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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갖은 수단으로 협박하다

  • 향예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민망함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매혹적인 눈으로 한서천을 바라보자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한서천은 이 순간 자신의 몸에 뜨거운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았고 온몸이 불에 덴 듯 뜨거워 났다.
  • 그는 저도 모르게 의미가 불명한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향예를 바라봤고 두 사람의 지금 자세는 아주 야릇했다.
  • “퍽!”
  • 바로 이때 문밖에서 미미한 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들며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 향예는 얼른 한서천을 밀어내고 바닥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
  • “밖에 누가 있는 것 같아.”
  •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한서천도 얼른 일어나 문밖으로 나가보니 워낙 닫혀 있던 마당의 문이 크게 열려 있었고 누군가가 들어왔던 것이 틀림없었다.
  • 그는 고개를 돌려 향예를 향해 말했다.
  • “형수님, 전 이만 가볼게요. 만약 마을 사람에게 이 모습을 보이면 내일 무슨 소문이 돌지 상상할 수 없네요.”
  • 그는 말을 마치고 황급히 향예의 집을 떠났으나 얼마 가지 못해 장춘봉이 향예의 집에 나타났다.
  • 향예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를 보고 긴장해서 물었다.
  • “아주머니, 이렇게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 장춘봉은 주위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 “어머! 감옥에 갔다 온 사람만 너를 찾아올 수 있는 거야? 같은 마을 사람끼리 왜 그래?”
  • 향예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 “아주머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저와 서천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 장춘봉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
  • “너희 둘이 아무 사이 아니건 말건 상관없어. 내가 오늘 밤 본 것을 말하지 않게 하려면 그 옥패를 내놔.”
  • 향예는 그 말을 듣자 즉시 뒤로 물러서며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상자를 쳐다봤다.
  • 장춘봉은 얼른 그녀를 밀쳐내고 걸어가더니 상자를 열어 그 발색이 예쁜 옥패를 꺼내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 향예가 다급하게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
  • “아주머니, 이 옥은 가져가면 안 돼요, 제 어머니가 임종 때 남기신 물건이에요.”
  • 장춘봉은 짜증 나듯 그녀를 한쪽으로 걷어차며 말했다.
  • “썩 떨어져! 안 그러면 내일 너와 한서천의 유언비어가 온 마을에서 떠돌 테니깐.”
  • 향예는 그 말을 듣자 감히 더 뭐라 하지 못하고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침대에 묻고 울기 시작했다.
  • 한서천은 자기가 떠난 후 생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 다음 날 아침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 방을 나서며 말했다.
  • “엄마, 저 오늘 도시에 나가봐야겠어요. 두 분은 저 기다리지 마시고 식사해요.”
  • 마침 아침을 준비하던 임수아가 그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서천아, 난 지금 아침을 먹고 네 외할머니 집에 음식을 가져갈 생각이야. 네 외숙모에게 맞선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고. 넌 왜 또 나가는 거야?”
  • 한서천은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 “엄마, 제가 말했잖아요. 이 일은 급해 하지 마세요. 제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해요.”
  • 말을 마치고 그는 떠나려고 했다. 첫차를 타고 도시에 있는 정지원의 집에 가서 그의 사촌 누나 병을 고칠 생각이었다.
  • 문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당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장춘봉이 욕을 하는 소리였다.
  • “한서천, 너 당장 나와. 나를 때리던 패기는 어디 가고 이젠 나오지도 못해?”
  • 한서천은 안색이 변하더니 마당의 문을 열었다. 그곳엔 장춘봉과 그의 아들 한명규, 딸 한초혜가 있었다.
  • 한명규는 한서천을 보자 즉시 걸어와 손을 뻗어 그의 멱살을 잡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 “한서천, 너 감옥에 몇 년 있더니 아주 대단해졌어? 나와서 이제 우리 엄마까지 때려?”
  • 한서천은 손을 뻗어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
  • “사건 경위는 네 엄마에게 잘 묻고 나서 다시 찾아와.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고.”
  • 이때 수려한 외모의 여자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 “명규, 이놈이 네 엄마를 때린 놈이야? 딱 봐도 시골에서 돌아다니는 건달처럼 보이네.”
  • 장춘봉이 말했다.
  • “워낙에 덜떨어진 건달 놈이야. 이제 감옥에서 5년을 있다 왔으니 아내도 얻지 못하게 생긴 놈이 어디서 허세를 부려!”
  • 한명규는 자기 아내의 말을 듣자 얼른 달려와 한서천의 뺨을 때리려 했다.
  • 그러나 그의 손이 곧 한서천의 얼굴에 닿으려는 순간 한서천이 오히려 그의 손을 잡고 돌려 꺾었다. 한명규는 순간 바닥으로 처참하게 넘어졌다.
  • 장춘봉은 황급히 달려와 아들을 부축하며 욕했다.
  • “한서천, 너 내가 모를 줄 알아? 네가 조이균에게 준 2천만 원의 돈은 다 네가 어딘가에서 훔쳐 온 거야. 나 당장 아들에게 너를 잡으라고 할 거야.”
  • 한초혜는 어머니 곁에 다가가 한서천을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 “감옥에서 5년을 있다 나와도 여전히 사람을 때리다니. 넌 한평생 아내를 얻지 못하고 대가 끊길 명이야.”
  • “여보, 누가 또 우리 집에서 소란을 피우죠? 얼른 몽둥이로 쫓아내 버려요.”
  • 바로 이때 청아한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고 다들 그쪽을 바라봤다.
  • 서원영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한서천 집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장춘봉 일가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 쳤다.
  • 장춘봉 일가는 화려한 옷차림의 그녀를 보자 넋이 나갔다. 그녀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앞에서 한서천을 “여보”라고 불렀다. 설마 귀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 이때 소란을 들은 한정군과 임수아도 방에서 나왔고 마당 입구에 있는 서원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 한서천이 고개를 돌려 서원영을 향해 물었다.
  • “네가 무슨 일이야?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
  • 서원영은 손에 들린 병력서를 흔들며 말했다.
  • “이것만 있어도 너를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 장춘봉은 즉시 아들을 옆으로 끌어당기며 비아냥거렸다.
  • “네가 먼 곳에서 달려와 저놈을 감옥에 보내주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
  • 그녀는 이 말을 하며 악독한 눈으로 서원영을 바라봤는데 그 눈 속에 한없는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 임수아는 얼른 한서천 곁에 다가가며 물었다.
  • “서천아, 그 2천만 원은 정말 약재를 팔아서 번 거야?”
  • 한소함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 “엄마, 다른 사람이 헛소리하는 것을 듣지 마세요. 오빠를 믿어야 해요.”
  • 바로 이때 사이렌 소리가 울리더니 경찰차 몇 대가 마을 어귀로 몰고 들어왔다.
  • 제복을 입은 경찰이 차에서 내리더니 한명규를 향해 인사를 했고 곧이어 한서천 앞으로 다가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한서천 씨, 당신이 조이균에게 갚은 2천만 원의 돈이 출처가 불명하니 경찰서로 한 번 가주셔야겠습니다.”
  • 한서천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
  • “이봐요, 체포는 증거가 있을 때...”
  • “저희와 경찰서로 가면 자연히 증거를 보게 될 겁니다.”
  • 한서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한 경찰이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