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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

  • 그녀는 분명 협박을 하고 있었다.
  •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금 당장 회사에서 잘릴 거라고.
  • 양지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이라 변명해도 대표님이 피를 흘리는 제 여자친구 대신 그녀의 말을 진실이라 판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 이지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최선을 다해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졸업하고 제타에 입사하게 되어 드디어 효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 지금 회사에서 잘리면 그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게다가 요즘 같은 취업난에 한창 주가를 올리는 제타에서 잘린 이력으로 다른 회사에 입사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울 것이 분명했다.
  • “알……겠습니다.”
  • 탓하려면 자신의 불운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 “잘 생각했어요. 이지은씨.”
  • 이지은이 결국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양지아는 사악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또다시 천사 같은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었다.
  • **
  • “여기 주세요, 사모님. 제가 들어드릴게요.”
  • 밖에서 대기하는 노아가 너무 오래 기다릴까 내심 걱정된 유하빈은 얼마 없는 짐을 캐리어에 구겨 넣고 방을 나섰다.
  • “아니에요……”
  •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사모님.”
  • 노아는 사양하려는 유하빈의 말을 정중히 끊었다.
  • 더 말해봤자 고집을 꺾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하빈은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노아에게 건넸다.
  •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사는 두 여자가 호텔 밖으로 나오자 얼른 뛰어가 캐리어를 건네받아 차 트렁크에 넣었다.
  • “사모님,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 “네, 부탁드릴게요.”
  • 차에 탄 유하빈은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라디오 음악을 들으며 덧없는 상념 속에 빠져들었다.
  • 그러다 쌓인 피곤이 해일처럼 몰려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 기사는 사모님이 잠에 든 것을 발견하고 눈치껏 조용히 라디오를 끄고 차를 평소보다 더욱 안정적으로 몰았다.
  •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유하빈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깊은 잠을 자고 있는 듯했다.
  • 무척이나 곤히 자는 모습에 차마 깨울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유하빈이 잠에서 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 그러다 결국 세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 똑똑-
  • 창문에 기댄 채 여전히 꿈나라에 빠져있던 유하빈은 갑자기 귓가에 전해지는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
  • 그리고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잠도 제대로 깨지 못한 상태로 눈만 휘둥그레 뜨고 밖을 내다봤다.
  • “오셨습니까, 도련님!”
  • 이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노아는 서둘러 차에서 내려 남자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남자는 시선을 여전히 차 안의 여자에게 둔 채 고개만 까닥이고는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 “안 내릴 거예요?”
  • 더 이상 버티고 앉아있다가는 곧 강제로 차 문을 벌컥 열어젖힐 것 같은 기세에 유하빈은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차에서 내렸다.
  • “출근했던 거 아니었어요? 차지태……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 아직도 잠이 덜 깬 건지 이미 어둑어둑한 하늘을 보고도 눈을 비비며 횡설수설하는 그녀였다.
  • 그런 하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차지태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 무의식적인 몸의 반응에 스스로도 깜짝 놀란 그는 표정을 감추려 고개를 홱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