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그저 잠깐 같이 사는 것일 뿐
- 송윤아는 시아그룹을 떠난 뒤 유씨 가문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휴대폰을 켜 서울의 전세 정보를 찾았다.
- 비록 그녀는 유씨 가문의 운전 기사와 실수로 결혼을 했다지만, 그녀는 유씨 가문에서 살 수 없었다. 만약 실수로 집주인과 맞닥뜨린다면 그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 그녀의 어머니는 몇 년 전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영성의 한 개인 병원에 누워 있는데, 매달 적지 않은 치료 비용이 들었다.
- 송윤아는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 어머니의 병원비를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평소 아끼고 절약한다면 아마 남은 돈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결코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딱 필요할 때에만 썼다.
- 이번 달에 그녀는 방금 막 병원비를 냈기 때문에 수중에 남은 돈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집을 알아볼 때 더욱 신중을 가해야만 했다.
- 한참 동안 전세 정보를 살펴본 후, 송윤아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좋은 아파트를 골랐다. 집과 주변 환경을 보고 그녀는 만족스럽게 보증금을 내고 집을 맡았다.
- 그제서야 송윤아는 유보겸에게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는 유보겸의 연락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와 유보겸은 합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한 낯선 사람일 뿐이었다.
- 두 사람은 서로의 전화번호도 없을 정도로 가깝지만 먼 남남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짐은 아직 유씨 가문에 있으니, 그녀는 짐을 가지러 유씨 가문에 가야만 했다.
- 유씨 가문.
- 유설희는 빙그레 웃으며 송윤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 “우리… 오… 아니, 내가 찾아준 남자랑 동거하기로 한 거야? 정말 잘됐어.”
- 유설희는 자기의 오빠가 드디어 연애를 할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쉽게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유설희는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아주 가까이에서 두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만 싶었다.
- 송윤아는 그녀가 한껏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과도하게 흥분을 한 게 아닌지 싶었다.
- 지금 그녀는 진짜로 혼인 신고를 한 것이 유설희가 고의로 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 “아니, 난 여기에서 사는 게 조금 불편해.”
- 송윤아가 말했다.
- “뭐가 불편해? 우리 집이 바로 네 집이야.”
- 유설희가 다급히 말했다.
- “유씨 가문에 있는 게 불편해서 그래.”
- 송윤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그 말에 유설희는 송윤아가 자신의 오빠와 동거를 한다면 두 사람의 감정이 더더욱 무르익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그녀를 더 이상 막지 않았다.
- 그런 생각에 유설희는 캐리어를 밀면서 말했다.
- “그래, 그럼 나가서 살도록 해. 내가 주소를 적어놨으니 다음에 너를 보러 갈게, 빨리 가.”
- 유씨 가문을 떠난 후, 송윤아는 유보겸 생각이 났다.
- 비록 그들은 위장 부부이지만, 그녀는 어쨌든 유씨 가문에서 살지 않기로 했으니 유보겸에게 알려야 했다.
- 조금 전 집을 떠날 때 그녀는 유설희에게 그의 연락처를 물었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보겸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잠시 후, 휴대폰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 잠시 후에 다시 걸어 주십시오.”
- 그러자 송윤아는 눈살을 찌푸리고 전화를 끊었다.
- ‘바쁜가 보군. 그럼 이사나 먼저 해야지.’
- 짐을 전부 아파트로 옮긴 후, 송윤아는 다시 한번 유보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뜻밖에도 똑같은 말만 반복될 뿐이었다.
- ‘벌써 두 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통화하고 있어?’
- 유보겸은 겉으로 보기에는 사람들과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았다.
- ‘됐어, 낯선 남자랑 연락을 자주 할 필요 없어. 어쨌든 그 남자를 약혼식에만 데리고 가면 돼.”
- 곧, 송윤아는 유보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 그녀가 맡은 아파트는 지대가 높아 올라가야 할 계단이 여러 개여서 택시가 집 앞까지 가지 못해 그저 길목에서 내려 혼자 캐리어를 끌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캐
- 리어를 들고 어렵게 계단을 오르던 송윤아는 캐리어가 훨씬 무거워진 듯한 느낌에 몇 걸음 걸어도 숨이 차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 멀지 않은 곳, 신호등 너머로 유보겸의 롤스로이스가 때마침 그녀 곁을 지나갔다.
- “대표님, 송윤아 씨입니다.”
- 방민이 귀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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