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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엄마, 못난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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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블루

Last update: 2023-10-26

제1화 일곱 쌍둥이

  • “아악!”
  •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고유진을 꿰뚫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 그녀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마치 흉포한 늑대처럼 그녀의 허리를 잡은 채 그녀를 가졌다.
  • 그녀의 마음은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 오늘은 그녀가 서울 디자인 대학교의 입학 통지서를 받은 날이었다. 그녀의 약혼자인 임찬혁은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이곳으로 그녀를 불렀다.
  • 하지만 이곳으로 들어오자마자 낯선 남자에 의해 침대에 밀쳐질 줄이야…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위에 올라탄 남자는 드디어 그녀를 놓아주고 깊은 잠에 빠졌다.
  • 고유진은 힘겹게 그를 밀어내고 휘청거리며 방에서 도망쳐 나갔다.
  • 그녀의 옷은 흐트러져 있었고 두 눈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 멍청이가 보아도 그녀가 무슨 짓을 당한 건지 알아차릴 수 있을 법한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 구석에 숨어 있던 고미진은 휴대폰을 들고 처참한 고유진의 사진을 한 장 또 한 장 찍고 있었다.
  • 그녀의 얼굴에 피어오른 악독한 미소는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 이 사진들을 기자들에게 넘겨준다면 고유진은 더 이상 고씨 가문에 남을 수 없을 것이다!
  • 고유진이 멀리 도망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서서히 방문 앞으로 다가가 방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딸깍.
  • 그녀는 불을 켰다.
  • 침대 위의 남자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고미진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 끈적거리는 공기를 없애려는 듯이 손을 휘휘 젓더니 카드 한 장을 남자의 몸 위로 던졌다.
  • “잘했어. 카드 안에 600만 원을 이체해 두었어.”
  • 그때, 남자가 몸을 뒤척이자 강인하고 잘생긴 얼굴이 고미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 방을 떠나려던 고미진은 순간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이, 이 남자는 정이현?!’
  • 정도 그룹의 총수이자 오만하고 독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는 능력이 무척 뛰어나 한국인 중에서도 신분의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있는 남자였다!
  • ‘왜 이 남자가 이 방에 들어온 거지?
  • 고유진 이 빌어먹을 계집애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야!’
  • 8개월 뒤.
  • 제일 병원의 병실.
  • 커다랗게 부른 배를 안고 침대에 기대앉은 고유진은 온화한 표정으로 자신의 배를 쳐다보며 가볍게 쓰다듬었다.
  • 그날 밤 고미진이 설계한 함정에 빠져 몹쓸 짓을 당한 뒤로 그녀의 약혼자는 파혼을 제기했고 그녀는 아버지에 의해 고씨 가문에서 쫓겨나 오갈 데가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 모든 사람은 고미진을 믿어주었고 고유진이 겉보기에만 착해 보이는 동생이 설계한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을 잃었으며 집을 잃었다…
  • 그녀의 세상이 하루아침에 180도로 뒤바뀌어 버렸던 것이다.
  •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바로 그날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의사는 그녀에게 무척 보기 드문 다섯쌍둥이라 알려 주었다.
  • 비록 뜻밖에 벌어진 사고였고 아이들의 아빠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이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죄도 없는 이 다섯 생명을 낳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겠다 마음먹었다.
  • 쾅—
  • 바로 그때, 갑자기 병실의 문이 열렸다.
  • 들어오는 사람을 발견한 고유진은 무의식적으로 부른 배를 보호하며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 “고미진? 누가 여기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했지? 얼른 꺼져.”
  • 고미진은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엉덩이를 흔들며 침대 앞으로 다가오더니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이고, 착한 언니. 화내지 마. 언니를 찾느라 무척 고생했단 말이야. 하지만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건 언니에게 알려 줄 좋은 소식이 있기 때문이야.”
  • 화를 내는 고유진을 보면서 고미진은 더욱 득의양양해졌다.
  • “아빠는 이미 언니의 소유로 되어있던 모든 지분을 전부 나에게 넘겨주었어. 이제 내가 고씨 가문의 큰 아가씨야. 나는 앞으로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거라고.”
  • 말을 하던 고미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고유진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 “하지만 언니는 참 안 됐어. 정체조차 알 수 없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도 모자라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덜컥 임신해 버렸으니. 쯧쯧… 정말 불쌍하네.”
  • 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런 말들은 그녀의 마음에 아무런 동요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 “말 다 했어? 다 했다면 이만 꺼져줘.”
  • “흥.”
  • 고미진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위협했다.
  • “언니는 이제 고씨 가문의 큰 아가씨가 아니야. 그러니 잘난 척은 집어치워. 맞다. 언니에게 알려줘야 할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 고미진은 위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 “그날 벌어졌던 일은 언니의 재산을 얻기 위해서 나와 찬혁 오빠가 함께 꾸민 일이야.”
  • 그 말을 들은 고유진의 마지막 방어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 “뭐라고?! 믿을 수 없어! 난 믿지 않을 거야! 찬혁 오빠가 나에게 그럴 수는 없어… 아!”
  • 극심한 정서적 불안감에 이내 고유진의 배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 “아파, 배가 너무 아파…”
  • 불룩 솟아있는 그녀의 배를 쳐다보는 고미진의 눈빛 속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번뜩였다.
  • 분만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왔다.
  • 간호사는 두 아이를 안고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미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 “고미진 씨, 고유진이 일곱 쌍둥이를 낳았어요. 나머지 다섯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 “일곱 쌍둥이?”
  • “그래요. 검사를 할 때 두 아이가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나 봐요. 분만할 때가 되어서야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 고미진의 두 눈이 번뜩였다.
  • “고유진은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 “그녀는 모르고 있어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 걸요.”
  • 울고 있는 아이를 받아 안은 고미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 “그럼 남은 다섯 명의 아이를 전부 처리해 버려요. 깨끗하게 처리한다면 당신에게 보상을 두둑이 해드릴게요.”
  • “네, 고미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