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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모함

  • 잠시 후,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 구조된 유아영은 아니나 다를까, 울면서 유현아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 “언니, 나를 왜 밀었어?”
  • 유현아는 주변인들의 비난으로 가득찬 눈빛을 마주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의심하니 해명할 건 해야 했다.
  •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수화로 말했다.
  • [난 밀지 않았어요.]
  • 수화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유아영은 속으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많이 충격받은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 “내가 미워서 그랬다고? 언니… 나한테 왜 그래… 우린 친자매잖아…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 유현아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 유아영은 일부러 그녀가 한 말을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변한 거로 봐서 그들은 유아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 같았다.
  • 유아영이 일부러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사람들은 유현아가 유아영을 꼬드겨서 가문에 시집온 거로 알고 있었다.
  • 그래서 유현아를 향한 모두의 시선이 곱지 않았고 유아영을 동정했다. 거기에는 유아영의 사탕발림 말도 한몫했다.
  • “보니까 저 여자가 아영 씨를 질투해서 그런 거네.”
  • “어떻게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 다 있을까? 그래도 동생인데….”
  • “청순가련한 외모 뒤에 이렇게 추악한 본모습이 가려져 있었다니!”
  • 주변 사람들의 의논 소리에 유아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소여홍의 옷깃을 잡았다.
  • “아줌마, 그런 거 아니에요. 언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을 거예요!”
  • 소여홍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현아를 쏘아보며 비난의 말을 퍼부었다.
  • “어떻게 너처럼 악랄한 애가 다 있니? 우리 가문은 너 같은 사람을 계속 집 안에 둘 수 없어!”
  • 유아영은 심지어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하고 있었다.
  • “아줌마, 우리 언니 용서해 주세요. 저는 언니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갑자기 이 집에 오지만 않았어도 언니가 저한테 이럴 일은 없었을 거예요.”
  • 유현아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표정이 서서히 차갑게 변했다.
  • 유아영의 목적은 명확했다.
  • 그녀를 최씨 가문에서 쫓아내려는 것이다. 마침 소여홍도 그럴 생각이었기에 이런 연극을 꾸며낸 것이었다.
  • 하지만 이런 억울한 누명까지 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그녀는 가방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 하려는 말을 적었다.
  • [CCTV 영상 돌려보게 해주세요. 저는 결백합니다.]
  • 유아영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대범한 척, 말했다.
  • “언니, 나 언니 탓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인정해. CCTV 영상을 조사하면 언니만 더 초라해질 거야.”
  • 이때 옆에 있던 오씨 아줌마가 입을 열었다.
  • “사모님, CCTV는 며칠 전 망가졌어요.”
  • 소여홍은 오씨 아줌마를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며칠 됐었지. 내일 돼야 수리하러 온다고 했어.”
  • 유현아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 딱 봐도 함정이고 모함인데 재벌가에 몸담고 있는 여자들이 이걸 못 알아봤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부러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있었다.
  • 아마 그들이 이곳에 오기 전부터 누군가가 CCTV를 껐을 것이다. 그래서 유아영이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유아영의 수법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처음부터 그녀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랬기에 옳고 그름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 가장 중요한 건, 최지한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유아영이라는 사실이었다.
  • 그리고 벙어리인 그녀는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었다!
  • 처음에는 유아영의 독단적인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최씨 가문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걸까?
  • 유현아의 생각은 정확했다. 소여홍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박하게 말했다.
  • “잘못을 했으면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어. 당장 아영이한테 사과해!”
  • 유현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사과는 이 사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 그녀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악랄한 여자로 모두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
  • 유현아는 길게 심호흡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 [제가 하지 않았는데 왜 사과해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