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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쳐들어와 혼인을 강요하다

  • “서천아, 너 왜 방금 서 의사를 거절했어?”
  • “그래, 서천아. 시티 병원의 일인데 나중에 정직원으로 되면 우리 집은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돼.”
  • 돌아가는 길에 한정군과 임수아가 끊임없이 잔소리했다.
  • 두 사람에게 있어 시티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는 좋은 직업이었다.
  • “엄마, 아빠. 저 감옥에서 한 연세가 많으신 한의사에게 적지 않은 것들을 배웠으니 제 앞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 한서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난 왜 감옥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몰랐지?”
  • “당신은 매일 밭일만 하니 알 리가 있나요? 지금 많은 사람이 감옥에서 대학 입시 준비까지 한대요!”
  • 한정군과 임수아는 아들에게 자기의 생각이 있는 것을 보고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 그러나 한소함이 오히려 한마디 했다.
  • “오빠, 그 서 의사가 오빠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 “끽!”하는 소리와 함께 한소천은 하마터면 인력거에서 떨어질 뻔했다.
  • “이 녀석아, 좋아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
  • “오빠, 저도 이젠 어리지 않아요. 열 여덟이라고요!“
  • 한소함은 허리를 곧게 폈으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그녀가 서원영이 한서천을 좋아한다고생각했던 이유는 그녀가 한서천을 볼 때의 눈빛이 학교에서 그녀와 사귀고 싶어하는 사람의 눈빛과 같았기 때문이다.
  • “서천아, 너도 이젠 어리지 않아. 나중에 엄마가 매파를 찾아 너에게 아내를 구해줄게. 넌 모를 거야. 우리 마을에 이 아줌마네 아들은 애도 있어~”
  • “...”
  •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한서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 ...
  • 가족이 산수촌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진 후였다.
  • 산은 청산이고 물은 푸르렀다. 산수촌은 풍경이 수려했으나 낡은 집들만이 산수촌의 낙후하고 빈곤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 어쩔 수 없다. 산수촌은 도시에서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지형이 가파로워 길을 닦기도 어려웠기에 줄곧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 이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마을 사람이 나와서 한서천에게 인사했다.
  • “어머, 수아 언니, 아들을 데려왔네요.”
  • “서천아, 출소했으니 열심히 살아, 싸우지 말고.”
  • 마을 사람들은 아주 열정적이었다.
  • 하지만 영기를 체내에 흡수한 서천의 청력은 비범했기에 곧바로 일부 마을 사람들이 작은 소리로 의논하는 말을 들었다.
  • “어휴, 한씨네 이 아들놈은 글렀어. 감옥에서 5년을 있다 나왔으니 뭘 할 수 있겠어?”
  • “어쩌면 장가도 못 갈 수도 있어.”
  • 이런 의논이라면 한서천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 다만 곧 마당으로 들어설 때 누군가의 조롱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 “어머, 수아야. 너희 서천이가 만기되어 석방했다며? 수아, 너 있잖아, 왜 아들이 오년을 감옥에 있다가 어렵게 오늘 출소했는데 차라도 한 대 빌려서 데리러 가지 그랬어?”
  • 장채봉이 입구에 서서 견과류를 입에 넣고 씹으며 말했다.
  • “서천아, 감옥에서 지낸 날들이 많이 힘들었지? 아줌마가 너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시간이 있으면 우리 아들을 잘 보고 배워. 지금 걔는 시티에서 큰 사장님의 비서로 일하고 있거든. 돈도 엄청나게 잘 벌어! 아, 그리고 우리 연연이는 도시에서 애인도 찾았어.”
  • “그만해, 장춘봉. 자랑 몇 마디 안 하면 죽기라도 해? 우리 서천이는 잘만 살고 있어. 쓸데없는 걱정 할 필요 없어.”
  • 임수아는 화가 나서 장춘봉을 향해 몇 마디 외쳤고 곧이어 한서천에게 말했다.
  • “서천아, 가자. 집에 가자.”
  • 한서천은 장춘봉을 흘끗 보더니 인력거 페달을 밟으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 장춘봉은 그의 이웃이었으며 남을 비웃고 자기 자랑을 하기 좋아했다.
  • 한서천은 이런 유형의 사람과 크게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 집 마당으로 돌아와 한서천은 한 번 훑어보게 되었다. 낡은 기와는 오 년 전보다 더 볼품없는 꼴이었다.
