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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엄마의 복수를 대신하다

  • "뭐라고?"
  • 고유진은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 둘째가 얼른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엄마의 말씀이 맞아요."
  • 고유진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이번에는 엄마가 너희들을 도와 해결해 주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돼. 게다가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않았어. 앞으로 다시는 정도 그룹을 해킹하면 안 돼."
  • "네."
  • 세 아이는 마음과는 반대되는 대답을 했다.
  • 아무런 말이 없는 세 아이를 보며 고유진은 아이들이 반성을 한다 생각해 이내 웃으며 아이들을 안았다.
  • "우리 아가 제일 착하지. 엄마가 새로 배운 요리가 있는데 오늘 직접 저녁을 만들어 줄게."
  • 요즘 회사가 조금 바빠 아이들에게 직접 저녁을 만들어 준 지도 꽤 오래되었다.
  • "와..."
  • 세 아이는 순식간에 두 눈을 빛내며 고유진을 쳐다보았다.
  • 기대에 가득 찬 세 아이의 눈빛에 고유진은 요리를 할 힘을 잔뜩 얻었다.
  • "큰 아가 네가 동생들을 데리고 조금 놀고 있어. 엄마가 음식 만들 때까지 기다려줘."
  • 첫째는 고개를 끄덕였다.
  • "걱정 마세요, 엄마. 동생들을 잘 보살필게요."
  • 게임방.
  • 고유진이 떠나자마자 첫째는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모여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대마왕이 분명 엄마를 괴롭힌 거야. 우리가 반드시 반격해야 해!"
  • "형의 말이 맞아. 누가 감히 엄마를 괴롭힌다면 우리가 반드시 배로 갚아줘야 해."
  • 둘째와 셋째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 세 아이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 바로 그때, 고유진이 주스를 세 잔 들고 들어왔다. 세 아이가 비밀스럽게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그녀의 마음속에 순간 불안 예감이 들었다.
  • "너희들 뭐 하는 거야?"
  • 역시나 세 아이의 몸이 움찔거렸다. 셋째가 먼저 뒤돌아보더니 입술을 삐죽거렸다.
  • "엄마, 화내지 말아요. 제가 애니메이션을 보겠다 한 거예요."
  • 첫째와 둘째도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 "엄마, 동생이 톰과 제리를 보고 싶다 해서."
  • 고유진이 컴퓨터를 확인하니 아이들의 말처럼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시름 놓게 되었다.
  • 다른 사람을 해킹하는 것이 아니라면 뭘 해도 좋았다.
  • 고유진은 웃으며 말했다.
  •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뿐인데 엄마가 왜 화를 내겠어? 일단 주스를 만들어 왔으니 먹으면서 봐."
  • "고마워요, 엄마."
  • 고유진은 세 아이가 흥미진진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확인한 뒤 걱정을 내려놓고 저녁 식사를 만들려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 곧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다. 세 아이는 얼른 컴퓨터를 내팽개친 채 재빨리 식탁 앞에 줄을 지어 앉았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엄마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 것보다는 중요하지 않았다!
  • "천천히 먹어. 급하게 먹지 말고."
  • 세 아이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 모습을 보던 고유진의 두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 세 아이는 태어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녀에게 발견되었다. 아이들은 그녀의 곁에서 자랐고 그녀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만 해주었다.
  • 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두 아이가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 ‘누군가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껴주어 걱정 없이 뛰어놀고 있을까?
  • 어쩌면 나쁜 사람에게 팔려 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 아가, 걱정하지 마. 엄마가 반드시 너희들을 하루빨리 찾아낼 테니!’
  • 이튿날 아침.
  • 고유진이 집을 나서자마자 세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이들은 점점 빠른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우쭐한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정도 그룹.
  • 재무팀과 기술팀은 이미 혼란에 빠진 나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모든 사람은 마치 파리처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 양림이 조급하게 대표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 "대,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재무팀의 방화벽이 다시 해킹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돈을 빼가는 대신 대표님을 지명해서 찾고 있어요."
  • 말을 하면 할수록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마지막에는 아예 정이현과 시선을 마주칠 엄두도 내지 못했다.
  • 재무팀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팀이었고 전체 회사의 재무 상황을 관리하고 있었다.
