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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절세미인 형수

  • 그 여자는 스물 대여섯쯤 되어 보였고 옷차림은 수수하나 여전히 좋은 몸매와 예쁜 얼굴이 겉으로 드러났다.
  • 곧고 긴 다리는 눈처럼 하얬고 뱀 같은 허리는 낭창낭창하여 그에게 저도 모르게 야릇한 상상에 빠지게 했다.
  • 길쭉한 눈썹에 발그레한 볼, 맑게 빛나는 두 눈은 매혹적인 느낌을 주었다.
  • “형수님.”
  • 한서천은 그 아름다운 여인이 손향예임을 알아보았다.
  • 정에 감옥에 가기 전에 손향예는 산수촌에 시집오게 되었는데 그때 그녀는 고작 열여덟이었으며 그녀를 본 마을 사람은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 다만 안타깝게도 손향예가 유대주와 약혼할 때 유대주의 집에 큰불이 나게 되었고 큰 화재로 부모님을 잃게 되었다.
  • 게다가 결혼할 때 유대주는 신혼 초야에 명을 다하고 말았다.
  • 그리하여 촌민들은 손향예는 불길한 여자라고 수군거렸다. 그녀는 비록 아름다웠으나 마을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 하지만 한서천은 그녀가 부드럽고 선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집안에서 그에게 줄 학비가 없게 되자 손향예가 그를 도왔다.
  • 이런 생각을 하며 한서천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 “휴, 도련님.”
  • 한서천이 가까이 가기도 전에 손향예가 한서천을 향해 인사하며 말했다.
  • “어제 도련님이 출소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워낙 제가 보러 가려 했는데...”
  • 한서천도 사실 손향예가 마을 사람들의 뒷말이 두려워 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과부인 데다 불길한 여자라고 여겨지고 있었으니까.
  • “형수님, 괜찮아요.”
  • 한서천은 말하며 손향예의 종아리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처럼 하얀 피부에 이빨 자국이 나 있었고 검붉은 피가 상처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 “형수님, 뱀에게 물린 건가요?”
  • 한서천이 진지하게 물었다.
  • “네.”
  • 손향예는 허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도련님, 저... 중독된 것 같아요.”
  • 한서천은 손향예의 종아리 상처를 보자 곧이어 손가락에 피를 묻혀 냄새를 맡았다.
  • 그리고...
  • “이건 청엽사의 독이에요.”
  • 한서천은 손향예를 향해 물었다.
  • “형수님, 혹시 온몸에 힘이 없고 종아리가 저리며 머리가 어지럽지 않으세요?”
  • 손향예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한서천은 두말없이 바로 손향예의 다리를 들어 손바닥을 그녀의 종아리 상처에 가져다 댔다.
  • “아! 도련님...”
  • 손향예의 아름다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서천이 그녀의 독소를 처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남자에게 다리가 들려지니 어딘가 부끄러웠다.
  • 손향예의 종아리를 따라 여자 몸의 특유한 향기가 한서천의 코를 간지럽혔고 그는 심장이 철렁이는 것을 느꼈으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체내의 미약한 진기를 가동해 그녀 몸속의 뱀독을 뽑아서 흡수했다.
  • 얼마 후...
  • “휴! 형수님,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 한서천은 손향예의 다리를 놓아주고 입가의 핏자국을 닦았다.
  • “고마워요, 도련님.”
  • 손향예가 한서천을 바라보는 눈빛은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말했다.
  • “도련님, 혹시 저를 업고 돌아갈 수 있나요.”
  • “이거...”
  • 한서천은 살짝 넋이 나갔으나 곧바로 손향예의 종아리가 아직도 마비된 상태일 것이니 걸어서 산에서 내려갈 수 없음을 떠올렸다.
  • “그, 그래요!”
  • 어쩔 수 없이 한서천은 허락하고 손향예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 손향예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천천히 그의 등에 올라탔고 가는 두 팔이 한서천의 목을 감쌌다.
  • 한서천은 그저 부드러운 몸이 그의 등을 누르고 있음을 느꼈다. 피부는 매끄럽고 탄력 있었으며 그의 아랫배가 뜨거워 나는 기분이었다.
  • 그는 머릿속의 사념을 최대한 통제하며 한서천의 등을 받치고 산 아래를 향해 걸어갔다.
  • “어머머, 저기 봐, 한 씨네 아들놈이 글쎄 출소하자마자 심 과부와 섞여 있네?”
  • “쯧쯧, 못 볼 꼴이야!”
  • “손 과부는 불길한 여자인데 한 씨네 아들놈은 무섭지도 않나 봐. 두고 봐, 곧 재수 털릴 날이 올 테니까.”
