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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산에 가서 약을 캐다

  • 한 씨네 마당밖에 적지 않은 촌민들이 모여 분분히 의논하고 있었다.
  • “휴, 이거 한 씨는 정말 무슨 죄를 지었대. 아들은 감옥에서 5년을 보내고 딸은 또 조이균의 돈을 빌리다니.”
  • “2 천만이래, 한 씨가 이걸 어떻게 갚아. 보아하니 딸을 파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
  • 조이균은 의기양양했다. 협의서 한 장을 갖고 천하를 얻은 듯한 태도였다.
  • “흥, 좋은 말 할 때 소함이를 데려가게 해. 그렇지 않으면 협의서를 들고 너희를 신고할 거야.”
  • 이 말을 듣자 한정군, 임수아 그리고 한소함은 덜컥 겁이 났다.
  • 그러나 한서천은 오히려 싸늘한 태도로 물었다.
  • “협의서에 반환 일은 이틀 후니까 그때 내가 돈을 돌려주면 그만이야.”
  • “하하하... 돌려줘? 한서천, 너 방금 출소한 놈이 어떻게 갚을 건데?”
  • 조이균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어댔다.
  • 입구 밖에 둘러싸고 있던 촌민들마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한서천의 말은 마치 꿈 얘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 그건 자그마치 2천 만이다!
  • “쯧쯧... 수아, 평소에 소함이를 어떻게 교육한 거야? 왜 함부로 남의 돈을 빌려. 너희 소함이는 우리 연연이를 좀 배워야 해. 돈 많은 남자친구를 사귀면 원하는 건 다 생길 거 아냐.”
  • 장춘봉이 이때 견과류 껍질을 까고 입에 넣으며 걸어 나와 임수아 앞에서 건들거리며 비아냥거렸다.
  • “수아, 너도 내 말이 듣기 싫다고 생각하지 마. 비록 너희 소함이가 얼굴이 예쁘장하지만 너희 집 조건으로 보면 사실 조이균에게 시집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러니까...”
  • 짝!
  • 장춘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서천이 그의 뺨을 날렸다.
  • “닥쳐.”
  • 장춘봉의 말에 그의 한계가 무너져 철저히 분노하게 되었다!
  • 장춘봉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온 얼굴이 먼지에 뒤덮였고 그 위에 선명한 다섯 손가락 자국이 찍혀있었다.
  •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 한서천이 어른을 때리다니, 너무 철이 없고 교양이 없었다!
  • “아아... 사람을 때렸어. 한 씨네 자식이 사람을 때렸어. 엉엉, 벼락 맞아 죽을 놈, 오늘 나한테 잘못했다고 빌지 않으면 여기서 일어나지 않을 거야. 흑...”
  • 장춘봉은 바닥에 앉아 울면서 큰 소리로 욕했다. 완전히 막돼먹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 “한서천, 너 사람을 때리는 건 잘못이야.”
  • “그래, 말도 안 되는 짓이야. 어린놈의 자식이 아주 눈에 뵈는 게 없구나.”
  • 한 무리 촌민은 마치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사실 그들은 이 기회에 장춘봉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어쨌거나 장춘봉의 아들딸이 시티에서 꽤 잘 나갔기 때문이다.
  • 그러나...
  • 퍽!
  • 한서천은 주먹을 마당에 있던 돌로 만든 탁자를 내리쳤다.
  • 탁자는 바로 금이 가면서 깨졌다!
  • 순간 정적이 흘렀다!
  • 모든 사람은 눈이 튀어나올 듯한 표정이었다.
  • 장춘봉도 울고불고 난리 치던 것을 멈추고 한서천의 주먹에 깜짝 놀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한정군과 임수아마저 넋을 잃었다.
  • ‘우리 아들이 언제 이렇게 대단해졌지?’
  • 한서천은 싸늘하게 사람을 훑어보더니 호통쳤다.
  • “경고하는데, 나를 건드리지 마! 이미 한 번 들어간 감옥, 두 번 들어가는 건 두렵지 않으니까.”
  • 현장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 방금 한서천의 그 주먹이 그들을 향했더라면 그들은 목숨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 한 씨네 아들의 주먹이 이렇게 단단한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 “다 꺼져.”
  • 한서천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무겁게 울리는 천둥 같았다.
  • 궁핍한 지역에 간악한 사람이 생긴다고 했다. 이런 간악한 사람들과는 도리로 설명할 수 없다. 돈을 쓰지 않으면 주먹을 써야 한다!
  • “좋아, 한서천, 기다려 볼게. 2천만 원을 당장 이틀 뒤 어떻게 갚나 보자, 흥!”