  • “서천아, 기다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 임수아는 바쁘게 움직이며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 한서천이 감옥에서 나온 것을 기념하여 한정군이 특별히 닭을 잡았다.
  • 그의 집 상황으로 보면 고기반찬을 먹는 날은 아마 설날 때뿐일 것이다.
  • 한서천이 마음이 저려났으나 그래도 가족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마쳤다.
  • 그러나 절반 먹었을 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 “이렇게 늦은 밤에 대체 누구야?”
  • 한소함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 곧이어 한소함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오빠! 저 좀 구해줘요, 구해줘요!”
  • 한서천은 안색이 대뜸 변하더니 얼른 달려나갔다.
  • 그는 마당 입구에서 조이균이 동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이때 한정군과 임수아도 함께 따라 나왔다. 조이균을 보자 그의 눈빛이 대뜸 분노로 가득하였다.
  • “조이균, 네가 만약 감히 우리 집 소함이를 건드리면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
  • 임수아는 몹시 화난 상태였고 보아하니 조이균이 한소함을 귀찮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
  • “아빠, 무슨 일이죠?”
  • 한서천이 물었다.
  • 한정군은 조이균을 노려보며 말했다.
  • “이 망할 놈이 자주 우리 소함이를 찾아와. 기필코 소함이를 시집보내라고 했어. 몇 번이나 우리 소함이를 건들려고 했어.”
  • “젠장!”
  • 조이균은 이때 몸을 일으켰다. 그는 우선 침을 퉤 뱉더니 한서천 일가를
  • 노려보며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
  • “잘 들어, 한소함이 내 돈을 빌려 간 그날부터 그녀는 이미 내 아내야. 이건 나의 대출 협의서니까 너희들이 봐!”
  • 말을 마치고 조이균이 A4용지로 프린트된 문서를 던졌다.
  • “돈을 빌려?”
  • “대출 협의서?”
  • 한정군과 조수아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이 일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 한서천은 조이균이 던진 대출 협의서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 그 위에 글자가 빼곡하게 쓰여 있었으나 한서천은 투시안을 열어 신속하게 읽었다.
  • 이 협의서의 주요한 내용은 이하 네 가지였다:
  • 빌린 금액
  • 이자
  • 반환 기한
  • 기한을 넘어서서 갚지 않으면 예물 금액으로 치부한다
  • 그 위에는 여동생의 사인과 지장이 찍혀있었다!
  • “소함아, 너 어떻게 조이균과 이런 협의서를 작성할 수 있어?”
  • 한서천은 굳은 얼굴로 한소함을 바라봤다.
  • “서천아, 그 위에 뭐라고 적혀있니?”
  • 한정군이 물었다.
  • “소함이 한 달 전에 조이균에게서 천만 원을 빌렸어요. 지금 이자에 이자가 굴려져서 2천만 원이 되었고 이틀 후가 반환 일자예요. 만약 갚지 않으면 이 1억 원은 예물 금액으로 치부하는 거라고 적혀져 있어요!”
  • 한서천이 대답했다.
  • “뭐라고요?”
  • 한소함이 갑자기 깜짝 놀라며 얼굴을 들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했다.
  • “오빠, 제가 조이균에게서 천만 원을 빌렸어요. 하지만 그는 그때 저에게 협의서를 보여주지 않고 이자가 얼마인 것만 얘기해줬어요. 설날이 올 때쯤에 많아서 2만 원일 거라고. 저에게 3년 이내에 전부 갚으라고 했어요. 갚지 못하면 예물 값이라는 말은 한 적 없단 말이에요.”
  • “너 이 바보 같은 계집애, 어떻게 조이균 같은 사람의 돈을 빌려? 게다가 나한테 그 천만 원은 친구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너...”
  • 임수아는 급한 나머지 한소함을 때리려고 했다. 그녀는 손을 쳐들었다가 내키지 않았고 결국 눈물을 떨구었다.
  • 한소함도 울면서 말했다.
  • “그때 병원에서 입원비와 치료비를 내라고 닦달하는데 제가 무슨 방법이 있었겠어요!”
  • 한정군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알고 보니 딸이 그를 위해 돈을 빌렸다가 이런 꼴을 당한 것이었다!
  • 한서천도 여동생이 돈이 급해 조이균은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그녀에게 잘못이 있다면 너무 순진해서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