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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거듭 그를 유혹하다

  • 잠시 후, 유설희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 [성인 용품이지 뭐야? 무려 일곱 벌이나 넣었어. 하루에 한 벌씩 입으면 돼. 일주일은 충분할 거야. 왜?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럼 몇 세트 더 보내줄게.]
  • 그녀의 답장에 송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머릿속으로 현재 유설희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니. 필요없어.]
  • [왜 필요없어? 넌 지금부터 결혼한 남편이랑 다음 달까지 성공적으로 뱃속에 아이를 품어야 해. 그때면 두 사람이 약혼식을 올릴 테니까 넌 왼손으로 남편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아이를 만지면서 약혼식에 참석하는 거야. 그러면 그 쓰레기 커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어.]
  • 송윤아는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 그녀는 유설희와 자신은 생각이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유설희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연애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비록 그녀는 연애를 한 번밖에 하지 않았고 남자친구와 실질적인 진전도 없었지만, 이런 방면에서는 유난히 방탕해 마치 연애 고수처럼 느껴졌다.
  • 게다가 그녀와 이 가짜 유보겸은 그저 일시적으로 혼인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 어쩌면 유민호와 송서민이 성공적으로 약혼하고, 그녀가 유보겸을 데리고 그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두 사람에게 보란듯이 복수를 한 후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 송윤아는 유설희와 문자를 주고받느라 유보겸이 발걸음을 멈춘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만 유보겸의 품속으로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 좋은 냄새가 그녀의 코를 휘감았다. 유보겸은 키가 아주 컸는데 마치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
  • 순간, 송윤아는 얼굴이 불타올랐다. 마치 온몸에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 “윽.”
  • 송윤아는 고통에 이마를 쓰다듬었다.
  • “죄송해요.”
  • 그녀는 몇 발자국 뒷걸음치며 말했다.
  •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유보겸은 한껏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송윤아가 자신을 몇 번이고 유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정말 저급한 수법이다. 그는 이미 그녀의 속셈을 전부 꿰뚫어보았다.
  • “어디로 가?”
  • 유보겸이 물었다.
  • 그 말에 송윤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앞을 가리켰다.
  • “이쪽으로 가면 돼요.”
  • 그렇게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다. 송윤아는 감히 이제 더 이상 휴대폰을 만지지도 못했다.
  • 마침내 그들은 아파트로 들어왔다.
  • 엘리베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유보겸이 캐리어를 이리저리 들어올릴 필요도 없고, 아까와 같은 곤경에 처할까 봐 두렵지 않았다.
  • 사실, 유보겸은 여태까지 그녀를 도와주면서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 마치 그의 뼛속까지 신사적인 풍모가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유민호와는 딴판이었다.
  • 그는 자신을 부잣집 도련님으로 여기며 늘 고상한 척하며 여태까지 이런 일을 도운 적이 없었다.
  • 순간, 송윤아는 유보겸에게 조금 호감을 느꼈다.
  • 아파트 문을 열자 방이 한눈에 들어왔다.
  • 방은 한 칸 짜리 원룸으로 침대와 소파 등 심플한 가구가 있어 밝고 깨끗한 느낌을 주었다.
  • 예전에 송윤아는 이곳이 꽤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유보겸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 아파트에는 가구가 비치되어 있지만 일부 침구류와 기타 물건들은 모두 새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 송윤아는 캐리어를 옆에 두고 유보겸을 힐끔 쳐다보았다.
  • 그녀는 유설희가 그에게 자기 집 주소를 알려줬을 거라고 생각해 유보겸이 자신과 같이 살러 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 “언제 이사 올 생각이에요?”
  • 송윤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 ‘드디어 입을 여는 군.’
  • 유보겸의 시선은 송윤아의 배에 꽂혔다.
  • “이사를 온다고?”
  • 송윤아는 유보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시선이 아주 날카롭다고만 생각했다.
  • “네. 전 유씨 가문에서 살지 않을 건데, 지금 저한테 온 걸 보면 저랑 같이 살자는 뜻 아니에요?”
  • 송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언제 이사를 오는지 물어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있었다.
  • 그녀는 잠시 고민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갔다.
  • “내일도 괜찮고 모레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후부터는 시아그룹에 벽화를 그리러 가야해요. 그래서 같이 짐을 옮겨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 그러면서 송윤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 “아니면 내일로 하죠.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