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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이라고 무시하지 마

촌놈이라고 무시하지 마

성우

Last update: 2021-12-10

제1화 출소

  • P시티, 감옥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 한서천은 고개를 돌려 감옥 안에 있는 한 무리 친구들을 향해 손을 저어 작별하고 큰 보폭으로 걸어 나갔다.
  • 한서천은 고개를 들고 실눈을 뜬 채 강렬한 햇살을 온 얼굴로 받아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 “드디어 자유네.”
  • 한서천의 눈에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 오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합격했었다. 하지만 동창회에서 오서강이 술에 취해 그의 여자친구를 겁탈하려고 하여 그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오서강이 술병으로 그를 내리쳤고 또 칼을 휘둘러 그의 몸에 여러 곳의 상처를 냈다.
  • 상황이 매우 급하여 그는 정당방위로 오서강을 찌르게 되었다.
  •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후 그를 위해 증언하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 그의 여자친구 여화선마저 적을 아군으로 돌리며 그의 책임이라 말했었다.
  • 이유가 뭘까?
  • 그 이유는 그가 시골 출신이라 가난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오서강은 재벌 2세였다!
  • '여화선, 오서강, 너희들 기다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한서천이 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 아무도 그가 감옥에서 우연히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 법문을 수련하고 의학과 약리를 깨우치며 풍수와 부적 등 만물을 포함했다.
  • 그리고 감옥에 갇힌 오 년간 그는 진작 계승 받은 정보에 달통하였으며 성공적으로 체내에 흡수했다.
  • 그는 정보의 계승을 통해 반드시 앞길이 찬란한 인생을 걸어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러나 바로 이때 갑자기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천아.”
  • “오빠.”
  • 한서천은 몸을 흠칫 떨더니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어머니와 여동생이 집에 있던 낡은 인력거를 끌고 그를 데리러 와있었다.
  • 이 시각 한서천은 눈가가 불그레해지더니 바로 어머니 앞에 꿇어앉았다.
  • “엄마.”
  • 그리워서 미칠 것 같았고 또 죄송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흐느끼는 것 외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 “얘야.”
  • 어머니 임수아도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 “오빠, 이제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
  • 한소함이 한서천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
  • “그래, 집에 가자.”
  • 한서천,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함께 그 낡은 인력거에 올라탔다.
  • 그는 옆에 앉은 나이든 어머니와 소박한 여동생을 보며 다시금 맹세했다. 반드시 가족들이 앞으로 행복하게 살게 하겠다고.
  • “오빠, 무슨 생각 해요?”
  • 한소함의 말이 한서천의 생각을 끊었다.
  • 한서천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감탄하고 있었지. 소함이가 이렇게 어엿한 처녀로 자라난 것을.”
  • 한서천의 말처럼 열여덟 살의 한소함은 가늘고 낭창낭창한 허리에 몸매가 잘 빠져서 물 찬 제비처럼 보였다.
  • 앵두 같은 입술에 오뚝한 코, 높게 묶은 포니테일과 맑고 깨끗한 큰 눈은 청순하기 그지없었다.
  • “어머, 오빠도 참~”
  • 한소함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 “소함아, 너 지금 고3이지?”
  • 한서천이 물었다.
  • 그 물음에 어머니와 여동생의 낯빛이 약간 부자연스러워졌다.
  • “오빠, 나 요즘 학교 안 다녀요. 중퇴하려고요!”
  • 한소함이 작은 머리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 한서천은 대뜸 얼굴이 굳어지며 물었다.
  • “왜지? 왜 안 다녀? 너 성적은 항상 좋았잖아.”
  • “이 계집애야, 입이 왜 이렇게 빨라, 오기 전에 내가 뭐라 했어?”
  • 임수아가 한소함을 나무라더니 다시 한서천을 향해 말했다.
  • “서천, 너도 더 묻지 마. 나중에 너랑 얘기할게.”
  • 어머니께서 여동생을 걱정하시는 모습에 한서천은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 짐작했다!
  • “엄마, 아빠는요?”
  • 한서천은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그를 데리러 올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으나 그는 오지 않았다!
