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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옛 동창

  • 한서천이 반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으나 유영식 일당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텅 빈 룸에 있다가 그는 아예 밖으로 나가서 걷기로 했다.
  • 아마 유영식 일당은 몇 시간은 걸릴 것이다. 어쨌거나 아침에 체험해봤기에 조금만 마셔도 물속에 뛰어 들어가 욕정을 눌러야 할 정도임을 알았다. 게다가 유영식 그들은 아예 꿀꺽꿀꺽 마셨으니 한 시간 정도 즐기지 않으면 양영 주의 약효를 볼 수도 없을 것이다.
  • 한서천이 룸에서 나오자 적지 않은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으며 클럽의 입구로 가서 한숨 돌릴 생각이었다.
  •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곧이어 화가 치민 목소리로 누군가가 욕을 했다.
  • “X발, 어느 놈의 낡은 인력거야? 누구 거야?”
  • 한서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엔 한 BMW X 시리즈가 그의 인력거에 부딪혀 있었다!
  • 옷차림이 화려한 청년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인력거를 걷어찼다.
  • 그의 옆에 역시나 화려하게 단장한 여자가 젊은이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
  • “오 도련님, 화내지 말아요!”
  • 그 남자와 여자를 보자 한서천의 안색이 대뜸 굳어졌다.
  • 오서강!
  • 여화선!
  • 정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 한서천이 곧바로 걸어갔다.
  • “내 거야.”
  • “이런 X발...”
  • 오서강이 몸을 돌려 한바탕 욕하려 하다가 그곳에 한서천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바로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웃더니 재밌다는 듯 말했다.
  • “아, 난 또 누구라고. 알고 보니 이 촌놈이었네. 네 헤어스타일을 보니 출소한 지 얼마 안 됐지? 감옥에 들어간 기분은 어때?”
  • 여화선이 한서천을 훑어봤으나 그녀의 눈에는 조금의 감정적인 흔들림도 없었고 오히려 무시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 한서천은 오서강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 “네가 내 인력거를 고장 나게 했으니 배상해야겠지?”
  • “아~”
  • 오서강은 깜짝 놀라더니 마치 가장 웃긴 농담을 듣기라도 한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 “너 감옥에 오래 들어가 있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너 여기 좀 봐봐, 이곳이 어떤 곳인지. YS 클럽이야! 돈 많은 사람이 돈 쓰는 곳! 너 같은 촌놈이 낡아빠진 인력거를 이곳에 세워서 길을 막는 것도 너에게 배상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너 X발 지금 오히려 나한테 배상하라는 거야?”
  • “여기 좀 봐요, 다들 와서 보세요. 제 옛 동창이 금방 출소했어요.”
  • 오서강이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자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와서 구경했다. 심지어 럭셔리 카 네 대가 멈춰서더니 거기서 8명의 남녀가 내렸다.
  • 그들은 한서천을 보자 모두 잠깐 넋을 잃더니 곧 누군가가 비아냥거렸다.
  • “어, 한서천 오랜만이네! 너 몇 년간 어디 있었어? 하하하~”
  • 다른 사람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
  • 한서천이 그들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유준, 조걸... 모두 과거의 친구들이었는데 왜 만나자마자 비아냥거리는 걸까?
  • “오 도련님, 이게 무슨 일이죠?”
  • 유준이 오서강을 보며 물었다.
  • 오서강은 낡은 인력거를 걷어차며 말했다.
  • “이거, 이 낡은 인력거 말이야. 우리 옛 동창이 이곳에 세워놓고 일부러 길을 막고 있었어. 그래서 내가 그만 부딪치고 말았지 뭐야.”
  • “휴, 한서천, 이건 네 잘못이야. 아무 능력도 없으며 YS 클럽엔 왜 왔어? 구걸하러? 아니면 폐지라도 모으려고?”
  • 유준은 한서천 앞으로 다가가 YS 클럽을 가리키며 말했다.
  • “봐,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이 네가 올 수 있는 곳이야?”
  • “하하, 서천아, 네 인력거가 도련님의 럭셔리 카에 부딪쳤으니 사고를 쳤기는 쳤지. 이제 어떡할 거야?”
  • 조걸도 비웃는 투로 웃으며 한서천을 보고 말했다.
  • “오 도련님, 제게 좋은 방법이 있어요.”
