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양지아
- 전담 운전기사에 그를 지키던 보디가드까지.
- 그의 아내가 되었으니 형식적인 호의를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는 수작인지.
- 차지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하지만 왠지 그 남자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굴러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대표님, 괜찮으시겠어요?”
- 회사로 가는 길, 김정혁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음?”
- 김정혁의 질문에 차지태는 시선을 차창밖에 둔 채 되물었다.
- “양지아 아가씨 말입니다…… 대표님께서 다른 분과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큰 충격을 받으실 텐데.”
- 양지아……
- 어릴 때부터 차지태를 지독하게 쫓아다녔던 여자였다.
- 선천적으로 허약한 몸 때문에 자주 집 밖에 나오진 못하지만, 차지태와 연관된 일이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제 몸을 불사르는 사람이었다.
- 노인네와 친분이 두터운 한양 일보 회장이 끔찍이 아끼는 막내 손녀이기도 했고 그녀에게 빚을 진 것도 있었기에 차지태는 차마 양지아를 밀어낼 수 없었다.
- 그녀에게 이성적인 호감은 없으나 워낙 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수한 여자애였기 때문에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던 차지태는 그녀에게 제 곁에 머무를 수 있는 권한 아닌 권한을 주게 되었고 제삼자가 봤을 때는 어쩌면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여자에게 철벽을 치기로 유명한 남자가 오직 양지아 한 사람한테는 관대했으니까.
-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을 연인이라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노인네와 한양 일보 회장 또한 차지태와 양지아의 혼사를 추진하려고 계획한 적도 있었다.
- 하지만 차지태는 단호하게 거절했고 양지아는 차지태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며 자신의 순애보 같은 사랑을 또 한 번 증명했다.
- “양지아가 내 여자친구는 아니잖아. 내가 뭘 하든 그 애한테 허락을 맡아야 하는 건가?”
- 차지태의 단호한 대답에 김정혁은 순간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 그의 사과에 차지태는 침묵으로 대응했다.
- 김정혁의 추측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 차지태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양지아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 그녀의 삶은 차지태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니까, 그녀에게는 차지태가 우주이자 법이었다.
- “오늘 미팅 몇 시부터 시작이지?”
- “오후 한 시부터 시작입니다, 대표님.”
- 오후에 열릴 미팅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던 김정혁과 차지태는 어느새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 대표님의 등장에 비서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고 차지태는 고개를 까닥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 “손 이사가 투자를……”
-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차지태의 말이 뚝 끊겨버렸다.
- 김정혁은 무슨 상황인지 살펴보기 위해 무심코 사무실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리고 그제서야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양지아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 “짜잔! 놀랐지, 오빠? 오빠한테 서프라이즈 주려고 일부러 비서들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어!”
- 비서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 평소에 차지태의 사무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외부인은 양지아가 유일했기에 비서들은 양지아가 차지태의 여자친구라고 오해했을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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