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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단번에 뜨다

  • 현재 한명규와 유 대장은 촌민들 앞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 어쨌거나 망신을 당했고 그들에게 있어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 모든 촌민은 술렁이며 온갖 의논이 난무했다.
  • 같은 마을의 유이준은 약간 과장해서 말했다.
  • “난 진작에 한서천이 대단한 놈이라 생각했어. 나범과 유영식 같은 큰 인물이 그에게 굽신거리는 것을 봐.”
  • “그러게 말이야! 이 장춘봉 일가도 정말 사람을 너무 괴롭혀. 자기 아들이 밖에서 돈 좀 있다고 무고한 사람을 잡다니. 하지만 생각밖에 그녀의 아들도 저분들 앞에선 한 마리 개에 지나지 않았어.”
  • 한명규는 반박하고 싶었으나 촌민들의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더니 슬그머니 그곳을 빠져나갔다.
  • 함께 따라와서 구경하던 조이균은 한서천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고 즉시 씩씩거리며 그곳을 떠났다.
  • 같은 마을의 뚱보 아줌마가 한소함 앞에 다가와서 좋은 태도로 말했다.
  • “소함에, 네 오빠는 정말 대단해. 저 한명규는 쓰레기 같은 놈이야.”
  • “그걸 말이라고 해요? 우리 오빠는 원래 좋은 사람이었어요. 저런 큰 어르신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능력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 한소함은 이때 꽃처럼 활짝 웃었고 도도하게 말을 마치고 서원영을 이끌고 경찰서를 떠났다.
  • 한서천은 정지원을 따라 차를 몰고 P 시티 북쪽의 교외를 향해 달렸다. 고급스러운 세단은 한 유럽식 건축물 앞에 멈춰 섰다.
  • 정지원이 말했다.
  • “서천아, 이곳이 우리 사촌 누나의 집이야. 그녀는 성격이 약간 괴팍해. 이따가 너무 놀라지 마.”
  • 한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별장 주위를 훑어보며 이 별장의 인테리어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로운 것에 감탄했다.
  • 두 사람은 별장 거실로 들어섰다. 그곳에 몸매가 훌륭하고 화장을 정성 들여 한 여자가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손에 들린 리모컨을 놓더니 몸을 일으켜 정지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 “지원아, 방금 네 외삼촌이 네가 온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
  • 정지원이 미소를 짓더니 소개했다.
  • “서천아, 우리 사촌 누나 이지연이야.”
  • 말을 마치고 다시 이지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 “누나, 제 친구 한서천이에요. 제가 특별히 누나 병을 보려고 초대했어요.”
  • “지연 씨, 안녕하세요!”
  • 한서천은 손을 뻗으며 인사를 했으나 이지연은 그를 보지도, 손을 잡고 악수를 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 한서천은 약간 난처한 듯 손을 거두며 웃더니 말했다.
  • “지연 씨, 몸이 불편하다고 들어서 특별히 진찰하러 왔습니다.”
  • “전 병이 없어요. 다만 당신 같은 남자를 약간 싫어할 뿐이죠. 제가 동생과 얘기가 끝나면 그와 함께 돌아가세요!”
  • 이지연이 무미건조하게 말했으며 한서천이 그녀의 병을 봐주려는 것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 한서천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몰래 두 눈에 영기를 가동했다. 보지 않으면 몰랐을 테지만 관찰해보니 이 여자는 “혐남증”이라고 불리는 병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이지연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 그는 즉시 정지원을 끌어당기더니 물었다.
  • “네 사촌 누나 혹시 연애 중에 크게 상처를 받은 적이 있어?”
  • 정지원이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 “네가 어떻게 알아? 사촌 누나는 연애를 한 번 하긴 했었는데 그 사람이 그녀를 찬 뒤에 다시는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어.”
  • “그래, 바로 그거야. 이따가 너 혼자 떠나. 내가 혼자 남아야만 그녀의 병을 고칠 수 있어.”
  • 한서천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
  • 정지원이 깜짝 놀라며 당황해서 물었다.
  • “서천아, 무슨 방법으로? 믿을 수 있어?”
