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용품이지 뭐야? 무려 일곱 벌이나 넣었어. 하루에 한 벌씩 입으면 돼. 일주일은 충분할 거야. 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몇 세트 더 보내줄게.]
그녀의 답장에 송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현재 유설희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필요없어.]
[왜 필요없어? 넌 지금부터 결혼한 남편이랑 다음 달까지 성공적으로 뱃속에 아이를 품어야 해. 그때면 두 사람이 약혼식을 올릴 테니까 넌 왼손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아이를 만지면서 약혼식에 참석하는 거야. 그러면 그 쓰레기 커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어.]
송윤아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그녀는 유설희와 자신은 생각이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유설희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연애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비록 그녀는 연애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았고 남자친구와 실질적인 진전도 없었지만, 이런 방면에서는 유난히 방탕해 마치 연애 고수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그녀와 이 가짜 유보겸은 그저 일시적으로 혼인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어쩌면 유민호와 송서민이 성공적으로 약혼하고, 그녀가 유보겸을 데리고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두 사람에게 보란듯이 복수를 한 후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송윤아는 유설희와 문자를 주고받느라 유보겸이 발걸음을 멈춘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만 유보겸의 품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좋은 냄새가 그녀의 코를 휘감았다. 유보겸은 키가 아주 컸는데 마치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 송윤아는 얼굴이 불타올랐다. 마치 온몸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윽.”
송윤아는 고통에 이마를 쓰다듬었다.
“죄송해요.”
그녀는 몇 발자국 뒷걸음치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유보겸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송윤아가 자신을 몇 번이고 유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저급한 수법이다. 그는 이미 그녀의 속셈을 전부 꿰뚫어보았다.
“어디로 가?”
유보겸이 물었다.
그 말에 송윤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앞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가면 돼요.”
그렇게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송윤아는 감히 이제 더 이상 휴대폰을 만지지도 못했다.
마침내 그들은 아파트로 들어왔다.
엘리베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유보겸이 캐리어를 이리저리 들어올릴 필요도 없고, 아까와 같은 곤경에 처할까 봐 두렵지 않았다.
사실, 유보겸은 여태까지 그녀를 도와주면서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마치 그의 뼛속까지 신사적인 풍모가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유민호와는 딴판이었다.
그는 자신을 부잣집 도련님으로 여기며 늘 고상한 척하며 여태까지 이런 일을 도운 적이 없었다.
순간, 송윤아는 유보겸에게 조금 호감을 느꼈다.
아파트 문을 열자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방은 한 칸 짜리 원룸으로 침대와 소파 등 심플한 가구가 있어 밝고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예전에 송윤아는 이곳이 꽤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보겸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아파트에는 가구가 비치되어 있지만 일부 침구류와 기타 물건들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송윤아는 캐리어를 옆에 두고 유보겸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설희가 그에게 자기 집 주소를 알려줬을 거라고 생각해 유보겸이 자신과 같이 살러 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언제 이사 올 생각이에요?”
송윤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입을 여는 군.’
유보겸의 시선은 송윤아의 배에 꽂혔다.
“이사를 온다고?”
송윤아는 유보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시선이 아주 날카롭다고만 생각했다.
“네. 전 유씨 가문에서 살지 않을 건데, 지금 저한테 온 걸 보면 저랑 같이 살자는 뜻 아니에요?”
송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이사를 오는지 물어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일도 괜찮고 모레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후부터는 시아그룹에 벽화를 그리러 가야해요. 그래서 같이 짐을 옮겨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