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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현장을 잡히다

  • 그녀는 긴장해서 손에 진땀이 났다.
  •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결국 문을 열었다.
  • 그녀는 불이 꺼진 방 안에서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책상 서랍을 열고 부동산 협력 계약서라고 적혀 있는 서류 봉투를 꺼냈다.
  • 그녀는 그것을 챙기면서도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서류라면 왜 서랍에 자물쇠조차 잠그지 않은 걸까?
  • 그것도 잠시, 그녀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굳은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밝아졌다.
  • “지금 뭘 찾고 있는 거지?”
  • 남자의 냉랭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놀란 유현아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 최지한의 손에 그녀가 본 것과 같은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떨어뜨린 서류 봉투가 열리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이 밖으로 나왔다. 빈 종이였다.
  • 유현아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최지한의 어둡고 차가운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마치 파도가 일기 전 고요한 바다를 연상케 했다.
  • “유진화가 시킨 거겠지.”
  • 유현아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서재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 이런 생각이 들자 유현아는 등골이 오싹했다!
  • 그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유현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 남자가 걷는 매 한걸음이 그녀에게는 자신을 짓밟는 것처럼 느껴졌다.
  • 그는 그녀의 앞에 서서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비꼬듯 말했다.
  • “당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이 큰 여자였군.”
  • 유현아는 속으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그녀가 간이 커서가 아니라 그녀에게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
  • 하지만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남자의 앞에서 그녀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변명하려고 할수록 더 이상해질 게 뻔하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침묵밖에 없었다.
  • 최지한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 “아무리 명의뿐인 아내라고 해도 어떻게 우리 가문 상업 기밀을 훔치려 할 수 있지? 내 전화 한 통이면 당신은 남은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할 거야.”
  • 말을 마친 그는 휴대폰을 꺼내 112 신고 전화를 입력했다. 그가 통화 버튼만 누르면 경찰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 유현아는 더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 남자는 여전히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 “이제야 무서운 느낌이 들어?”
  • 유현아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 ‘감옥에 가면 외할머니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 최지한은 초라한 그녀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 “나한테 용서를 바라는 거야?”
  • 유현아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정말 이렇게 쉽게 용서해 줄 수 있는 일인가?’
  •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냉랭한 미소를 머금고 비꼬듯 말했다.
  • “유진화 말은 참 잘 듣네. 유진화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말이야. 이게 위법 행위라는 건 몰랐어? 그렇게 고분고분한 성격이면 지금 당장 옷 벗고 나를 즐겁게 해봐! 내가 기분 좋으면 이대로 넘어갈지 혹시 알아?”
  • 유현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막강한 힘을 소유한 남자 앞에서 그녀의 존재란 개미만도 못한 존재였다.
  • 하지만 개미도 살려고 발버둥 치는데 하물며 인간인 그녀는 오죽할까!
  • 유현아는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떴다. 그러고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옷을 벗었다.
  • 놀란 건 최지한이었다.
  • 그녀가 난처한 꼴을 보려고 일부러 비꼬듯 말했는데 그녀가 진짜 행동에 옮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 ‘좋아.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번 두고 보자!’
  • 외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 그 뒤로 셔츠…
  • 그리고 이제 속옷만 남았다.
  • 하늘이 도운 것일까? 이때 최지한의 휴대폰이 울렸다.
  • “대표님, 지시하신 대로 준비했고 유진화가 미끼를 물었습니다.”
  • 문 비서의 전화였다.
  • 최지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전화를 끊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제자리에 서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유현아를 바라보았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빛에서 깊은 슬픔과 무기력함이 느껴졌다.
  • 그는 갑자기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서 손사래를 쳤다.
  • “됐어. 그렇게 잔뜩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흥미가 사라지잖아. 나가!”
  • 남자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유현아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단추를 푸는 동작을 계속하고 있었다.
  • 최지한이 짜증스럽게 재촉했다.
  • “안 나가?”
  • 유현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 ‘정말… 이대로 봐주는 건가?’
  • 그녀는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옷을 챙겨 서재를 나갔다.
  • 방으로 돌아온 유현아는 불안에 떨었다. 혹시라도 최지한이 또 생각이 바뀌면 어떡할까, 초조한 마음으로 밤 열두 시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그제야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