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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엄마

  • 소여홍은 불쾌한 기색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 ‘벙어리가 조용히 넘어가지 않네!’
  • “네가 아영이를 미는 거 주변에 있던 고용인들이 다 봤어. 그런데 계속 발뺌할 생각이야?”
  • 사실 유아영이 물에 빠질 때, 이들은 집 안에 있었다.
  • 그녀를 쫓아내기 위한 뻔한 거짓말이었다.
  • 이런 황당한 이유를 믿을 리 없는 유현아는 굳은 표정으로 그들을 쏘아보았다.
  • CCTV가 망가졌다고 하니 강제로 돌려볼 수도 없었다. 삭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 이때, 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 “저분이 한 게 아니라는 걸 내가 증명할 수 있어요.”
  • 상대를 확인한 유현아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성… 선생님?’
  • 훤칠한 키의 젊은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오더니 소여홍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 “엄마, 나 왔어.”
  • 소여홍은 곧장 반가운 기색으로 아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너 오후에 올 거라더니? 어떻게 미리 돌아온 거야?”
  • 성시경이 웃으며 말했다.
  • “사실은 보름 전에 이미 와서 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었지. 엄마에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연락도 없이 방문했는데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은 몰랐어.”
  • 말을 마친 그는 유아영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살짝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 “아까 그쪽이 스스로 물에 빠진 걸 내가 봤는데 왜 현아 씨가 밀친 거라고 하는 거죠?”
  • 그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 유아영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변명하듯 말했다.
  • “저… 저는… 언니가 저를 밀친 줄 알았어요. 혹시… 제가 오해한 걸까요?”
  • 오씨 아줌마는 나서서 뭐라고 하려 했지만 소여홍이 눈빛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 소여홍은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가 이미 현장을 목격한 상황에서 유아영 편을 계속 들고 있으면 서로 기분이 상할 일만 남았다.
  • 소여홍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유현아를 보며 말했다.
  • “너랑 아영이는 친자매잖아. 오해가 생길 수도 있지. 네가 이해해.”
  • 유아영도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 “그래, 언니. 내가 잘못 봤나 봐. 미안해. 마음에 두지 마.”
  • 유현아는 이런 식의 사과는 받고 싶지 않았기에 유아영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고 성시경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이 남자에게서 오늘 또 한 번 도움을 받았다.
  • 그녀는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그것을 알아본 성시경도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그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 병원에서 첫눈에 호감을 느낀 여자가 사실은 그의 형수였다니….
  • 어쩐 일인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쉬운 감정 같기도 하고 유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다시 소여홍에게 고개를 돌렸다.
  • “엄마, 오늘 일은 여기까지만 해.”
  • 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지 않은 아들의 의중을 소여홍이 모를 리 없었다. 그는 항상 이런 사람이었다. 불합리한 상황을 보면 고민도 없이 나서는 성격이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명확히 따지는 사람이었다.
  • 소여홍도 이런 일로 아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에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 “가자, 아들. 이게 얼마 만에 만나는 거야?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
  • 모두 떠나고 현장에는 유아영과 유현아만 남았다.
  •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유아영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유현아를 쏘아보며 물었다.
  • “성시경 씨랑 아는 사이야?”
  • 유현아는 응대해 줄 마음이 없었다.
  • 유아영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 “언니… 역시 언니는 낳아준 엄마랑 같은 부류의 인간이었어.”
  • 말을 마친 그녀는 유현아의 차가운 표정을 무지한 채, 발길을 돌렸다.
  • 10년 전, 유현아가 유씨 가문에 발을 들인 뒤로 유아영은 줄곧 그녀를 가정이 있는 남자를 꼬신 불여우의 딸이라며 무시했다.
  • 어린 유현아는 엄마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의 엄마는 상냥하고 지혜로우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라고!
  • 하지만 성인이 된 되에야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 옳고 그름은 안중에도 없는 흡혈귀들이 진실이 어떤지 신경 쓸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