  • “네 아버지는… 에잇!”
  • 임수아도 아들을 계속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나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한숨만 쉬고 눈물을 닦았다.
  • “오빠, 아빠는 다리가 부러졌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다리를 절단해야 한대요, 엉엉!”
  • 한소함은 더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 쿵!!!
  • 한서천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물었다.
  • “아빠는 지금 어느 병원에 있죠?”
  • “시티 병원에 있어.”
  • 임수아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 “워낙 네 아빠가 너한테 알려주지 말라고 했어. 네가 금방 감옥에서 나왔으니 먼저 집에 가서 이틀 휴식하고 수술이 끝나면 말하려고 했어.”
  • 한서천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이 벌겋게 된 채 힘껏 인력거 페달을 밟아 시티 병원으로 향했다.
  • 아버지의 사랑은 산과도 같다!
  • 그는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반평생 밭일을 해오신 그 위대한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 ...
  • 얼마 지나지 않아 한서천은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시티 병원에 도착했다.
  • 한서천이 천천히 아버지가 계신 병실 문을 열자 몇 명의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아버지 병상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 “아빠.”
  • 한서천은 목이 메어서 아버지를 불렀다.
  • 병실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서천의 몸에 집중됐다.
  • 한서천은 곧바로 걸어가 한서천의 병상 앞에 꿇어앉았다.
  • “아빠, 죄송해요.”
  • 한정군의 나이 든 얼굴은 눈물로 얼룩졌고 한서천의 손을 잡고 말했다.
  • “나오면 됐어, 나오면 된 거야.”
  • 임수아와 한소함도 병상 앞에 다가와 한 가족이 모이게 됐다. 다만 이곳이 병원일 뿐이다!
  • 가족이 인사를 나누고 나자 옆에 있던 한 의사가 말했다.
  • “자, 환자분의 가족께서 이 수술 계약서에 서명해주시죠.”
  • 말을 한 사람은 한정군의 주치의였으며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보니 이름은 손건이었다.
  • 한서천은 나머지 몇 명의 의사를 주의하여 보지 못했으나 가장 앞에 있던 여자 의사는 몇 번 흘끗 쳐다보게 되었다.
  • 스물 몇 살쯤 되어 보였고 늘씬한 몸매에 예쁘장한 얼굴을 가졌다. 빨갛고 아름다운 입술과 밤하늘의 별과도 같은 반짝이는 두 눈은 유난히 매력적이고 기품있었다.
  • 당연히 한서천은 그녀의 미모만 본 것이 아니었고 그녀의 명찰도 보았다.
  • “서원영, 주치의”
  • 젊은 나이에 주치의가 될 수 있었다니. 결코 간단한 여자가 아니다.
  • “서 의사님, 손 의사님, 수고가 많으시네요. 바로 사인할게요.”
  • 임수아는 손건의 손에서 수술 협의서를 건네받고 사인하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이때...
  • “엄마, 잠시만.”
  • 한서천은 어머니를 막았다. 곧이어 그는 체내에 남은 미약한 진기로 투시안을 열어 아버지의 두 다리를 보았다.
  • “한서천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 서원영은 한서천이 막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방을 굴리는 듯 듣기 좋았다.
  • 한서천은 시선을 거두고 서원영을 향해 웃더니 말했다.
  • “별다른 문제는 없어요. 그저 아버지께서 절단 수술을 하실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 “네?”
  • 서원영이 경악해서 말했다. 무슨 뜻일까?
  • “뭐라고? 서천아, 네 아버지가 왜 절단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거니?”
  • “오빠, 설마 아버지를 구할 방법이 있나요?”
  • 한소함은 아주 똑똑했다. 그녀는 오빠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챘다.
  • “엄마, 제가 몇 년간 감옥에 있으며 한 나이 든 한의학 의사를 만났는데 저에게 많은 의술을 가르쳤어요. 밤금 제가 아버지의 다리를 보니 한의학 기술로 고칠 수 있어요. 절단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 한서천이 말했다.
  • “허허, 알고 보니 금방 감옥에서 나온 것이었네요. 어쩐지 헤어스타일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옥에서 한의학도 배웠다고요? 하하, 제가 말씀드릴게요. 한의학은 진작에 몰락했어요. 당신 아버지의 다리는 반드시 서양 의학의 방법에 따라 절단해야 하죠.”
  • 손건이 한서천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그가 보기에 한서천은 그의 의술을 의심하고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여신 서원영의 앞에서 체면을 깎는 일이니 절대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