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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왜 고유진을 괴롭혀?

  • 분노의 외침 소리에 더 많은 돌멩이가 날아왔다. 고미진은 다급히 얼굴을 감싸며 쏜살같이 차에 올라탔다.
  • “빨리 가!”
  • 차가 달리기 시작해서야 고미진은 몸에 생겨난 멍들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 “미치겠네. 분명히 고유진 그 나쁜 년의 짓일 거야!”
  • 갑자기 차가 멈춰 섰다.
  • “어떻게 된 거야!”
  • “죄송합니다.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 고미진은 운전 기사에게 화풀이했다.
  • “차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타이어가 터진 줄도 몰라? 인제 어떻게 할 거야?”
  • 기사는 자신의 과실을 인식하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 “아가씨, 제 잘못 맞습니다. 이미 다른 차를 불렀으니 곧 도착할 겁니다.”
  • 중도에 서 버린 차를 보면서 세 꼬맹이는 서로 마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 정씨 가문 별장에서.
  • 별장으로 돌아온 고미진은 화난 기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예전의 부드러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 올려다보니 3층 서재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녀는 금방 끓인 제비집을 받쳐 들고 서재로 걸어가 심호흡 한 번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이현 씨, 제가 제비집을 끓여왔어요. 좀 쉬다가 일하세요.”
  • 예전 같으면 정이현은 고개도 들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웬일로 파일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들고 눈앞의 여자를 가늠했다.
  • 그의 시선은 고미진을 기쁘게 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 어깨를 덮는 긴 머리, 뽀얀 피부, 섹시한 목욕 가운… 고미진의 모습은 누가 봐도 빠져들 만했다. 하지만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짙은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렴해 보이는 이런 차림새가 그는 정말 싫었다.
  • ‘고유진과는 비교도 안 되지.’
  • 정이현은 흠칫 놀랐다.
  • ‘그런데 내가 왜 그 여자 생각을 하지?’
  • 괜히 몸이 화끈거리는 통에 더 짜증이 난 그는 자꾸 앞에서 부자연스럽게 알짱거리는 고미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 “나가.”
  • 고미진의 얼굴에 차츰 웃음이 사라졌다.
  •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한테 반응을 보였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한 거야?’
  • “이현 씨…”
  • 고미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쟁반을 내려놓고는 다가가서 정이현을 안으려고 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기도 전에 정이현이 손으로 막는 바람에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 결벽증이 있는 정이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물티슈로 손에 묻은 향수 냄새를 열심히 닦아내면서 차갑게 말했다.
  • “네가 무슨 신분인지 잊지 마.”
  • 고미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다.
  • “이현 씨,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저는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해요.”
  • 정이현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고미진은 이를 악물고 몸에 걸쳤던 가운을 벗었다.
  • “이현 씨, 부탁해요.”
  • 정이현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역겨운 표정으로 돌아서서 나갔다.
  •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그는 걸음을 멈추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 “이게 마지막이야. 다음에 또 이러면 그 결과는 네가 책임져.”
  • 말을 마치고 그는 ‘쾅’하고 문을 걷어 닫았다.
  • “이현 씨!”
  • 고미진은 서럽게 울부짖었지만, 남자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 다음날 정이현은 평소보다 좀 늦게 회사에 왔다.
  • 자리에 도착하자 컴퓨터 화면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정이현은 굳은 표정으로 컴퓨터를 확인했다. 모니터에는 두 줄의 글이 나타났다.
  • 하나는 한 시간 전에 들어온 메시지였다.
  • [대마왕.]
  • 또 하나는 조금 전에 들어온 메시지였다.
  • [해가 중천에 떴는데 아직도 출근 안 했어? 우리가 널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알아. 이 게으름뱅이야.]
  • ‘또 그들이네?’
  • 정이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무슨 일이야?]
  • 둘째가 다리를 꼬고 앉아 퉁명스레 대답했다.
  • [너 아직 모르나 본데, 네 여자 보고 우리 여자한테서 멀리 떨어지라고 해. 또 와서 성가시게 굴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 셋째도 마음속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 [다음에 또 그러면 네 카드 잔액을 ‘0’으로 만들어 버리겠어.]
  • 맏이가 한마디 더 경고했다.
  • [그리고 너, 너도 우리 여자한테서 떨어져.]
  • 말을 마치고 맏이는 과감하게 전원을 끊고 대화를 중단했다.
  • 정이현은 손가락으로 쉴 새 없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 ‘고유진? 하, 이 여자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뒤에서 이 여자를 봐주는 사람은 또 누구지?’
  • 잠시 후 정이현은 내선 버튼을 눌렀다.
  • “들어와.”
  •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 빛의 속도로 들어온 양림은 안색이 어두운 정이현을 보며 생각했다.
  • ‘또 어떤 재수 없는 놈이 당하려나?’
  • 정이현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 “고미진이 요즘 뭘 하고 다니는지 알아봐.”
  • “네.”
  • 명령을 받은 양림은 속으로 궁금했다.
  • ‘대표님이 갑자기 왜 고미진에게 신경 쓰시지?’
  • 10분 후 양림이 조사한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
  • “대표님, 조사한 내용들입니다.”
  • 정이현은 대충 훑어보고는 바로 안색이 흐려지더니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 회사에서 나온 정이현은 차를 몰고 집으로 갔다.
  • 그 시각 고미진은 방안에서 디자인 감상 관련 책을 읽고 있었다.
  • 고유진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실력을 갖추어 자랑스럽게 정이현 옆에 서고 싶었다. 그녀는 트로피아내는 되기 싫었다.
  • 문이 벌컥 열리자 어느 철없는 고용인인 줄 알고 화를 내려던 고미진은 문 어귀에 서 있는 정이현을 돌아보고는 바로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쁨에 겨워 말했다.
  • “이현 씨, 왜 돌아오셨어요?”
  • 정이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 “넌 내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나 보네?”
  • 고미진은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여전히 미소를 띠고 말했다.
  • “이현 씨, 도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이러지 마세요. 무서워요.”
  • 정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고미진을 노려보았다.
  • “누가 너더러 내 뒤를 밟으라고 했어? 또 고유진은 왜 찾아가서 귀찮게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