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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녀의 “생존법칙”

  • “회사는 너의 놀이터가 아니야.”
  • 그러나 애간장을 녹이는 양지아의 애교에 돌아오는 건 차지태의 냉정한 대꾸였다.
  • 그 쌀쌀맞은 말투에 양지아는 물론, 김정혁 또한 깜짝 놀랐다.
  • 무뚝뚝한 사람이어도 그녀한테 차갑게 대한 적은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싸늘함에 양지아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오빠, 화났어? 미안해, 다신 안 그럴게!”
  • 어쩌면 오늘 기분이 별로여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기에 양지아는 차지태 앞으로 다가가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 “오늘은 바쁘니까 먼저 돌아가.”
  •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지태는 여전히 쌀쌀맞았고 그녀의 손길을 매정하게 밀어냈다.
  • ‘내가 뭘 잘못했을까?’
  • ‘오늘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걸까?’
  • ……
  • 수천수만 가지의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 이러다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양지아는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 그러나 차지태는 여자의 눈물에 쉽게 마음이 약해지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는 그녀는 차마 마음대로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 “알았어, 오빠. 나중에 봐!”
  • 결국 그녀는 착한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로 제 감정을 숨기고 그의 말을 따라 시야에서 사라져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 그래야만 그의 곁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이것이 그녀의 “생존법칙”이었다.
  • “김비서님,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오빠 잘 부탁드려요!”
  • 활짝 웃으며 김정혁에게도 작별 인사를 한 양지아는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을 지켜보던 김정혁은 저도 모르게 짠한 감정을 느꼈다.
  • 그저 인사치레일 수도 있으나 양지아를 마주칠 때면 그녀는 늘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안부를 묻곤 했다.
  •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여자를 대표님은 어쩜 이렇게 매정하게 대하시는 걸까.
  • 게다가 오늘 그 수상한 여자한테는 먼저 손까지 내밀지 않으셨던가……
  • 한편, 사무실 밖으로 나온 양지아는 긴 손톱이 손바닥을 날카롭게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 차지태와 알고 지낸 15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차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
  • 그것이 비록 사랑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오늘처럼 쌀쌀맞게 군 적은 없었다.
  •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녀가 차지태의 곁을 떠나있는 동안,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고 그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 설마 여자가 생긴 건가?
  • 양지아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주위의 상황은 신경조차 쓰지 못하고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동자만 굴렸다.
  • 그녀가 불안할 때면 습관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었다.
  • “앗, 죄송합니다!”
  • 이때, 비서 하나가 급하게 뛰어오다 구석에 서있는 양지아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비서를 노려보던 양지아는 본능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을 높이 쳐들었다.
  • 그 상황을 모르고 있던 비서는 양지아가 아무 말이 없자 살짝 고개를 들었다.
  • 그 순간, 살기가 등등한 양지아의 눈빛과 하늘 높이 쳐든 손에 화들짝 놀랐다.
  • “이지은씨, 괜찮아요?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요?”
  • 잔뜩 겁에 질린 채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비서는 갑작스러운 다정한 목소리에 놀라 다시 고개를 들었다.
  • 그곳에는 천사처럼 웃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양지아가 서있었다.
  • 마치 조금 전에는 자신이 꿈을 꾼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반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