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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신부 길들이기

벙어리 신부 길들이기

아리송송

Last update: 2024-01-10

제1화 원하는 대로 해줄게

  • 신혼 밤.
  • 유현아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 유아영이 얼굴이 망가진 최씨 가문 장자에게 시집가기 싫다고 난동을 부렸고 결국 그녀의 부친은 유현아한테 유아영을 대신하라고 했다.
  • 결국 그녀는 세간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신부가 되어 결혼식도, 하객도 없이 바로 최씨 가문에 이송되었다.
  • 유씨 가문을 향한 유현아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끼익-
  •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서 고개를 든 그녀는 남자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쳤다.
  • 최지한. 그녀의 남편 되는 사람이었다.
  • 큰 키에 다부진 몸매, 윤곽이 분명한 이목구비와 꾹 다문 입술, 밤하늘의 매를 닮은 날카로운 눈빛… 한눈에 봐도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 완벽하리만치 준수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마부터 턱 끝까지 그어진 긴 흉터 때문에 험상궂은 인상을 주었다.
  • 남자가 매섭게 바라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 이때 그가 냉랭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당신은 유아영이 아니잖아.”
  • 눈앞의 여자는 그가 만났던 유아영보다 더 아름다웠다.
  • 유현아는 습관적으로 손짓을 했다.
  • 최지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지금 뭐 하는 거야?”
  • 유현아는 멈칫하다가 그가 수화를 모른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채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펜과 종이를 찾아 하려던 말을 글자로 썼다.
  • 잠시 후, 남자의 눈동자가 서리처럼 차갑게 빛났다.
  • 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 “유진화 그 인간 도대체 무슨 수작이지? 내가 유아영을 원한다고 말했을 텐데 일부러 말도 못 하는 벙어리 사생아를 나한테 들이밀어?”
  • ‘벙어리 사생아’라는 소리에 유현아는 흠칫 어깨를 떨다가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 남자가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유씨 가문은 내가 만만해?”
  • 유현아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 ‘이렇게 화를 낼 정도면 나를 쫓아내려는 걸까? 그러면 외할머니 치료비는….’
  • 유현아는 뭔가 해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남자의 냉랭한 시선에 숨이 콱 막혔다.
  • 남자는 점점 어둡게 변하는 그녀의 눈빛을 지그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 “이리 와.”
  • ‘응? 여기 남아도 되는 건가?’
  • 유현아는 기쁨도 잠시, 곧바로 닥칠 일을 생각하니 손이 땀이 나고 온몸이 긴장되었다.
  • 최지한은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자 그녀가 겁먹은 줄 알고 담담히 말했다.
  • “유씨 가문에서 고약한 장난을 친 건 괘씸하지만, 시집왔으니 아내의 도리는 해야지.”
  • 유현아는 입술을 깨물며 침대에 반드시 누워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 귓가에서 비웃음 섞인 말이 들려왔다.
  • “목욕하는 거 시중들라는 얘기였어.”
  • 유현아의 도자기처럼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 그녀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고 남자는 그 모습을 냉랭한 시선으로 감상했다.
  • 유현아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 ‘날 가지고 노는 게 재밌나?’
  • 최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 “뭘 꾸물거리고 있어?”
  • 그녀는 치미는 짜증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다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가락이 그의 피부에 스쳤다.
  •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압박하며 물었다.
  •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야?”
  • 유현아는 흠칫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 어리둥절함이 실렸다.
  • 최지한은 그 눈빛을 보자 그녀와 비슷하게 투명한 눈동자를 가졌던 누군가가 기억났다.
  • 그리고 그 눈동자를 해친 범인이 바로 유씨 가문이었다.
  • 그는 냉소를 머금고 차갑게 말했다.
  • “오늘 밤은 건드릴 생각이 없었는데 그리도 욕구불만이라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