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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성공적으로 그의 흥미를 이끌어 낸 여자

  • 정이현의 눈빛은 싸늘하고도 위협적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시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 고유진은 줄곧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거의 미칠 것만 같았다.
  • 그녀가 걱정하던 일이 결국 벌어졌던 것이다! 그녀의 아이들은 정말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많이도 안겨주고 있었다.
  • 어쩐지 정이현이 이 시간에 그녀의 집까지 찾아올 리가 없다 생각했는데. 연속이나 이틀 그의 재무팀 인터넷을 해킹했다니. 그녀였다면 벌써 하늘을 뒤엎을 정도로 난리를 부렸을 것이다.
  • 그녀의 아이들은 어쩌다 정이현과 맞서게 된 걸까?
  • 비록 의문스러웠지만 고유진은 여전히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 “그랬군요. 그럼 정 대표님께서 들어와서 확인하시면 되겠네요. 하지만 이건 예삿일이 아니니 정 대표님께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고유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사람을 모함하지 않는 편이니.”
  • 정이현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 방 안의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고급스러웠다. 독특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스타일은 그녀와 꽤 어울리는 것이었다.
  •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 정이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고유진을 훑어보았다. 그녀가 너무 잘 숨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 그 시각, 방에 있던 세 어린이는 문에 기대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 둘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 “대마왕이 감히 엄마를 괴롭힌다면 우리가 얼른 뛰쳐나가자.”
  • 첫째는 충동적으로 굴고 있는 둘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 “안 돼. 우리는 이미 엄마에게 약속했으니 약속을 어겨서는 안 돼. 대마왕을 혼내고 싶다면 방법은 앞으로도 많을 거야.”
  • 셋째도 큰 형의 말에 동의했다.
  • “우리는 엄마의 말을 들어야 해.”
  • 대마왕은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세 아이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갔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방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 정이현은 웃는 듯 마는 듯 고유진을 훑어보더니 성큼성큼 그 방으로 걸어갔다.
  •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정도로 깜짝 놀란 고유진이 비명을 질렀다.
  • “정 대표님, 그 방에는 들어가면 안 돼요.”
  • 정이현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 “음? 고유진 씨는 무엇을 걱정하고 계시는 거죠?”
  • “걱정은 무슨. 그저 남자인 당신이 갑작스럽게 여자의 방에 들어가는 건 좋지 못한 것 같은데요?”
  • 고유진은 아예 정이현의 앞을 막아섰다.
  • “고유진 씨는 지금 마음이 켕겨서 그러는 건가요? 조금 전 이미 이유를 설명했잖아요. 이 방은 오늘 반드시 살펴봐야겠으니 고유진 씨는 저를 막지 말아 주십시오.”
  • 정이현의 말투에는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 고유진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쌀쌀맞게 되물었다.
  •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당신에게는 저의 허락이 없이 집을 살펴볼 권리가 없어요!”
  • “하, 그럼 당신이 몇 번이고 정도 그룹을 해킹한 짓은 어떻게 설명할 거죠?”
  • 두 사람의 싸늘한 시선은 이미 공중에서 수많은 불꽃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서로 지려 하지 않았다.
  • 정이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그렇다면 법정에서 만나죠!”
  • “기다리겠어요.”
  • 고유진은 조금도 겁내지 않았다. 법정에서 만날지언정 그녀의 아이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 바로 그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 고유진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 하지만 방에서 나오는 사람을 보게 된 그녀는 눈에 띄게 시름을 놓았다.
  • 도우미 연지현이 작은 나뭇가지를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유진에게 말했다.
  • “도대체 어디서 고양이가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고양이를 내쫓았어요.”
  • 고유진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 “고생했어요. 일 보세요.”
  • 분명 똑똑하기 이를 데 없는 세 아이가 꾀를 냈을 것이다.
  • “알겠어요.”
  • 뒤돌아선 고유진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정이현을 마주했다.
  • “정 대표님께서도 이미 보셨으니 더 이상 헛소리를 하지 못하시겠죠. 밤이 늦었으니 이만 가주세요.”
  • 정이현은 방 안과 고유진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 그의 눈빛 속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
  • “그럼 이만.”
  • 정이현은 방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 확신하고 있었다. 고유진은 긴장한 표정을 그에게 들켰던 것이다.
  • 정이현이 떠난 뒤 고유진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단숨에 물을 한 컵 다 마셔버리고 나서야 긴장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 그녀는 곧바로 아이들을 불렀다.
  • “아가, 조금 전에는 답답했지?”
  • “엄마, 우리는 괜찮아요.”
  • 고유진은 세 아이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어째서 정도 그룹을 해킹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어.”
  • 고유진은 무척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 “내일 반드시 해킹으로 빼앗아 온 20억 원을 돌려줘야 해. 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이번에 엄마는 정말 많이 화가 났어!”
  • 둘째가 고개를 숙였다.
  • “엄마, 우리가 잘못했으니 화내지 말아요. 우리는 그저 엄마를 위해 돈을 벌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럼 엄마가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 첫째도 잘못을 뉘우쳤다.
  •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 셋째는 고유진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 “엄마, 화내지 말아요. 우리가 얌전하게 굴게요.”
  • 고유진은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 “그래, 엄마 화내지 않을게.”
  • 이튿날, 정도 그룹.
  • 아침 일찍 재무팀의 팀장은 얼굴에 즐거운 미소를 띤 채 잰걸음으로 대표 사무실까지 달려왔다.
  • 그는 얼굴에 피어난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정이현에게 말했다.
  • “대표님, 해커가 20억 원을 돌려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인 줄 착각하고 생긴 헤프닝이었다고 하더군요.”
  • 잠시 멈칫하던 정이현이 말했다.
  • “가 봅시다.”
  • 다시 재무팀의 컴퓨터 앞에 앉은 정이현은 그들의 컴퓨터를 해킹하는 대신 문자를 썼다.
  • [누굴 찾으려는 거지? 어쩌면 내가 당신들을 도와줄 수 있어.]
  • 첫째가 혐오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회사의 방화벽마저 지켜내지 못하는 자가 그를 돕겠다고? 천하의 우스갯소리가 따로 없었다.
  • 그는 오만한 자태로 답장을 보냈다.
  • [필요 없어.]
  • 그러고는 컴퓨터를 껐다.
  •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이 나쁜 남자를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 정이현은 까맣게 변한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핑계는 그럴싸하지도 못했다.
  • ‘하, 그리고 고유진은… 성공적으로 내 흥미를 이끌어 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