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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침묵으로 모든 것에 대처하다

  • 유씨 가문에서는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 전화를 받은 유진화는 음침한 얼굴로 거실에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다.
  • 밖에서 돌아온 유아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아빠?”
  • 유진화는 분노한 표정으로 물컵을 바닥에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 “유현아 그 멍청한 것이! 나한테 보낸 계약서 사진은 전부 가짜였어! 최지한한테 들킨 게 분명해! 내가 이 생각을 못 하다니! 내일이면 회사 주가가 바닥을 칠 거야. 며칠 더 지나면 몇십억을 손해 볼지 몰라!”
  • 놀라서 핸드백을 떨어뜨린 유아영이 다급히 물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해결 방법은 있어?”
  • 유진화는 한참 침묵하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 “아영아, 이제 아빠를 도울 사람은 너밖에 없어.”
  • “내가?”
  • 유진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유현아를 너 대신 보냈다고 최지한이 앙심을 품은 것 같아.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 가문에 보복하지.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만만히 당하고 있을 상대는 아니야! 아영아, 너 소여홍 아들 성시경을 마음에 들어 했잖아? 성시경을 네 편으로 만들면 아빠도 손을 써서 최지한의 모든 재산을 성시경이 차지하게 할 수 있어. 그때가 되면 최씨 가문 모든 것이 우리 유씨 가문 수중에 들어올 것 아니야? 하… 최지한 네놈이 감히 날 능멸해?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 “아빠, 정말 최지한 부숴버릴 자신 있는 거야?”
  • 못 미덥다는 딸의 태도에 유진화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물론이지. 우리한텐 강력한 장기 말인 유현아가 있잖아? 그러니 너도 하루빨리 최씨 가문에 가.”
  • 그 말을 들은 유아영이 주저하며 말했다.
  • “하지만 아빠… 성시경을 유혹하는 건 아무 문제도 안 돼. 그만큼 잘났으니까 상관없는데… 혹시라도 최지한 그 못생긴 자식이 나한테… 다른 마음을 품으면 어떡해?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 그 인간이 날 좋아한다고. 나 그 인간이 집적거릴까 봐 두려워, 아빠.”
  • 유진화는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 “걱정하지 말고 가서 소여홍을 네 편으로 만들어. 만약 최지한이 너한테 딴맘을 품으면 유현아를 방패막이로 쓰면 되잖아. 유현아는 널 도울 수밖에 없어. 그리고 성시경을 유혹하는 일도 유현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 유아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가문과 사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 한편, 잠에서 깬 유현아는 최지한이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막막했기에 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 그녀가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는데 고용인 한 명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더니 그녀의 물건을 밖으로 옮겼다.
  • [이게 뭐 하는 거죠?]
  • 유현아가 손짓으로 묻자 고용인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다. 작은 사모님께서는 오늘부터 객실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절대 안방에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도 있으셨습니다!”
  • 유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용인을 쳐다보았다.
  • 어젯밤 그 일이 있은 뒤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안방에서 쫓아내는 걸 보면 그는 그녀를 용서해 줄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았다.
  • 유현아는 고용인의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힐끗 보고는 짐을 정리해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방으로 갔다.
  • 최지한이 접근을 거부한다면 그녀는 멀리 떨어져 살면 그만이었다.
  • 새로 시집온 신부가 안방에서 쫓겨난 사실을 알게 된 고용인들은 전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소여홍도 고소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될 줄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 “어때? 최씨 가문 안주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떠나도 늦지 않았어.”
  • 소여홍은 말끝마다 그녀에게 당장 나가라고 암시했다. 하지만 유현아는 여전히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침묵으로 대처했다. 이것은 그녀만의 처리 방식이었다.
  • 분노한 소여홍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 “말도 못 하는 주제에 고집은 세구나!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겠어!”
  • 유현아가 최씨 가문에 온 뒤로 유씨 가문에서는 한 번도 그녀를 보러 방문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문안 인사조차 없었다. 유현아가 유씨 가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 그랬기에 소여홍은 아주 당당하게 대놓고 그녀를 괴롭혔다.
  • 유현아는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기에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인 객실에서 조용하게 보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아영이 이 집에 방문했다.
  • 소여홍은 유아영을 보자마자 냉랭한 얼굴로 그녀를 내쫓았다.
  • “네가 무슨 낯으로 우리 집에 와? 나가.”
  • 유아영의 이번 목표는 소여홍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
  • 그녀는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무척 미안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 “미안해요, 아줌마. 저도 언니 말만 듣고 언니를 이 집에 보낸 거예요. 화 좀 푸세요.”
  • 의미심장한 말에 소여홍이 눈을 부릅떴다.
  • “그게 무슨 뜻이야! 똑바로 설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