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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사람을 너무 깔본다

  • 조이균은 가방 속의 천만 원을 집어 들더니 자세히 보며 물었다.
  • “한서천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을 구했지?”
  • 그는 한편으로 중얼거리며 돈을 주워들고 떠나려 했다. 이렇게 많은 현금다발을 왜 그냥 지나칠까.
  • 한정군이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쳤다.
  • “다들 집으로 가요!”
  • 그는 멀어져가는 조이균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 장춘봉은 가소로운 듯 입을 열었다.
  • “어머! 돈은 갚았다고 해도 내일 경찰이 마을에 와서 누굴 잡아가진 않을지 걱정이네!”
  • 그녀는 말을 마치고 여전히 견과류를 우물거리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속으로 몹시 씩씩거리고 있었다.
  • 구경하던 사람의 시선이 향예를 향하더니 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 “서천 형수 말이야. 마을에서 돌던 소문이 진짜인가 봐. 향예와 한서천은 정말 둘이 뭔가 있어. 아니면 저렇게 값진 물건을 왜 내놓겠어.”
  • “그걸 꼭 말해야 해? 마른 가지가 불을 만났는데 타들어 가지 않을 리가 있을까. 게다가 한 명은 감옥에 있으며 5년간 여자를 만나보지 못한 남자야.”
  • 임수아도 주위의 수군거림을 듣고 단번에 화가 치밀어 한서천을 끌고 집으로 들어가 문을 “쾅!”닫았다.
  • 향예는 문을 향해 두 걸음 나아가더니 머뭇거렸고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빛에 어쩔 수 없다는 빛이 서려 있었다.
  • 비록 한서천은 그녀가 불길한 사람이라 여기지 않았으나 그의 가족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약간 실망한 기색으로 떠났다.
  • 한정군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물었다.
  • “서천아, 너 이 천만 원을 어디서 구했어?”
  • “서천아, 너도 네가 이제 갓 출소했다는 것을 알겠지? 여동생을 위해서라 해도 법을 어기는 행위를 해선 안 돼.”
  • 임수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 한소함은 즉시 임수아 앞에 다가가 말했다.
  • “엄마, 아빠. 오빠는 두 분의 아들이에요. 왜 그런 의심을 해요?”
  • 그녀는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 아주 걱정되었다. 어쨌거나 천만 원은 작은 액수가 아니었고 그녀의 오빠가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왔으니 누가 믿을 수 있을까?
  • 한서천은 임수아 앞으로 다가가 위로하며 말했다.
  • “엄마, 그 돈은 제가 약재를 팔아서 마련한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깨끗한 돈이라고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 “무슨 약재가 그렇게 비싸요? 어제 오빠가 가지고 온 그 약재들이에요?”
  • 한소함은 믿기지 않았다. 그 약재들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데 어떻게 2천만 원에 팔릴 수 있을까?
  • 한서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 “다른 사람에게 있어 그것들은 간단한 약재에 불과하지만 내가 특수한 배합을 거치면 아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 임수아는 그 말을 듣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고 고개를 돌려 한정군을 보고 말했다.
  • “보아하니 우리 아들이 감옥에서 확실히 뛰어난 재주를 배운 것 같네요. 앞으로 살기 편해지겠어요.”
  • 다음날 아침 식사 후 한서천은 자신의 낡은 인력거를 타고 P시티로 향했다.
  •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그는 상가에 들러 핸드폰을 살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누군가 자기 번호를 물었을 때 핸드폰이 없다고 하면 얼마나 난감할까.
  • 그는 인력거를 상가 입구에 세우고 핸드폰 판매 구역으로 들어갔고 가격이 가장 높은 매장으로 향했다.
  • 예쁘장한 판매원은 그의 옷차림을 훑어보더니 무시하듯 입을 열었다.
  • “이봐요, 저쪽의 핸드폰은 엄청나게 비싸요! 여기 폴더폰은 3만 원이면 살 수 있어요.”
  • 한서천은 그 말을 듣고 씁쓸하게 웃었고 다시 고개를 숙여 자기가 입고 있는 구멍이 두개 난 옷을 보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그는 손을 뻗어 카운터에 가격이 150만 원짜리인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 “저기, 이 핸드폰 5대를 주세요.”
