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아 그 멍청한 것이! 나한테 보낸 계약서 사진은 전부 가짜였어! 최지한한테 들킨 게 분명해! 내가 이 생각을 못 하다니! 내일이면 회사 주가가 바닥을 칠 거야. 며칠 더 지나면 몇십억을 손해 볼지 몰라!”
놀라서 핸드백을 떨어뜨린 유아영이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해결 방법은 있어?”
유진화는 한참 침묵하다가 그녀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아영아, 이제 아빠를 도울 사람은 너밖에 없어.”
“내가?”
유진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유현아를 너 대신 보냈다고 최지한이 앙심을 품은 것 같아.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 가문에 보복하지.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만만히 당하고 있을 상대는 아니야! 아영아, 너 소여홍 아들 성시경을 마음에 들어 했잖아? 성시경을 네 편으로 만들면 아빠도 손을 써서 최지한의 모든 재산을 성시경이 차지하게 할 수 있어. 그때가 되면 최씨 가문 모든 것이 우리 유씨 가문 수중에 들어올 것 아니야? 하… 최지한 네놈이 감히 날 능멸해?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아빠, 정말 최지한 부숴버릴 자신 있는 거야?”
못 미덥다는 딸의 태도에 유진화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우리한텐 강력한 장기 말인 유현아가 있잖아? 그러니 너도 하루빨리 최씨 가문에 가.”
그 말을 들은 유아영이 주저하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 성시경을 유혹하는 건 아무 문제도 안 돼. 그만큼 잘났으니까 상관없는데… 혹시라도 최지한 그 못생긴 자식이 나한테… 다른 마음을 품으면 어떡해? 사람들이 다 그러잖아. 그 인간이 날 좋아한다고. 나 그 인간이 집적거릴까 봐 두려워, 아빠.”
유진화는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걱정하지 말고 가서 소여홍을 네 편으로 만들어. 만약 최지한이 너한테 딴맘을 품으면 유현아를 방패막이로 쓰면 되잖아. 유현아는 널 도울 수밖에 없어. 그리고 성시경을 유혹하는 일도 유현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유아영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가문과 사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잠에서 깬 유현아는 최지한이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막막했기에 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녀가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고 있는데 고용인 한 명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더니 그녀의 물건을 밖으로 옮겼다.
[이게 뭐 하는 거죠?]
유현아가 손짓으로 묻자 고용인이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께서 지시하신 일입니다. 작은 사모님께서는 오늘부터 객실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절대 안방에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도 있으셨습니다!”
유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용인을 쳐다보았다.
어젯밤 그 일이 있은 뒤로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안방에서 쫓아내는 걸 보면 그는 그녀를 용서해 줄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았다.
유현아는 고용인의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힐끗 보고는 짐을 정리해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방으로 갔다.
최지한이 접근을 거부한다면 그녀는 멀리 떨어져 살면 그만이었다.
새로 시집온 신부가 안방에서 쫓겨난 사실을 알게 된 고용인들은 전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여홍도 고소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될 줄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했다.
“어때? 최씨 가문 안주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야. 지금 떠나도 늦지 않았어.”
소여홍은 말끝마다 그녀에게 당장 나가라고 암시했다. 하지만 유현아는 여전히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침묵으로 대처했다. 이것은 그녀만의 처리 방식이었다.
분노한 소여홍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말도 못 하는 주제에 고집은 세구나!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겠어!”
유현아가 최씨 가문에 온 뒤로 유씨 가문에서는 한 번도 그녀를 보러 방문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문안 인사조차 없었다. 유현아가 유씨 가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똑똑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그랬기에 소여홍은 아주 당당하게 대놓고 그녀를 괴롭혔다.
유현아는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기에 유일하게 허락된 공간인 객실에서 조용하게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아영이 이 집에 방문했다.
소여홍은 유아영을 보자마자 냉랭한 얼굴로 그녀를 내쫓았다.
“네가 무슨 낯으로 우리 집에 와? 나가.”
유아영의 이번 목표는 소여홍의 환심을 사는 것이었다.
그녀는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무척 미안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미안해요, 아줌마. 저도 언니 말만 듣고 언니를 이 집에 보낸 거예요. 화 좀 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