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혼인관계증명서는 가짜가 아니야
- 평소에 항상 신중하고 보수적이던 송윤아는 자신의 행동에 큰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늘은 정말 모든 한계를 돌파하고 모든 체면을 구긴 날이었다.
- 송윤아는 자신의 손에 샤워 타올이 쥐어져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유보겸에게 건넸다. 그녀의 작은 얼굴엔 홍조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 “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 ‘젠장, 제발 살려줘. 이러면 내가 정말 변태 관음증 환자 같잖아.’
- 유보겸은 침착하게 가운을 걸치고 허리띠를 꼭 묶었다. 검은 가운은 그를 차갑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물들였다.
- 그는 몸을 돌려 욕실을 나섰다. 송윤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리를 뒤뚱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눈앞의 훤칠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 나간 후, 그녀는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 “이리 와.”
- 유보겸은 의약상자를 들고 소파 앞으로 다가갔다.
- 송윤아는 까치발을 하고 의자에 앉았다.
- 잠시 후, 유보겸은 의약상자를 열었다. 그는 그녀의 몸에 꼭 끼는 바지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 그는 몸을 돌려 가위를 가져왔다.
- “뭐하려고요?”
- 순간, 송윤아는 온몸이 굳어졌다.
- ‘설마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곳을 보았다고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 그때, 유보겸은 가위로 그녀의 바지를 찢어버렸다.
- 상처가 너무 위쪽에 있고 상처가 다리 밑까지 나 있는지라 하마터면 그녀의 꽃무늬 팬티가 보일 뻔했다.
- 순간, 송윤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잠깐만요.”
- “움직이지 마.”
- 유보겸은 큰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내리누르며 말했다.
- “움직일 수가 없어요.”
- 그는 손에 가위를 들고 있었다. 송윤아는 행여 그가 실수로 가위로 찌를까 봐 당연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 그녀는 몸이 굳은 채로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녀는 유보겸이 상처를 처리해주기만을 기다렸다.
- 송윤아는 실수로 유보겸의 그것을 보았고, 이제 유보겸도 그녀의 다리를 보았으니 어쨌든 두 사람은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는 것이다.
- 송윤아의 희고 긴 다리에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 현재,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송윤아는 그 틈을 타 유보겸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 그녀는 유설희가 보여준 그의 사진을 봤었는데 그 사진은 유보겸 미모의 10분의 1 밖에 담지 못했다. 그의 오똑한 콧날과 실루엣은 하나님의 정성이 깃든 걸작처럼 보였다.
- ‘운전기사… 아주 잘생겼네.’
- 유보겸은 면봉 몇 개를 꺼내 소독약을 묻힌 다음 그녀의 무릎을 잡고 상처 부위를 닦아주었다.
- 날카로운 자극에 송윤아는 하마터면 유보겸이 일부러 그랬다고 의심할 뻔했다.
- ‘아… 아파. 좀 살살해주세요.”
- 송윤아는 고통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 상처를 치료하는 내내 송윤아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녀는 울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그녀의 희고 작은 얼굴은 아주 가련해보였다.
- “아플 테니까 좀 참아.”
- 송윤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고 참았다.
- 잠시 후, 치료가 끝나자 유보겸은 의약 상자를 치우면서 말했다.
- “끝났어. 상처는 이틀 동안 물에 닿지 말아야 해.”
- “고마워요.”
- “잠깐 얘기 좀 해.”
- 유보겸이 불쑥 한마디했다.
- “무슨 얘기요?”
- 송윤아는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 ‘설마 나한테 배상하라고 하려는 건가?’
- 그녀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할 때 고액의 병원비가 필요했던 탓에 송윤아는 혼자 밖에서 돈을 벌며 평소 아껴 먹고 아껴 쓰면서 병원비를 모았었다. 때문에 현재 그녀에게는 돈이 전혀 없었다.
- 돈은 없어도 목숨만은 하나 남아있었다.
- 송윤아는 의심이 가득한 눈망울로 유보겸을 바라보았다. 유보겸은 팔짱을 끼고 천천히 말했다.
- “우리는 현재 혼인 신고까지 전부 마친 상태야. 우린 합법적인 부부라고.”
- ‘혼인 신고까지 전부 마친 합법적인 부부?’
- 순간, 송윤아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 잠깐, 그 혼인관계증명서는 가짜가 아니었던가? 그건 유설희가 대신 만들어준 가짜 증명서였다. 때문에 아무런 법적인 효력은 없을 거라고 했었다.
- 유보겸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그는 유설희가 이렇게 한 목적이 자신을 돕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자기 인생을 지배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서울의 한 지사로 피신했다. 때문에 그의 할아버지는 이제 유보겸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다.
- 하지만 조금 전, 그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는 할아버지가 다신 자기의 인생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미리 괜찮은 여자를 찾아 자기 옆자리를 내어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유설희의 절친이라면 아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 “네가 내 아내가 되었으니 우리는 계약이 필요해.”
- 유보겸이 강하게 말을 이어갔다.
- “잠깐만.”
- 송윤아는 잠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한껏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우리 혼인 신고는 가짜 아니에요?”
- “누가 가짜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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