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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외할머니의 위기

  • 유아영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인 척,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졸지에 유현아는 ‘허영심에 가득 차서 어린 동생을 이용한 악랄한 언니’가 되어 버렸다.
  • 유현아는 옆에서 냉랭한 눈빛으로 유아영의 연극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소여홍의 경멸에 찬 눈빛에도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소여홍은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녀의 말을 믿지도 않을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소여홍은 쓰레기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유현아를 쏘아보았다.
  • “그래서 안 떠나고 버티고 있었던 거구나. 너 최씨 가문의 재력을 탐내서 제 발로 들어온 거였어.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뻔뻔한 년!”
  • 유아영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유현아에게 다가와서 두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크기로 말했다.
  • “아빠가 그러는데 내가 하는 대로 협조하라고 했어.”
  • 유현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짓을 했다.
  • [너 뭘 하려는 거야?]
  • 수화를 아는 유아영은 웃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 “그건 언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나한테 협조만 잘하면 돼. 그러지 않으면… 나 아빠한테 가서 이를 거야.”
  • 소여홍은 수화로 교류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유아영에게 물었다.
  • “쟤 뭐라고 했니?”
  • 유아영은 일부러 속상한 척,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 “언니는 제가 많이 밉나 봐요. 언니한테 일부러 얘기한 거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 그 말을 들은 소여홍이 콧방귀를 뀌었다.
  • “뻔뻔하기는! 남자 하나 잘 잡아서 신분 상승하려는 애들은 수도 없이 봤어. 편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벙어리가 이렇게까지 재수 없은 적은 처음이네.”
  • 상처가 되는 말도 계속 듣다 보면 아무 감흥이 없는 법이다. 유현아의 지금 상태가 그랬다.
  • 그뒤로 유아영을 향한 소여홍의 태도는 점차 바뀌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웃으며 담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 말을 못 하는 유현아에 비해 사람 마음을 잘 헤아리고 말재주도 좋은 유아영은 손쉽게 소여홍의 환심을 샀다.
  • 유현아는 그들 사이에서 투명 인간처럼 조용히 지냈다.
  • 그렇게 저녁이 되고 최지한이 돌아왔다.
  • 잘 다려진 검은색 정장에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겨 섹시한 이마를 드러낸 그는 상계 권력자의 카리스마를 물씬 풍겼다.
  • 비록 얼굴의 흉터 때문에 험악한 인상을 주었지만 입술을 꾹 다문 모습은 남자답고 귀티가 넘쳐흘렀다.
  • 유아영은 그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최지한은 못생기고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였다. 유아영도 그 말을 믿었고 그래서 그와의 결혼을 거부했다. 그런데 남자는 얼굴에 흉터가 있음에도 무척이나 미남이었다!
  • 유아영은 속으로 후회막급이었고 억울했다. 이 남자가 이 정도로 매력 있을 줄 알았으면 절대 유현아를 대타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 ‘유현아 이년만 횡재했네!’
  • 하지만 이내 부친의 당부가 떠올랐다….
  • 그녀는 한참 고민했지만 결국 이기적인 생각이 이겼다!
  • 최지한이든 성시경이든 그녀는 이 두 남자를 전부 가질 생각이었다!
  • 두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면 부친의 목적도 달성한 셈이었다.
  • “지한 오빠, 오셨어요?”
  • 유아영은 쑥스러운 숙녀의 가면을 쓰고 그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훌륭한 남자가 애초에 자신과 결혼하기를 원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하지만 최지한의 냉랭한 시선은 그녀를 놀라게 했다.
  • 당혹스러운 건 유아영뿐이 아니었다. 소여홍조차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애초에 유아영과의 결혼을 원했던 사람은 최지한이었다. 그는 분명 그녀를 좋아해서 결혼을 추진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이런 반응인 걸까?
  • ‘설마 유현아를 나 대신 보낸 일 때문에 화가 나서 일부러 이러는 걸까?’
  • 유아영은 이런 생각이 들자 그의 태도도 이해가 되었다.
  • “지한 오빠, 저 중요하게 해야 할 얘기가 있어요.”
  • 최지한은 그녀가 유진화가 보내서 왔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 “따라와.”
  • 유아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급히 뒤따라갔다.
  • 유현아는 소파 옆에 서서 눈빛을 그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 최지한은 그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 소여홍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유현아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 “거봐. 지한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영이야. 이 집에 네가 설 자리는 없어. 알아들었으면 당장 이곳을 떠나. 나중에 처참한 꼴로 쫓겨나지 말고.”
  • 유현아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소여홍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 하지만 줄곧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 애초에 최씨 가문은 유아영을 신부로 맞기로 했다면 왜 결혼식과 하객 초청을 생략한 것일까?
  • 최지한이 먼저 유아영을 신부로 점찍은 상황이었다.
  • 하지만 이상한 건 이상한 거고 그녀와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기에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방으로 돌아오니 휴대폰에 열 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 자세히 보니 전부 대학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 유현아는 바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 “유현아 씨죠? 환자분에게 지금 이상 증상이 발견되어 속히 병원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