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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소중한 사랑

  • “와...”
  • 순간 장내는 시끌벅적해졌다.
  • ‘고유진이 이번 행사의 주최 측 책임자란 말이야?’
  •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이 순간 고유진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피었고 한 쌍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그녀의 온몸에서 내뿜어지는 분위기는 너무나 도도하고 고결했다. 마치 속세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 순수한 그 모습은 마치 그림 한 장을 펼쳐놓은 듯했다.
  • 모두의 경탄스러운 시선 속에서 고유진은 천천히 무대로 올라갔다.
  •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품평회의 책임자 고유진이라고 합니다.”
  • 무대 아래에 있던 고미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이번 행사의 책임자가 고유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고씨 가문에서 내쫓긴 주제에 어떻게 이번 디자인 품평회의 책임자가 될 수 있었던 거지? 심지어 밀레이 대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 정이현은 순간 멍해 있다가 차츰 입꼬리가 올라갔다.
  • ‘고유진이 책임자였다니...’
  • 정민우와 정민섭은 더욱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고유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역시 우리 생각이 맞았어. 아줌마는 정말 대단해.’
  • 무대 위의 고유진은 주위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 “이번 행사의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저의 최신작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이 작품을...”
  •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애써 미소를 띠며 말했다.
  •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드립니다.”
  • ‘사랑하는 사람?’
  • 그 말에 정이현은 순간 멈칫했다.
  • ‘설마 남자친구가 있는 건가?’
  • 고미진은 그 말을 듣자 속으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
  • ‘그들을 위해서 만든 거였구나.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한다니 그 사랑은 영원히 찾지 못하게 할 거야.’
  • 이때 스태프가 최신 디자인 작품을 들고 무대에 올라와 사람들 앞에 선보였다. 무대 뒤의 대형 스크린에도 이 작품을 띄웠다.
  • 그 작품을 보자 모두 깜짝 놀랐다.
  • 이 작품의 디자인은 밀레이 대가의 작품과 그야말로 막상막하였다.
  • 장내의 사람들은 고유진이 주최 측 책임자인 동시에 밀레이 대가와 견줄 수 있는 디자이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디자인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입을 열었다.
  • “이 몇 년 동안 이토록 감정 색채가 짙은 작품이 나온 적이 없었는데 진짜 믿어지지 않네요.”
  • 재계의 오너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단언컨대 이 작품이 발매된다면 반드시 새로운 보석 판매 기록을 달성할 거예요.”
  • 고유진의 이 디자인은 펜던트나 액세서리 등 여러 주얼리 제품에 활용할 수 있었다. 크기도 조절할 수 있어 실용성 또한 아주 뛰어났다.
  • 그녀가 오늘 선보인 것인 펜던트를 위주로 한 것이었다.
  • 담황색 토파즈로 만들어진 펜던트의 본체에는 은은한 계수나무꽃이 조각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월궁항아와 옥토끼의 무늬도 있었다.
  • 작품이 전시되는 도중에 스크린에 띄워진 영상은 자연 만물의 변화로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감정을 한편의 단편 영화처럼 섬세하게 보여주었다.
  • 우수에 가득 찬 장내의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셨다.
  • 이러한 변화에 정민우와 정민섭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 ‘아줌마의 재능은 진짜 대단해. 만약 우리가 디자인했다면 이런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 정이현 역시 실눈을 뜬 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이때 조명이 차츰 어두워지고 스크린에는 몽롱한 달그림자만 남겨져 있었다. 그 위에는 하늘하늘한 여자의 그림자가 비쳐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 갑자기 고유진의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저격했다.
  •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공간에서도 저 달빛은 영원하기를...”
  • 말이 끝나자 장내의 모든 조명이 켜졌다.
  • 무대 위는 이미 텅 비어 있었고 아름다웠던 조금 전의 화면은 마치 꿈인 듯했다.
  • 장내의 사람들은 조금 전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디자인 품평회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진짜 너무 몽환적이에요.”
  • “이 디자인을 보고나니까 왠지 모르게 가족이 그리워지는데요.”
  •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고유진의 재능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이번 디자인 품평회는 사람들 마음속에 수많은 사색과 여운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 집에서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세 쌍둥이도 엄마의 감성에 젖어 들어 오직 한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 ‘반드시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찾고야 말 거야!’
  • 정민우와 정민섭은 모두가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 또다시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 그들은 고유진을 쫓아 호텔 정문까지 따라왔다.
  •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 “아줌마!”
  • “너희들 어떻게 왔어?”
  • 고유진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있는 형제들을 바라보며 애써 슬픔을 감춘 채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무슨 일 있어?”
  • 정민우가 입을 열었다.
  • “아줌마의 디자인이 너무 좋아서 찾아왔어요. 아줌마 지금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 때문에 슬퍼하는 거예요? 아줌마가 이토록 뛰어나니까 반드시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 고유진은 너무나 감동되었다.
  • “고마워.”
  • 그녀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손을 뻗어 두 형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 정민우와 정민섭은 그녀의 친절한 손길에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고유진을 바라보았다.
  • 정민섭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이건 우리가 아줌마한테 드리는 거예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말을 마치자 그는 손에 든 그림을 고유진에게 건네주었다.
  • 거기에는 조금 전 무대 위에 서 있던 고유진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아름답고도 날씬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했다.
  • 고유진은 이들 형제가 이토록 마음이 깊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생동감 있게 그린 걸 보면 재능이 타고난 듯했다.
  •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와. 너희들 진짜 너무 대단해. 고마워. 아줌마도 너희들의 작품이 아주 마음에 들어. 너희들의 선물을 보니까 아줌마도 이젠 슬프지 않아. 너희들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 거야. 아줌마 이만 가볼게. 너희들도 어서 들어가. 기회가 되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아빠가 너희들을 찾지 못하고 또 화내실 거야.”
  • 두 형제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들은 고유진과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다.
  •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편하고 친근했다. 자신의 엄마 앞에서처럼 조심스러워할 필요도 없었다.
  • 하지만 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아빠가 화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들은 고유진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아줌마 잘 가요. 아줌마가 보고 싶을 거예요.”
  • “아줌마도 너희들이 보고 싶을 거야.”
  • 고유진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그림을 챙기고는 자리를 떴다.
  • ...
  • 정이현은 제자리에 앉은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이 여자한테 대체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거지?’
  • 그는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그는 옆에 있던 양림에게 지시했다.
  • “고유진을 중심으로 밀레이 대가에 대해 알아봐.”
  • “네, 대표님.”
  • “그리고 고유진한테 연락해서 내일 내가 직접 스타 그룹에 가서 협력 계약서를 체결할 거라고 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