  • 조이균은 한서천의 주먹을 흘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려 떠났다.
  • 그는 이 하루 이틀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어차피 한 씨네 이 궁핍하기 짝이 없는 가족은 이틀 뒤에 2천 만을 모을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까. 그때가 되어 한서천의 주먹이 아무리 드세다고 해도 법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 장춘봉도 더는 억지 부릴 담이 없어 얼른 얼굴을 부여잡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달려나간 뒤 이를 부득부득 갈며 한 씨네 앞마당을 향해 욕했다.
  • “이 빌어먹을 자식,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너 딱 기다려. 내일 아들에게 전화해서 너를 교육하라고 할 테니깐.”
  • 조이균과 장춘봉이 떠나자 구경하던 촌민도 모두 흩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한씨 일가에 대해 의논이 분분했다. 일부는 한씨네가 가엾다고 했고 일부는 한씨네가 이제 망했다고 했으며 더 나아가 한서천이 조만간 다시 감옥에 갈 거라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 ...
  • 한서천은 앞마당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온 가족이 눈도 깜빡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 “서천아, 너 설마 감옥에서 무술도 배웠어?”
  • 임수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 한서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말을 묵인했다!
  • “휴, 주먹이 아무리 강해도 법으로 사는 세상이야. 주먹을 돈처럼 사용할 수는 없어.”
  • 한정군은 코를 풀고는 자신의 구식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더니 말했다.
  • “정말 방법이 없다면 내가 내일이 나이 든 신장을 팔아버릴 거야. 아무튼 우리 소함이를 조이균 같은 건달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어.”
  • “당신의 그 신장을 누가 필요로 한 대요?”
  • 임수아가 화가 난 듯 한정군을 향해 소리쳤다.
  • 그들에게 있어 2천 만을 빚진 것은 세계가 멸망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 한서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빠, 엄마. 모레 그 돈을 제가 갚을 수 있어요. 잊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는데 제가 감옥에서 한 한의사를 따르며 적지 않은 것을 배웠어요. 그중 몇 가지 약 처방은 제가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큰 가격을 받고 문제없이 팔 수 있을 겁니다.”
  • “오빠, 정말이야?”
  • 한소함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젖은 눈으로 한서천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 “당연하지.”
  • “휴!”
  • 한정군과 임수아도 연달아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한서천의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 대체 무슨 약이 2천만 원에 팔릴까?
  • 한서천은 더 설명하지 않았고 겨우겨우 부모님과 여동생을 방으로 돌아가 자도록 설득하고 나서야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 “보아하니 내일 산에 약재를 캐러 가야겠어. 만약 산에서 캐지 못하면 약재 시장에 가서 사야 해.”
  •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한서천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 머릿속에 계승 받은 수많은 약 처방 정보 중에서 몇 개만 배합할 수 있다면 돈을 버는 것은 쉬운 일이다.
  • 사실 그는 감옥에서 이미 나오기만 하면 약 쪽으로 발전하겠다고 생각해뒀었다.
  • 특히 그는 수련해야 하는데 약재의 보조가 꼭 필요했다. 어쨌거나 지금 이 시대는 천지와 영기가 아주 희박한 시대였다.
  • 수련의 길은 우선 영기를 체내에 흡수하고 영기를 연마하고 축기, 영단, 원영, 화신, 합체, 대승, 도겁의 순서로 이어진다.
  • 지금 그는 겨우 영기를 체내에 흡수하는 단계였으나 영기를 연마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련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그리고 수련의 단계가 높을수록 배합할 수 있는 약재, 부적과 포진 등이 더 많아진다.
  • “수련에 필요한 약재는 필시 그 가격이 간단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해.”
  • 한서천은 생각 정리를 마치고 천천히 눈을 감더니 수련 상태로 빠져들었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한서천은 눈을 떴다.
  • 아침은 간단한 죽과 반찬이었다.
  • 한정군과 임수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 “아빠, 엄마, 저 산을 한 번 올라야겠어요.”
  • 한서천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대나무 바구니를 등에 메고 마당을 나섰다.
  • 집안을 위해서든 아니면 자기 자신의 수련을 위해서든 얼른 돈을 마련해야 했다.
  • 한서천은 길을 따라 산으로 향하며 주위에 약초가 없는지 주의하여 봤다.
  • 산에는 야생의 약재가 많았으나 한서천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얼마 없었다.
  • 그러다 한서천이 산등성이 절반가량 올라갔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을 듣게 되었다.
  • “악!”
  • 고개를 돌려보니 오른쪽에 한 여자가 주저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