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진기의 불
- 신태한이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자신들을 신경 쓰지 않자, 신지훈과 그 소녀는 꽤 화가 난 듯했다. 하지만 신지훈은 성주의 딸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에 그는 신태한을 향해 다가갔다.
- “손님, 여기 주문하신 영약 모종입니다.”
- 그러던 그때, 조금 전 그 여인이 다가오더니 수납 주머니에서 종이로 감싼 모종을 여러 개 꺼냈다.
- 신태한이 영약 모종을 사러 왔다는 사실에 신지훈은 적잖이 놀랐다. 그럼에도 그는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다.
- “신태한, 영맥도 없으면서 무슨 영약을 키울 생각을 하는 거야. 설마 네가 연단사라도 되려고? 웃기는군.”
- 영단각 안에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 또한 아니었다. 게다가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였던 탓에, 영맥이 없는 사람이 연단사가 되려 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호기심에 저도 모르게 이쪽을 쳐다보았다.
- 신태한은 성 내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필경은 그의 할아버지가 족장인 데다, 그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인물인데 반해 유독 신태한만은 영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이에 사람들은 신씨 가문의 족장이나 신경호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숨을 쉬기 일쑤였다.
- 신태한은 아무 말 없이 돈을 주고는 영약 모종을 챙겨 넣었다. 사람들의 시선에도 그저 보고도 못 본척했다.
- 그렇게 그곳을 떠나려는데, 신지훈이 또 냉소를 터트리며 말을 내뱉었다.
- “고작 쓸모없는 놈 한 명한테 아무리 영약을 많이 써봤자 다 낭비지.”
- 신태한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영맥이 없다는 걸로 몇 마디 조롱하는 것쯤은 참고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를 쓸모없는 놈이라고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 사람들은 신씨 가문의 자제들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을 보고는 다들 속으로 재미있어했다. 그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기는 셈이었기 때문이었다.
- 신태한은 몸을 돌려 거만한 모습의 신지훈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펼쳤다. 그러자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뜨거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더니 눈 깜빡할 사이에 사람들은 마치 찜통 속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 현재 영단각 안에는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그 불꽃이 평범한 불꽃이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는 분명히 연단에 최적화된 불꽃이었다.
- “신지훈, 어디 이 쓸모없는 놈이 내뿜는 진기의 불을 한 번 맞아볼 테냐?”
- 신태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냉랭하게 말했다. 진기의 불은 희귀하고도 특수한 공법을 수련해야만 모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선천적으로 진기를 불꽃으로 바꾸는 능력을 타고난 경우였다.
- 신태한과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던 신지훈은 현재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져 있는 상태였다. 이는 계산대에 있던 그 아름다운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얇은 옷이 향기로운 땀에 흠뻑 젖어 매혹적인 곡선을 드러냈다.
- 그 엄청난 불꽃에 영단각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넋이 나가 있었다.
- “이게… 당장 멈추시오. 이러다 내 영단각이 불에 타겠소!”
- 어디선가 나타난 노인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신태한의 손에서 불꽃이 사라졌다.
- 이에 영단각 안의 사람들도 다들 충격에서 빠져나왔다. 그들은 조금 전 그 불꽃에서 신태한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 “신지훈, 이 쓸모없는 놈의 불꽃도 무서운 거냐? 그럼 너는 뭐지? 쓸모없는 놈보다도 못한 존재인가?”
- 신태한은 냉소 지었다.
- 반면에 신지훈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미치지 않은 이상은 아무도 그런 불꽃을 맞아볼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성주의 딸도 입이 떡 벌어진 채, 놀란 표정으로 신태한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그 불꽃의 힘을 알아볼 수 있었다.
- 이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조금 전 자신이 신태한을 무시했었기 때문이었다. 신태한이 힘을 숨기고 있었던 것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 “각주님… 이 소년은…”
-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신태한 뒤에 있는 작은 체구에 흰옷을 입은 노인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 하지만 노인은 그저 신태한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눈빛 속에는 충격과 기쁨이 가득했다.
- 그 노인은 영단각의 각주로, 유명한 연단사였다. 하지만 그는 신태한의 할아버지와 약간의 원한이 있었다.
- “이보게, 젊은이, 내 제자가 되어줄 수 있겠나?”
- 노인이 물었다. 그러자 영단각 1층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흠칫 몸을 떨었다.
- ‘각주가 제자를 받겠다고 말하다니!’
- 영단각의 각주가 직접 누군가에게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말한 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영단각 각주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세가의 자제들을 한 줄로 세운다면, 아마 그 줄이 성문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 모두가 놀라 굳어버렸다. 그들은 신태한의 잠재력에 놀란 것이었다. 비록 영맥은 없지만, 진기의 불을 다룰 수 있는 그는 연단사가 보기에 확실히 훌륭한 유망주였다.
- 하지만 신태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 “그러고는 싶지만, 각주님과 제 할아버지가 원수지간인지라, 각주님을 스승으로 모실 수는 없습니다.”
- 말을 마친 신태한은 그대로 몸을 돌려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반면에 사람들은 신태한이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 하지만 각주의 한숨 소리가 들리자, 다들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각주의 제자가 되는 것을 거절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이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태한을 할아버지의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큰 기회를 놓친 바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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