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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변동

  • 한편, 유씨 가문 저택에서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유아영이 유진화의 팔을 끌어안고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 “아빠, 나 마세라티 사줘. 어차피 최씨 가문에서 20억을 주기로 했으니 앞으로 돈 걱정 안 해도 되잖아!”
  • 한창 의자에서 신문을 읽고 있던 유진화가 그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 “지금 슈퍼카 사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와? 최씨 가문에 시집가라니까 말은 안 듣고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최씨 가문 같은 재벌 가문에 시집가면 네가 원하는 거 뭐든 가질 수 있잖아?”
  • 유아영은 코를 찡긋하며 경멸에 찬 표정으로 대꾸했다.
  • “아빠! 최지한 그 사람 못생기고 성격도 유별나대. 생각만 해도 구역질 나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이랑 결혼을 해?! 게다가 유현아 그 벙어리가 나 대신 시집갔으면 됐잖아.”
  •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눈동자를 굴리더니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난 그 성시경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 소문을 들어보니 프랑스에서 의학 박사 학위까지 땄다고 하더라고. 잘생기고 능력도 출중하니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 유진화는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키운 딸이었기에 딸이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시집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냐오냐 키운 딸은 점점 더 예의가 없어졌다.
  • 유진화는 그녀의 코를 살짝 꼬집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성시경은 소여홍 아들이야. 최씨 가문 정식 후계자도 아니라고. 아무런 권력도 없는 놈이야. 게다가 최지한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현아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갑자기 널 대체할 사람을 찾으라고 하면 무슨 수로 찾겠어?”
  • 유아영은 턱을 잔뜩 치켜올리고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 “걔가 없어도 다른 사람 있잖아. 누가 알아? 유현아는 최씨 가문에 시집가는 걸 원했을지? 말도 못 하는 벙어리가 재벌가에 시집가는 게 뭐 흔한 일이야? 조상님 덕이라고 두고두고 기뻐해야지!”
  • 유진화는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유현아 할머니의 목숨을 빌미로 협박해서 그 가문에 시집보냈다는 건, 그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그리고 이 사실을 굳이 자신의 어린 공주님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다.
  • 유현아도 그의 딸이긴 했지만 어려서부터 애지중지 키운 공주님과 편벽한 시골에 살다가 뒤늦게 딸이라고 인정한 벙어리는 당연히 비교할 수 없었다.
  • 게다가 유현아는 유아영처럼 가문을 빛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 부녀가 그렇게 담화를 나누고 있을 때,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 전화를 받은 유진화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 “뭐라고? 최씨 가문에서 소개한 자금줄이 투자를 거부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 그 뒤로 상대가 뭐라고 했는지 그는 점점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 기대하고 있던 돈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된 유아영도 울상이 되어서 물었다.
  • “아빠, 이제 어떡해?”
  • 유진화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
  • “최지한 이 몹쓸 놈! 감히 날 농락해? 딸도 시집보냈는데 감히 약속을 번복하다니!”
  • “그 괴물, 정말 못됐어!”
  • 유아영은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 “내가 그 집에 시집을 안 간 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얼굴도 못생겼는데 약속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었다니! 그 인간은 남자도 아니야!”
  •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부친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아빠, 이제 어쩔 생각이야?”
  • 유진화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 “그놈이 그렇게 나오면 나도 본때를 보여줘야지. 현아가 아직 그 집에 있잖아.”
  • 유아영은 부친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 ‘아빠는 능력 있고 수단과 방법도 많으니 최지한 그 자식 이제 죽었어!’
  • 한편, 유현아는 한창 걸레로 집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있었다. 소여홍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까탈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 우리 가문에 시집왔으면 집안일이라도 잘해야지. 앞으로 매일 한 번씩 방 구석구석 청소해. 오씨 아줌마 연세도 있으신데 계속 아줌마한테 의지할 수는 없잖아? 너도 부담할 건 해야지. 우리 가문은 게으른 며느리는 필요 없어.”
  • 소여홍은 벙어리인 유현아가 못마땅했지만 대놓고 쫓아낼 수도 없었다. 백 년의 역사를 가진 최씨 가문의 체면도 고려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유현아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괴롭힐 작정이었다.
  • “물론 네가 이 상황이 괴롭고 마음에 안 들면 우리 가문을 떠나면 돼. 됐어. 난 오후 약속이 있으니 내가 나가 있는 동안 게으름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
  • 말을 마친 소여홍은 핸드백을 챙겨 밖으로 나가버렸다.
  • 유현아는 그녀가 집을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숨을 돌렸다.
  • 소여홍은 정말 상대하기 힘들고 까다로운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