  • 가는 길에 일부 촌민들이 한서천이 손향예를 업고 가는 모습을 보고 수군거렸다.
  • “도련님, 미안해요.”
  • 손향예가 남부끄러운 듯 말했다.
  • “괜찮아요. 남들이 하는 헛소리는 듣지 마세요.”
  • 계승 받고 감옥에서 5년을 보낸 뒤 한서천의 심경은 큰 변화가 일어났다.
  • 손향예도 더 말하지 않고 한서천을 감싸 안은 가는 팔에 더 힘을 주었다.
  • 오늘날 마을에서 그녀를 불길한 여자라고 혐오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한서천밖에 없을 것이다.
  • “형수님, 전 산에 약재 캐러 가야 해서 먼저 갈게요.”
  • 한서천이 손향예를 내려놓고 말했다.
  • “앗, 잠시만요.”
  • 손향예가 한서천을 불러세우더니 한 발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뛰면서 나오더니 손에 통장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한서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 “도련님, 이건 제가 몇 년간 모은 돈이에요. 600만 원 정도 될 거에요. 먼저 갖고 계셔요.”
  • “형수님, 어떻게 그래요. 전 가질 수 없어요.”
  • 한서천이 다급하게 거절했다.
  • “도련님.”
  • 손향예는 한서천의 손을 덥석 잡더니 통장을 그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 “듣기로는 소함이가 조이균의 돈을 빌렸는데 내일 갚아야 한대요. 제가 싫지 않으면 갖고 계셔요.”
  • “형수님,알겠어요.”
  • 한서천은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 돈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손향예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비친 기대 때문이었다. 만약 그가 받지 않으면 그녀는 분명 속상해할 것이다.
  • “형수님, 나중에 돈 벌게 되면 꼭 갚을게요.”
  • “그래요, 얼른 산에 약재 캐러 가요.”
  • 한서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절반 정도 걸었을 때 그의 시선이 정원의 구석에 말려지고 있는 잡초에 떨어졌다.
  •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잡초를 하나하나 집어서 관찰하고 냄새를 맡더니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 “하하, 양영 초에요!”
  • “도련님, 왜 그래요?”
  • 손향예가 의아한 듯 물었다.
  • “형수님, 이 약초들은 어디서 캐 온 거죠?”
  • 한서천이 흥분해서 물었다.
  • 양영초란 바싹 말려서 씨를 꺼내 진기로 그 약성을 강화하면 술로 빚어 양기를 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 만약 다른 약재와 배합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더욱 뛰어났고 심지어 다른 약효를 가진 약물을 만들 수도 있었다.
  • “약초요?”
  • 손향예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 “이건 토끼에게 먹이기 위한 잡초인데 산 이곳저곳에 자라고 있어요.”
  • “그럼 형수님께서 길을...”
  • 한서천은 말을 절반까지 하고 나서 그제야 손향예가 산을 오르기 불편하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 “나중에 제가 약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요.”
  • 손향예가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 “만약 필요하시면 여기 있는 잡다한 약초를 가져가도 돼요.”
  • “네, 형수님, 그럼 제가 먼저 조금 집어가겠습니다.”
  • 한서천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바구니에 양영 초를 담은 후 손향예의 집을 떠났다.
  • 집에 돌아온 한서천은 기다릴 틈이 없이 방으로 들어가 양영 초의 씨를 꺼내기 시작했다.
  • 한 시간 후, 양영 초의 씨는 절반 주머니 정도 모이게 되었다.
  • 한서천은 침대에 양반다리를 한 채 한 줌의 양영 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진기를 가동해 약효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 약 3시간 후, 한서천은 모든 양영초를 강화했고 곧이어 술통을 가져와 양영 초의 씨를 털어넣었다.
  •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한서천은 다시 양영초를 사용하여 약물을 달이기 시작했고 오후가 되어서야 그 약물을 술통에 담았다.
  • 통의 입구를 막은 후 한서천은 드디어 진기를 움직여 손가락 끝에 손톱만 한 크기의 법인을 생성하여 술통에 새겨넣었다.
  • 정해진 처방대로 약을 제련해야 했기에 36개의 법인이 술통에 새겨지고 나서야 한서천은 이마에 솟은 땀을 닦았다.
  • 이 36개의 법인은 술이 빚어지는 과정에 법진을 형성하여 영기를 모으고 냉각하는 효능이 있었기에 술을 빚기에 안성맞춤이었다.
  • 워낙 술을 빚는 과정은 아주 길었으나 이 법진이 있으면 하룻밤에 발효된 술을 빚을 수 있었다.
  • 하지만 한서천은 겨우 영기를 흡입하는 단계라 이 36개의 법인을 생성한 뒤 몸과 마음은 크게 지치게 되었다. 그리하여 너무 피곤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