  • 연속 이틀이나 해킹을 당했는데 회사의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 정이현의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워졌고 점점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직원들은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었다.
  • 그는 양림과 함께 성큼성큼 재무팀으로 걸어갔다.
  • 그 시각 재무팀과 기술팀의 모든 직원들은 덜덜 떨며 한 줄로 서 있었다. 대표님이 다가오는 것을 본 직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 정이현이 꼿꼿한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커다랗게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 [200억 원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정이현을 부르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해.]
  • 화면속의 글을 읽는 정이현의 얼굴은 더 이상 어두워질 수 없을 만큼 어두워졌다.
  •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그의 찡그린 미간은 마치 모기라도 끼워 죽을 수 있을 것처럼 깊었다.
  • 정이현 역시 컴퓨터를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는데 그와 대적할 만한 실력을 가진 상대를 아직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다만 이처럼 까다로운 상황은 처음 마주치는 것이었다.
  • 컴퓨터 너머, 세 아이는 팔짱을 끼고 혐오스럽다는 듯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 둘째가 비웃으며 말했다.
  • "이런 수준으로 우리를 해킹하려 했다고? 본때를 좀 보여 줘야겠구만."
  • 첫째가 침착하고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 "조급해하지 마. 그가 거의 성공할 때쯤에 다시 그를 물리치면 더 재밌을 거야."
  • 한편 정이현이 곧 반격에 성공하려는 찰나, 순식간에 컴퓨터 화면이 까맣게 변해버렸다.
  • 마치 여러 가지 화려한 발차기로 재롱을 한참이나 부렸는데 상대방의 주먹 한 방에 바로 꼬꾸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 정이현은 분노보다 놀라움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었다.
  •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전부 정도 그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가 모르는 곳에 이런 사람이 존재했다니.
  • 그는 갑자기 컴퓨터 너머의 사람이 누군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세 아이는 컴퓨터를 마주 보며 음흉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리고 그때, 정이현의 컴퓨터 화면이 다시 밝아지더니 아주 커다란 웃는 이모티콘 세 개가 나타났다.
  • 그 웃음은 분명한 비웃음이었다.
  • 이어 문자가 한 줄 도착했다.
  • [대마왕, 우리 여자를 괴롭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랬다간 본때를 보여줄 테니.]
  • ‘여자? 내가 언제 여자를 괴롭혔다는 거지? 요즘 만난 여자라고는 고유진 밖에 없는데...’
  •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난 건지 정이현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리더니 몇 마디 문자를 보냈다.
  • [당신들의 요구는 받아들일게. 하지만 적어도 당신들이 누군지는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 첫째는 간결하게 거절해 버렸다.
  • [안 돼.]
  • 정이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
  • [그럼 지난번에는 왜 내 돈을 빼간 건지 알려줄 수 있겠어?]
  • 둘째는 속으로 빌어먹을 남자의 욕을 내뱉으며 답장을 보냈다.
  • [이건 당연히 우리가 가져야 할 돈이야.]
  • ‘당연히?’
  • 정이현은 이 단어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 하지만 더 이상 꼬투리를 잡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갔다.
  • [그럼 이번에는 그저 나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지른 건가?]
  • 셋째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 "당신은 말이 너무 많아."
  • 이어 아이는 폭탄 이모티콘을 하나 투척했다. 엄마가 만든 디저트를 먹으려는데 남자가 방해가 됐던 것이다.
  • 이모티콘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고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 대표님이 수모를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 이어 컴퓨터에 다시 문자가 나타났다.
  • [우리 말 기억해. 우리의 여자를 괴롭히지 마.]
  • 정이현이 다시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컴퓨터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 정이현이 다시 추적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단서를 찾을 수는 없었다.
  • "그쪽은 어때?"
  • 조금 전 대화를 나눌 때 정이현은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기술팀이 그들을 추적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 기술팀의 팀장이 긴장한 듯이 대답했다.
  • "대표님. 제가 무능한 탓에 상대방의 단서는 하나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상대방의 IP주소가 전과 똑같이 스타 그룹 고 대표님의 집이라는 사실입니다."
  • 정이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리듬감 있게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입을 열었다.
  • "남산 별장으로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