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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굴러온 돌

  • 한편, 한창 네일아트를 받고 있던 유아영은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 “아줌마, 안녕하세요.”
  • “나야, 아영아. 아줌마가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 유아영은 바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 “말씀하세요, 아줌마.”
  • 한참 뒤, 전화를 끊은 유아영은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마침 회사에서 퇴근한 유진화가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 “딸, 무슨 일이야?”
  • 정신을 차린 유아영은 그의 팔에 매달리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빠! 저번에 얘기했던 거, 그냥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 유진화는 멈칫하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억지 부리지 마! 유현아를 그 집에 그냥 두는 건 다 쓸모가 있어서야. 네가 고집부린다고 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야.”
  • 유아영은 뿌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빠, 만약 내가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아빠가 원하는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 왜 굳이 유현아 그 벙어리여야만 해? 걔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 유진화는 딸을 애지중지 키우긴 했지만 막무가내인 유아영의 성격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
  • “딸, 말 들어. 너는 성시경의 호감만 사면 돼. 할 수만 있으면 네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면 아빠가 계획한 일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어. 다른 생각은 하지도 마. 최지한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니 절대 건드리지 마.”
  • 유아영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니?! 아빠 생각이 틀렸어. 지한 오빠 나한테 엄청 잘해줘. 그 사람 나 좋아해. 나 그 사람한테 사랑받을 자신 있어. 그리고 성시경도 내 사람이 되는 건 시간문제야. 그러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유현아를 그 집에서 내보내. 그러면 내 계획은 반은 성공한 거야. 그렇게 해줘, 아빠!”
  • 유진화는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도 허튼짓을 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 “이 얘기는 그만하자꾸나. 네가 원하는 도움은 줄 수 없어. 넌 하루빨리 최지한 포기해. 최지한 이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절대 그 인간한테 마음 주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 결국 유아영은 유진화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 하지만 그녀의 고집은 아무리 유진화라도 막을 수 없었다.
  •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난 최지한한테 시집갈 거야. 원래 내 사람이었던 남자야! 유현아, 굴러온 돌은 너야!”
  • 잠시 뜸을 들이던 유아영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 “아빠가 날 안 도와주면 내가 혼자 해낼 거야!”
  • 잠시 후, 그녀는 유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 화분에 물을 주던 유현아는 모르는 번호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아영인 것을 알았다.
  • “나야, 언니.”
  • 유아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유현아는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떨어뜨릴 뻔했다.
  • 유아영은 그러건 말건,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했다.
  • “언니, 나도 돌려서 말하기 싫어. 난 최지한이 갖고 싶어. 그러니까 언니가 스스로 떠나. 그래도 자매의 정을 생각해서 언니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 유현아는 웃음이 나왔다.
  • 그들 부녀는 참 아이러니했다. 한 사람은 그녀를 억지로 최씨 가문에서 떠나지도 못 하게 강요했고 한 명은 당장 떠나라고 하고 있었다.
  • ‘내가 만만해? 너희들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 유현아는 당연히 유아영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진화의 손에 외할머니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유아영은 그저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 그러니 당연히 이런 황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유현아는 소리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 유아영은 서리 맞은 오이처럼 음침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중얼거렸다.
  • “유현아,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 독을 품은 장미처럼 괴이하고 요염한 미소였다.
  • 잠시 후, 그녀는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 “오빠, 고등학교 체육 교사 한 명을 찾아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사람 내 앞에 데려와.”
  •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영상 하나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 대머리 중년 남자의 고해성사였는데 몇 년 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 한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했으며 자주 호텔에서 만남을 가지는 등,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 그리고 영상 맨 마지막에 유현아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 그 뒤로 네티즌들은 사생아의 신분을 포함한 그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조사해서 인터넷에 기재했다.
  • 소문은 어느새 퍼지고 퍼져서 또 다른 게시물도 폭발적인 조회수를 끌어냈다.
  • [최씨 그룹 대표 사모님의 추악한 과거]라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