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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랑 결혼하려는 이유

  • 사실 차지태는 알고 있었다. 그날 자신과 밤을 보낸 여자가 유하빈이라는 사실과 유하빈의 정체에 대해서.
  • 그녀에 대해 뒷조사를 하던 중, 생각보다 과거에 공백이 많고 알아낼 수 없는 사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차지태는 비밀이 많은 유하빈에게 흥미가 생겼다.
  • 남자친구도 있는 그녀가 왜 그날 밤 그곳에 나타나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게 됐는지 이유를 캐내려고 했으나 어떤 세력이 일부러 정보를 막고 있는 듯했다.
  •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유하빈이 직접 그의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 그리고 한 달 후, 차지태는 JK 그룹 장남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게 되었다.
  • JK 그룹 장남은 분명히 그 여자와 사귀는 사이라고 들었는데 뜬금없이 W&K 그룹의 딸과 결혼을 한다고?
  • 차지태는 직감적으로 그 여자가 나타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시끌벅적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미친 짓이었다.
  • 여태 단 한 번도 공개적인 파티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던 그가 전례를 깨고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하다니.
  • 그것도 오직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 지난 기억을 되짚어보던 차지태는 자신의 멍청함에 저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흘렸다.
  • “왜 웃어요? 내 말이 장난 같아요?”
  • 그의 웃음이 자신을 비꼬는 것이라 오해한 유하빈이 순간 발끈하며 따져 물었다.
  • 차지태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눈을 들어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나랑 결혼하려는 이유가 진도영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인가?”
  • “……”
  • 진도영?
  • 유하빈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 그의 입에서 진도영의 이름이 나올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 “보아하니 내가 당신의 생각을 정확히 맞춘 것 같군.”
  • 차지태는 헛웃음을 지었다.
  •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실망? 아니, 애초에 기대를 한 적도 없었다.
  • 단지 호기심일 뿐이었다.
  • 그는 자신의 주위를 호시탐탐 맴돌며 단 하나의 빈틈이라도 생기면 밀고 들어오려는 여자들이 수두룩한 현실에서 살고 있었다.
  • 그랬기에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도 연락처 하나 남기지 않고 오히려 도망을 친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생각을 할까 더더욱 궁금했다.
  • 그 여자가 다시 한번 그의 앞에 나타날 때는 반드시 어떠한 조건을 갖고 올 것이 분명한데 과연 그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도 궁금했다.
  •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음을 발견했을 때, 그는 이상한 희열감마저 느껴졌다.
  • 마치 계속해서 사냥꾼을 피해 도망치던 토끼 한 마리가 스스로 덫에 걸려들었음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 “그게 아니라……”
  • “그래요, 결혼합시다.”
  • 변명하려던 유하빈의 말을 끊은 차지태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 그를 제외한 모두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 “진심이에요?”
  • 유하빈은 그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 차지태는 대답 대신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 “뭐…… 뭐 하는……”
  • 유하빈은 그의 급작스러운 접근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했지만, 차지태는 여전히 말없이 다가가기만 했다.
  • 그리고 두 사람의 콧방울이 곧 닿으려는 찰나, 아슬아슬한 위치에 멈춰 선 차지태가 입꼬리를 쓱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