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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비열한 수단

  • 유 대장은 손에 들린 봉투의 무게를 가늠해보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친구야, 네 말뜻을 잘 이해했어. 이런 놈을 상대하려면 반드시 가장 비열한 수단을 써야 하니 넌 걱정하지 마!”
  • 한명규도 즉시 웃으며 말했다.
  • “그럼 무슨 수로 그놈을 상대할 생각이야?”
  • “그놈이 허세를 부리니 내가 망신을 줘야겠지. 그때가 되면 그놈의 주둥이가 더 센지 아니면 내 손의 채찍이 더 강한지 두고 보자고.”
  • 그는 입가에 음험한 웃음을 짓더니 즉시 몸을 돌려 취조실로 향했다.
  • “뚜!뚜!뚜!”
  • 한서천이 나범에 전화를 걸까말까 생각하는 와중에 전화가 울렸다.
  • 그는 속으로 이곳 사람들이 그의 몸을 수색하여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얼른 전화를 꺼내 받았다.
  • 전화기 너머로 유영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서천아, 너 왔어? 지원과 나범은 모두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 한서천이 전화를 들고 입을 열었다.
  • “지금 문제가 생겨서 P시티의 경찰서에 있어. 아마 이른 시간 안에 도착하긴 어려울 것 같아.”
  • “서천아, 무슨 문제가 생겼어? 우리가 지금 당장 데리러 올게.”
  • 유영식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 바로 이때 유 대장이 취조실에 들어섰고 한서천 손에 들린 핸드폰을 보자 즉시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한서천, 생각밖에 너 같은 시골뜨기가 브랜드 핸드폰을 쓰고 있네! 네가 도둑이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
  • 그는 말을 마치고 목소리를 높였다.
  • “얼른 너의 범죄 내용을 낱낱이 말해. 그렇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테니깐.”
  • 한서천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 “유 대장님, 대체 어느 법률에서 농촌 사람이 명품을 쓰면 안 된다고 정했죠? 그리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의 2천만 원이 훔쳐 온 것으로 판단했죠?”
  • 몇 마디의 물음에 유 대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그는 허리춤에서 벨트를 풀었다.
  • “그래, 너 이 자식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내 벨트가 네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마.”
  • 그는 말하며 손에 들린 벨트를 휘둘렀다.
  • 한서천은 정확하게 그가 휘두른 벨트를 손에 잡았고 살짝 힘을 줘서 앞으로 당기자 유 대장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 철퍼덕 바닥으로 넘어진 유 대장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즉시 옆에 있던 전기 몽둥이를 손에 들고 휘두르려고 했다.
  • 한서천이 싸늘하게 웃더니 말했다.
  • “유 대장님, 전 당신이 경찰이라고 존중해줬어요. 만약 또 제게 무력을 행사하면 저도 가만있지 않겠습니다.”
  • “어디 한번 날뛰어 봐.”
  • 유 대장이 말을 마치고 전기 몽둥이를 한서천을 향해 휘둘렀다.
  • 한서천이 가볍게 피하더니 몽둥이는 취조실 테이블에 떨어졌으며 유 대장의 손은 그 충격으로 인해 저렸다. 곧이어 전기 몽둥이가 그의 손에서 굴러떨어졌다.
  • 한서천의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 “시민을 위한 경찰이 이렇게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다니. 제가 보기에 이 정도 처벌은 아무것도 아닌데요.”
  • 유 대장은 그의 말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즉시 옆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한서천의 머리를 향해 던지려고 했다.
  • “멈춰!”
  • 싸늘한 목소리가 취조실 문밖에서 들려왔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유영식과 나범, 그리고 정지원이 취조실 입구에 나타났고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로 의자를 들고 있는 유 대장을 바라봤다.
  • 나범은 한서천 곁에 다가가 친절하게 물었다.
  • “서천아, 무슨 일이 있으면 내 이름을 말하면 되잖아? 왜 이런 사람과 싸우고 있어?”
  • “유 사장님, 여긴 무슨 일이죠?”
  • 유 대장의 눈에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 한서천은 멋지게 손을 뻗어 나범의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 “진작 말했지. 그런데 유 대장이 기어코 내가 너를 모른다고 하잖아. 지금 그에게 내 손에 들어온 돈의 내력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을 거야.”
  • 한서천은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여유작작하게 다리를 테이블에 걸쳤다.
  • 유 대장은 이 기세에 놀라 다리가 후들거렸으며 곧이어 애써 웃으며 말했다.
  • “범 형, 전 정말 이분이 당신 친구인 줄 몰랐어요. 제가 눈이 뼜나 봐요.”
  • 정지원은 그의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 “넌 확실히 눈이 삐었어. 보아하니 이 대장의 자리도 여기까지인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 소나 키워.”
  • 그는 말을 마치고 한서천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 “서천아, 많이 놀랐지? 지금 가도 돼. 이 돼지 같은 놈은 국장이 알아서 처벌하게 할 거야.”
  • 몇 사람은 한서천을 둘러싸고 경찰서에서 나왔고 덕분에 밖에서 지켜보던 촌민들은 넋이 나가버렸다.
  • 왜냐하면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TV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었으며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 한명규도 이 시각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그는 유영식을 보자 얼른 쫄래쫄래 달려가서 말했다.
  • “유 사장님, 전 정말 서천이 당신 친구인 줄 몰랐어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 그는 말을 마치고 한서천을 향해 애원의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 “서천아, 우린 뭐니 뭐니 해도 이웃사촌인데 유 사장님께 잘 말해주라.”
  • 한서천은 가소롭다는 듯 한명규를 흘끗 보더니 말했다.
  • “이웃사촌? 나 같은 촌놈이 어찌 너와 어울릴 수 있겠어. 우리 둘의 옷차림새만 봐도 내 신분은 너에게서 한참 떨어지는데.”
  • 유영식은 즉시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말했다.
  • “한 비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 지금 당장 재무과로 가서 월급을 계산하고 꺼져!”
  • 이 시각 한서천은 여러 큰 인물들 사이에서 아주 눈에 띄었다. 낡고 구멍 난 옷은 지금 그 어떤 고급스러운 정장보다도 대단해 보였다.
  • 그러나 유 대장과 한명규는 촌민들 앞에서 처참히 망신당했으며 일자리마저 잃게 되었다.
  • 한소함과 서원영은 기뻐하며 한서천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 “오빠, 방금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어요. 저 험악한 유 대장이 오빠를 힘들게 하진 않았죠!”
  • “그럴 생각은 있었지만 그놈에게 그럴 담이 없었지.”
  • 한서천이 자신만만해서 입을 열었다.
  • 서원영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 “한서천, 이렇게 오래 시달렸으니 배고프지? 내가 아침 좀 사다 줄까?”
  • 서원영은 한서천이 이렇게 많은 큰 인물에게 둘러싸이니 깜짝 놀랐다. 그녀는 꿈에도 한서천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 몰랐다.
  • 한서천이 고개를 돌려 서원영을 흘끗 보더니 거절했다.
  • “서 의사. 제발 나를 자꾸 따라다니지 마. 난 제자를 받을 생각이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
  • “오빠,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서 의사는 좋은 마음인데, 게다가...”
  • “어린 계집애가 뭘 알아? 얼른 돌아가 부모님과 함께 있어. 난 시티에 볼 일이 더 있어.”
  • 한서천은 여동생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았기에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었다.
  • “제가 어딜 봐서 어린 계집애죠? 오빠 미워!”
  • 한소함은 토라진 듯 말했으나 이미 한서천의 떠나는 뒷모습은 멀어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