  • 여화선도 입을 열었고 그녀는 흘끗 한서천을 보더니 오서강에게 말했다.
  • “도련님께서 그의 인력거를 부숴버리면 화는 풀리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그에게 배상하라고 해도 그럴 능력이 없을 테고, 도련님은 그런 돈은 필요하지 않잖아요.”
  • “넌 정말 나의 귀염둥이야. 좋은 생각이야.”
  • 오서강은 눈을 반짝이더니 여화선의 얼굴에 진하게 뽀뽀를 했다. 그리고 유준을 향해 말했다.
  • “가서 경비 몇 명 불러와.”
  • “네.”
  • 유준은 곧바로 YS 클럽으로 달려갔고 나올 때 곁에 대여섯 명의 경비를 데리고 나왔다.
  • 오서강이 그 경비들을 향해 말했다.
  • “너희들 나 알지? 난 너희 사장과 아는 사이야. 그리고 이곳의 단골손님이지. 방금 너희 클럽에서 600만 원을 썼어.”
  • “알고 보니 오 도련님이시군요. 당연히 알죠.”
  • 경비 중 한 명이 대답했다.
  • 오서강은 의기양양해서 턱을 치켜들고 한서천을 가리키며 그 경비에게 말했다.
  • “이봐, 이 촌놈의 인력거가 일부러 너희 클럽 입구에 세워져 길을 막았어. 게다가 내 차를 부딪치기까지 했고. 그러니 말해봐, 이 낡아빠진 인력거를 사정없이 부숴줘야 하지 않겠어?”
  • “도련님 안심하세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 곧이어 그 경비들은 무기를 들고 한서천의 인력거를 때려 부수려고 했다.
  • “어딜 감히!”
  • 줄곧 침묵하던 한서천이 분노에 차서 외쳤다.
  • “한서천, 한 번 참으면 편안해질 텐데. 너의 이 인력거가 돈이 얼마나 든다고 그래. 오 도련님께서 부숴서 화라도 풀면 너도 이득이야.”
  • “그래, 지금 이미 이런 상태인데 무슨 자격으로 소리 질러?”
  • “네 운명이라 생각해. 한서천, 오 도련님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 다른 동창들도 한서천을 말렸다. 다만 유준과 조걸에 비하면 일부러 한서천을 비웃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심지어 예전에 한서천을 위해 증언해주지 못한 것 때문에 죄책감도 얼마간 느끼고 있는 듯했다.
  • 오서강이 사람들 앞에서 한서천을 모욕하니 그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오서강에게 밉보일 수 없었기에 그저 한서천에게 받아들이라고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들의 눈에 한서천은 갓 출소한 촌놈에 불과했으니까!
  • “건드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너희들이 판단할 몫이 아니야!”
  • 한서천이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 구경하던 사람들도 한서천을 손가락질하며 의논이 분분했다. 그들은 한서천이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 “저놈은 신경 쓰지 마, 얼른 부숴!”
  • 오서강이 경비들을 향해 말했다.
  • 한서천이 주먹을 꽉 쥐더니 경비를 막으려고 한순간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 “X발, 누가 감히 내 형제를 건드려!”
  • 유영식이 급하게 달려왔다.
  • 보든 사람들은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에 있는 대부분 사람은 자주 YS 클럽에 들렀었기에 자연히 YS 클럽의 유 사장을 알고 있었다.
  • 유영식은 곧바로 한서천 앞에 오더니 그를 보고 물었다.
  • “서천아, 누가 너를 괴롭혔어?”
  • 이 말을 마치자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 ‘씁~ YS 클럽의 늠름한 사장이자 P 시티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이런 촌놈을 보고 형제라고?’
  • 오서강 일당도 눈이 휘둥그레서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고 심지어 환청이 들렸다고 생각했다.
  • 유영식은 한서천이 말이 없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에게 상황을 물었다.
  • 그 사람도 부자였으나 유영식 앞에서 거짓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 그는 보고 들은 대로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유영식의 얼굴이 대뜸 굳어졌다. 그의 화난 호랑이 같은 눈이 오서강 일당을 노려보았다.
  • “이 유영식의 형제가 YS 클럽에 올 자격이 없어? 여기에 인력거를 세우면 안 된다고? 너희들이 내 형제가 타고 온 인력거를 부수겠다고?”
  • 유영식이 한 걸음 한 걸음 오서강에게 다가가며 싸늘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