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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는 과연 그녀를 믿을 것인가

  •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사람 최 대표 부인이었어! 최 대표 어떡해?]
  • [최 대표처럼 유능한 사람이 왜 벙어리랑 결혼했을까? 이건 말이 안 돼.]
  • [얼굴은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취향은 참 충격적이네. 어떻게 저런 대머리 아저씨랑 사귈 생각을 했을까? 역겨워!]
  • 자극적인 댓글들이 최지한의 눈에 들어왔다.
  •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외투를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 그 뒤를 문 비서가 다급히 따라갔다.
  • ‘큰일 났네.’
  • 잠시 후, 그는 자신의 마이바흐를 운전해 집으로 갔다.
  • 집에 들어서자마자 최지한은 휴대폰을 유현아에게 던졌다.
  • 한창 낮잠을 자고 있던 유현아는 놀라서 다급히 일어나며 의아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사이트에 접속하고 내용을 확인할수록 그녀의 표정도 점차 굳었다.
  • 도대체 누가 인터넷에 이런 허위 사실을 뿌린 것일까?
  •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줄곧 아무 일 없이 지내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인터넷에 도배가 된 걸까?
  • 머리 위에서 최지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떻게 된 일이야?”
  • 유현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다급히 해명했다.
  • [저도 잘 모르겠어요.]
  • 대머리 교사의 역겨운 고해성사도 그렇고 그녀가 선생님을 꼬셨다는 헛소문도 그렇고 전부 일어난 적 없는 일이었다!
  • 최지한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소여홍이 유아영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 소여홍은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더니 유현아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뻔뻔한 년! 너 때문에 우리 가문 체면이 이게 뭐야!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기에 인터넷에 이런 소문이 떠도는 거냐고!”
  • 유아영은 소여홍의 등 뒤에 숨어서 고소한 표정으로 유현아의 창백한 얼굴을 감상했다.
  • 그러면서도 일부러 걱정스러운 척, 입을 열었다.
  • “언니, 어떻게 된 거야? 영상 속 주인공이 언니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 아니야? 그 사람이 왜 갑자기 그런 역겨운 말들을 하는 거야? 혹시 그해 언니가 헤어지자고 한 일 때문에 복수하는 거 아니야?”
  • 유아영은 일부러 영상 속 남자가 유현아의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사실과 둘이 헤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소여홍은 노발대발하며 고함을 질렀다.
  • “아영이도 아는 사실을 어떻게 변명하는지 들어나 보자!”
  • 유현아는 고개를 돌려 유아영을 쏘아보며 종이에 써 내려갔다.
  • [그거 거짓말이잖아. 나랑 체육 선생님이 헤어졌다고? 너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 이게 사실이라고 맹세할 수 있어?]
  • 유아영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언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난 그냥 걱정돼서 한마디 한 거잖아.”
  • 유현아는 유아영이 연기자의 길을 걷지 않은 게 참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그녀는 고개를 돌려 최지한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음침한 표정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펜을 들었다.
  •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저 믿어주세요.]
  • 소여홍은 유현아를 손가락질하며 악담을 퍼부었다.
  • “이런 뻔뻔한 벙어리가! 네가 추잡하게 살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 뭘 잘했다고 변명이야?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우린 너처럼 더러운 여자는 필요 없어!”
  • 유현아는 해명도 했고 소여홍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최지한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 이곳에서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최지한뿐이었다!
  • 그래서 그녀는 줄곧 남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소여홍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더 화가 치밀어서 하는 말도 거침이 없었다.
  • “그러면 그 영상 속 주인공은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널 지목했을까? 네가 수상한 짓을 하고 다녔으니 그렇지! 시답지 않은 변명은 그만해. 이미 이 일로 세상이 시끄러워졌어. 내가 야박한 게 아니라, 널 이 집에 계속 둘 수 없어!”
  • 말을 마친 그녀는 힘껏 유현아를 밀쳤다.
  • 미처 반응하지 못한 유현아는 비틀거리다가 힘겹게 중심을 잡았다.
  • 그녀는 다시 최지한에게 눈길을 돌렸다.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차갑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순간 유현아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