  • 판매원은 그의 말을 듣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판매원에게 확인했다.
  • “저 사람 지금 이 핸드폰 5대를 요구한 거 맞지?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가난한 옷차림 꼴을 보면 한 대도 살 수 없을 것 같아!”
  • 옆에서 한창 바쁘던 캐셔가 고개를 들어 슬쩍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 “시골에서 온 사람이라 잘 모르는 것 같아. 네가 잘 설명하면 되잖아?”
  • 그녀는 한서천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골에서 왔기에 핸드폰 가격을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 예쁘장한 판매원이 뱀같은 허리를 흔들며 다가와 말했다.
  • “저 핸드폰은 당신이 부담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에요. 저쪽 매장의 핸드폰은 값이 싼데 한 번 둘러보세요.”
  • 한서천은 그 말을 듣자 순간 불만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매장으로 떠나려던 순간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도 그냥 보려는 것 뿐이지, 촌에서 온 놈이 이렇게 비싼 핸드폰을 무슨 수로 사? 이건 내가 사지.”
  • 한서천은 떠나려고 했으나 이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저도모르게 고개를 돌렸고 마침 오서강과 여화선의 깔보듯한 시선과 마주쳤다.
  • 오서강은 워낙 한서천이 유 사장과 같은 큰 인물과 친구로 된 줄 알았으나 그가 핸드폰조차 사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한서천에게 절대 돈이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한바탕 그를 모욕하여 어제 잃은 체면을 복구하려했다.
  • 한서천이 천천히 카운터로 다가오며 물었다.
  • “내가 살 수 없다는 걸 네가 어떻게 알아?”
  • 오서강은 웃는 듯 마는 듯 고개를 돌려 여화선을 보고 말했다.
  • “자기야, 오늘 이 촌놈이 이 핸드폰을 살 수 있으면 내가 당장 너에게 옆 매장의2억짜리 다이아 반지를 사 줄게.”
  • 여화선은 당연히 오서강이 한서천을 자극하기 위해 한 말임을 알았고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예쁘장한 판매원이 그의 말을 듣자 곧바로 옆에 있던 판매원에게 말했다.
  • “린, 이 분께서 다이아 반지를 고르시겠대. 너 얼른 옆 매장의 다이아 반지를 다 갖고 와.”
  • 한서천이 미소를 띤 채 여화선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판매원에게 말했다.
  • “핸드폰은 제가 사겠어요. 총 다섯 대, 지금 바로 포장해주세요.”
  • 오서강은 그가 음험한 웃음을 짓는 것을 보고 말했다.
  • “서천아, 여기 직원분들은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판매원이 포장해주고 나서 돈도 지불하지 못해서 망신당하고 싶어?”
  • 판매원은 그의 말을 듣자 즉시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한서천을 바라봤다.
  • “사내 대장부가 말 한마디에 천금이 오르내린다고 했어. 넌 네가 한 약속을 잊지 마.”
  • 한서천은 말을 마치고 판매원을 보고 말했다.
  • “즉시 핸드폰을 포장해줘요.”
  • 판매원은 곧바로 다섯 대의 핸드폰을 포장하여 재치있게 고개를 돌려 오서강을 보고 말했다.
  • “손님, 핸드폰은 이미 포장되었어요. 다이아 반지를 골라주세요.”
  • 비즈니스 수단이 아주 좋았다. 이미 내기를 건 마당에 인센티브를 받는 판매원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 “지불할 돈이 없는데 어떻게 거래가 성사됐다고 하지?”
  • 오서강은 그저 한서천을 자극하고 싶었을 뿐, 여화선에게 2억 짜리 다이아 반지를 사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 한서천이 몸을 돌려 오서강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 “아니면 네가 먼저 다이아 반지를 골라두고 우리가 함께 카드를 긁는 거야. 만약 누가 값을 지불할 수 없으면 그 사람이 이곳에서 기어 나가는 거야.”
  • 그들이 이곳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상가 입구옆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