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부리지 마! 유현아를 그 집에 그냥 두는 건 다 쓸모가 있어서야. 네가 고집부린다고 들어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유아영은 뿌루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빠, 만약 내가 두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아빠가 원하는 도움을 줄 수도 있잖아! 왜 굳이 유현아 그 벙어리여야만 해? 걔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데?”
유진화는 딸을 애지중지 키우긴 했지만 막무가내인 유아영의 성격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딸, 말 들어. 너는 성시경의 호감만 사면 돼. 할 수만 있으면 네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러면 아빠가 계획한 일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어. 다른 생각은 하지도 마. 최지한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니 절대 건드리지 마.”
유아영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아빠 생각이 틀렸어. 지한 오빠 나한테 엄청 잘해줘. 그 사람 나 좋아해. 나 그 사람한테 사랑받을 자신 있어. 그리고 성시경도 내 사람이 되는 건 시간문제야. 그러니까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줘. 유현아를 그 집에서 내보내. 그러면 내 계획은 반은 성공한 거야. 그렇게 해줘, 아빠!”
유진화는 아무리 사랑하는 딸이라도 허튼짓을 하는 건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얘기는 그만하자꾸나. 네가 원하는 도움은 줄 수 없어. 넌 하루빨리 최지한 포기해. 최지한 이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절대 그 인간한테 마음 주면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결국 유아영은 유진화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고집은 아무리 유진화라도 막을 수 없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난 최지한한테 시집갈 거야. 원래 내 사람이었던 남자야! 유현아, 굴러온 돌은 너야!”
잠시 뜸을 들이던 유아영은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아빠가 날 안 도와주면 내가 혼자 해낼 거야!”
잠시 후, 그녀는 유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분에 물을 주던 유현아는 모르는 번호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유아영인 것을 알았다.
“나야, 언니.”
유아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유현아는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떨어뜨릴 뻔했다.
유아영은 그러건 말건,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했다.
“언니, 나도 돌려서 말하기 싫어. 난 최지한이 갖고 싶어. 그러니까 언니가 스스로 떠나. 그래도 자매의 정을 생각해서 언니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유현아는 웃음이 나왔다.
그들 부녀는 참 아이러니했다. 한 사람은 그녀를 억지로 최씨 가문에서 떠나지도 못 하게 강요했고 한 명은 당장 떠나라고 하고 있었다.
‘내가 만만해? 너희들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게?’
유현아는 당연히 유아영의 협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진화의 손에 외할머니의 목숨이 달려 있었다. 유아영은 그저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황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유현아는 소리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유아영은 서리 맞은 오이처럼 음침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중얼거렸다.
“유현아,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독을 품은 장미처럼 괴이하고 요염한 미소였다.
잠시 후, 그녀는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오빠, 고등학교 체육 교사 한 명을 찾아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사람 내 앞에 데려와.”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영상 하나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대머리 중년 남자의 고해성사였는데 몇 년 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할 때 한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했으며 자주 호텔에서 만남을 가지는 등, 파렴치한 짓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영상 맨 마지막에 유현아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뒤로 네티즌들은 사생아의 신분을 포함한 그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조사해서 인터넷에 기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