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서천아. 시티 병원의 일인데 나중에 정직원으로 되면 우리 집은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돼.”
돌아가는 길에 한정군과 임수아가 끊임없이 잔소리했다.
두 사람에게 있어 시티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는 좋은 직업이었다.
“엄마, 아빠. 저 감옥에서 한 연세가 많으신 한의사에게 적지 않은 것들을 배웠으니 제 앞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한서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왜 감옥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지?”
“당신은 매일 밭일만 하니 알 리가 있나요? 지금 많은 사람이 감옥에서 대학 입시 준비까지 한대요!”
한정군과 임수아는 아들에게 자기의 생각이 있는 것을 보고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소함이 오히려 한마디 했다.
“오빠, 그 서 의사가 오빠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끽!”하는 소리와 함께 한소천은 하마터면 인력거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 녀석아, 좋아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
“오빠, 저도 이젠 어리지 않아요. 열 여덟이라고요!“
한소함은 허리를 곧게 폈으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그녀가 서원영이 한서천을 좋아한다고생각했던 이유는 그녀가 한서천을 볼 때의 눈빛이 학교에서 그녀와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의 눈빛과 같았기 때문이다.
“서천아, 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나중에 엄마가 매파를 찾아 너에게 아내를 구해줄게. 넌 모를 거야. 우리 마을에 이 아줌마네 아들은 애도 있어~”
“...”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한서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
가족이 산수촌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후였다.
산은 청산이고 물은 푸르렀다. 산수촌은 풍경이 수려했으나 낡은 집들만이 산수촌의 낙후하고 빈곤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산수촌은 도시에서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지형이 가파로워 길을 닦기도 어려웠기에 줄곧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마을 사람이 나와서 한서천에게 인사했다.
“어머, 수아 언니, 아들을 데려왔네요.”
“서천아, 출소했으니 열심히 살아, 싸우지 말고.”
마을 사람들은 아주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영기를 체내에 흡수한 서천의 청력은 비범했기에 곧바로 일부 마을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의논하는 말을 들었다.
“어휴, 한씨네 이 아들놈은 글렀어. 감옥에서 5년을 있다 나왔으니 뭘 할 수 있겠어?”
“어쩌면 장가도 못 갈 수도 있어.”
이런 의논이라면 한서천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다만 곧 마당으로 들어설 때 누군가의 조롱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어머, 수아야. 너희 서천이가 만기되어 석방했다며? 수아, 너 있잖아, 왜 아들이 오년을 감옥에 있다가 어렵게 오늘 출소했는데 차라도 한 대 빌려서 데리러 가지 그랬어?”
장채봉이 입구에 서서 견과류를 입에 넣고 씹으며 말했다.
“서천아, 감옥에서 지낸 날들이 많이 힘들었지? 아줌마가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시간이 있으면 우리 아들을 잘 보고 배워. 지금 걔는 시티에서 큰 사장님의 비서로 일하고 있거든. 돈도 엄청나게 잘 벌어! 아, 그리고 우리 연연이는 도시에서 애인도 찾았어.”
“그만해, 장춘봉. 자랑 몇 마디 안 하면 죽기라도 해? 우리 서천이는 잘만 살고 있어. 쓸데없는 걱정 할 필요 없어.”
임수아는 화가 나서 장춘봉을 향해 몇 마디 외쳤고 곧이어 한서천에게 말했다.
“서천아, 가자. 집에 가자.”
한서천은 장춘봉을 흘끗 보더니 인력거 페달을 밟으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장춘봉은 그의 이웃이었으며 남을 비웃고 자기 자랑을 하기 좋아했다.
한서천은 이런 유형의 사람과 크게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집 마당으로 돌아와 한서천은 한 번 훑어보게 되었다. 낡은 기와는 오 년 전보다 더 볼품없는 꼴이었다.
“서천아, 기다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임수아는 바쁘게 움직이며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한서천이 감옥에서 나온 것을 기념하여 한정군이 특별히 닭을 잡았다.
그의 집 상황으로 보면 고기반찬을 먹는 날은 아마 설날 때뿐일 것이다.
한서천이 마음이 저려났으나 그래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절반 먹었을 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이렇게 늦은 밤에 대체 누구야?”
한소함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곧이어 한소함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빠! 저 좀 구해줘요, 구해줘요!”
한서천은 안색이 대뜸 변하더니 얼른 달려나갔다.
그는 마당 입구에서 조이균이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때 한정군과 임수아도 함께 따라 나왔다. 조이균을 보자 그의 눈빛이 대뜸 분노로 가득하였다.
“조이균, 네가 만약 감히 우리 집 소함이를 건드리면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
임수아는 몹시 화난 상태였고 보아하니 조이균이 한소함을 귀찮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아빠, 무슨 일이죠?”
한서천이 물었다.
한정군은 조이균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망할 놈이 자주 우리 소함이를 찾아와. 기필코 소함이를 시집보내라고 했어. 몇 번이나 우리 소함이를 건들려고 했어.”
“젠장!”
조이균은 이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우선 침을 퉤 뱉더니 한서천 일가를
노려보며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잘 들어, 한소함이 내 돈을 빌려 간 그날부터 그녀는 이미 내 아내야. 이건 나의 대출 협의서니까 너희들이 봐!”
말을 마치고 조이균이 A4용지로 프린트된 문서를 던졌다.
“돈을 빌려?”
“대출 협의서?”
한정군과 조수아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 일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한서천은 조이균이 던진 대출 협의서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그 위에 글자가 빼곡하게 쓰여 있었으나 한서천은 투시안을 열어 신속하게 읽었다.
이 협의서의 주요한 내용은 이하 네 가지였다:
빌린 금액
이자
반환 기한
기한을 넘어서서 갚지 않으면 예물 금액으로 치부한다
그 위에는 여동생의 사인과 지장이 찍혀있었다!
“소함아, 너 어떻게 조이균과 이런 협의서를 작성할 수 있어?”
한서천은 굳은 얼굴로 한소함을 바라봤다.
“서천아, 그 위에 뭐라고 적혀있니?”
한정군이 물었다.
“소함이 한 달 전에 조이균에게서 천만 원을 빌렸어요. 지금 이자에 이자가 굴려져서 2천만 원이 되었고 이틀 후가 반환 일자예요. 만약 갚지 않으면 이 1억 원은 예물 금액으로 치부하는 거라고 적혀져 있어요!”
한서천이 대답했다.
“뭐라고요?”
한소함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얼굴을 들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
“오빠, 제가 조이균에게서 천만 원을 빌렸어요. 하지만 그는 그때 저에게 협의서를 보여주지 않고 이자가 얼마인 것만 얘기해줬어요. 설날이 올 때쯤에 많아서 2만 원일 거라고. 저에게 3년 이내에 전부 갚으라고 했어요. 갚지 못하면 예물 값이라는 말은 한 적 없단 말이에요.”
“너 이 바보 같은 계집애, 어떻게 조이균 같은 사람의 돈을 빌려? 게다가 나한테 그 천만 원은 친구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너...”
임수아는 급한 나머지 한소함을 때리려고 했다. 그녀는 손을 쳐들었다가 내키지 않았고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한소함도 울면서 말했다.
“그때 병원에서 입원비와 치료비를 내라고 닦달하는데 제가 무슨 방법이 있었겠어요!”
한정군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알고 보니 딸이 그를 위해 돈을 빌렸다가 이런 꼴을 당한 것이었다!
한서천도 여동생이 돈이 급해 조이균은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너무 순진해서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