겉옷을 덮어주었다.
  • 이에 그녀는 살짝 콧방귀를 뀌더니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전처럼 살기가 가득하지 않았다.
  • 신태한은 이어서 그 매혹적인 여인 옆으로 다가갔다. 매혹적인 여인은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 그 매혹적인 모습에 신태한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에야 들고 있던 큰 겉옷을 그녀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 이 같은 신태한의 행동에 두 여인은 속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또한 조금 전 그를 위협했던 것과 그를 떨어뜨린 것에 대해 약간의 죄책감도 느꼈다.
  • 만약 신태한이 운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아마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 두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태한이 자신들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 자제력에 그녀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현재 자신들의 상태가 남자에게 얼마나 큰 유혹인지는 그녀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두 분은 여기 아래에 오래 계셨습니까? 어떻게 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까? 저는 계속 여기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입니다!”
  • 신태한은 조금 낙담한 듯 말했다. 그러자 매혹적인 여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 “꼬맹아, 보아하니 너는 영맥이 없어 이번 생에는 무술 강자의 경지에 오를 수 없겠구나! 하지만 말이야… 내가 너한테 지양 신맥을 한 줄기 줄 수 있어. 너한테 강력한 신공을 전수해 주고, 연단과 제약을 가르쳐서 너를 강한 무사로 만들어 줄 수 있지.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