  • 한서천이 웃으며 말했다.
  • “걱정하지 마! 길어서 내일까지야. 넌 완전히 달라진 그녀를 보게 될 거야.”
  • 정지원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한서천의 얼굴을 보고 결국 바로 떠났다. 가기 전에 한서천에게 2천만 원을 남겨주고 갔다.
  • 그리고 또 떠나기 전에 이지연에게 이렇게 말했다.
  • “사촌 누나, 아빠가 줄곧 누나 병을 걱정했어요. 그러니까 서천에 잘 협조해서 치료받아요.”
  • 이지연은 사촌 동생에게 알겠다고 대답했으나 곧바로 한서천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그녀는 한서천에게 줄곧 싸늘한 태도였으며 말도 섞고 싶지 않아 했고 정지원이 떠난 뒤 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 한서천이 즉시 따라 올라가 그녀의 곁에 다가가 말했다.
  • “지연 씨, 제가 맥을 짚어볼게요. 어쩌면 병의 원인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 이지연이 고개를 돌리고 혐오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를 보더니 말했다.
  • “제가 협조하지 않으면요?”
  • “그럼 전 당신 외삼촌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죠. 당신도 당신이 이렇게 된 이후로 가문의 회사가 외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억압을 받는지 알고 있겠죠? 설마 평생 이렇게 자라처럼 자신을 숨기고 살 생각인가요?”
  • 한서천은 그녀를 자극해보기로 했고 작은 위협까지 더했다. 왜냐하면 이런 증세가 있는 여자는 남자와 접촉하게 되면 점점 마음속의 혐오감을 덜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회사의 모든 일은 작은 일이에요. 전 그저 당신이 외삼촌 앞에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라요.”
  • 이지연이 말을 마치고 소파에 눕더니 한서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 한서천은 이지연의 하얗고 작은 손을 잡고 두어 번 앞뒤로 쓰다듬더니 조용히 맥을 짚었다.
  • “지연 씨, 제가 진찰한 결과로는 몸 상태가 아주 좋아요. 다만 전신 마사지가 필요하니 협조해 주길 바라요.”
  • 이지연이 그 말을 듣고 즉시 짜증 나듯 말했다.
  • “제가 진작에 병이 없다고 말했잖아요. 굳이 왜 이런 행동을 하죠?”
  • 한서천은 일부러 전문가 티를 내며 말했다.
  • “이 전신 마사지는 경락 마사지로서 막힌 혈을 풀어주고 독소를 배출하여 미용과 체내의 한기를 쫓아내는 효력이 있어요.”
  • 이지연은 그 말을 듣자 가소로운 듯 코웃음 치더니 말했다.
  • “흥! 정말 제 동생이 어디서 이런 돌팔이들을 구해오는지 궁금하네요.”
  • “지연 씨, 제 의술을 믿지 않으실 수는 있지만 외삼촌이 당신을 위한 마음을 저버리면 안 되죠.”
  • 이지연은 그 말을 듣자 더 반박하지 않았고 외투를 벗고 조용히 소파에 엎드렸다.
  • 한서천은 그녀의 낭창한 몸매를 보자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 그는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천천히 만졌고 두 사람이 서로 닿자 마치 감전된 듯했다.
  • 이지연의 몸은 한 번도 남자에게 닿은 적이 없었기에 지금 온몸이 약간 부자연스러웠으며 얼굴도 부끄러움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 “저기...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저 약간 적응이 안 돼요.”
  • 이지연이 그를 막았다.
  • 한서천은 부드럽게 그녀의 피부를 만지며 전력을 다해 마사지했다. 어쨌거나 혐남증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앞의 여자에게 남자는 사실 그렇게 싫지 않으며 오히려 그녀에게 따듯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연 씨, 당신은 삶의 낙을 체험하고 싶지 않은 건가요?”
  • 말을 마치고 그는 묵묵히 그녀의 눈을 보고 그녀에게 최면을 걸었다.
  • 이지연은 순식간에 몽롱한 상태로 빠져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더니 몸의 경계도 스르륵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