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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병을 고쳐 사람을 구하다

  • 손건의 말을 들은 한서천은 미간을 찌푸렸다.임수아도 심드렁하게 말했다.
  • “손 선생님, 말씀이 심하시네요. 감옥이 어때서요, 감옥 가면 다 나쁜 사람인가요?”
  • “그러게나 말이야.“
  • 한소함도 손건의 말에 의견을 달았다.
  • “두 분 모두 진정하시고요. 방금 한 말은 누군가를 콕 집어 말한 게 아니었어요.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현재 한의학이 많이 뒤떨어진 건 사실이고 당신의 아드님은 방금 아버지의 다리를 진찰하지도 않고 절단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요.이건 목숨이 달린 일인데도 말이죠!”
  • 손건이 반박을 해왔다.
  •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거늘, 서의학처럼 의료 설비를 대동할 필요가 있나요?”
  • 한서천은 말과 함께 수술 동의서를 서원영에게 건넸다.
  • “서 의사님, 저희 아버지 퇴원수속 부탁드립니다.”
  • “이건 아버님을 더 해치는 것밖엔 안 돼요.”
  • 서원영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버님의 다리뼈엔 현재 금이 갔어요. 또한 신경이 마비되고 혈관도 굳어버리고 근육까지 위축됐다고요. 제때에 절단하지 않으면 상황이 악화되어 전신 마비가 올 수도 있어요. 아시겠어요?”
  • “그래요, 아버님을 치료하기 싫으시면 그렇다고 말하세요. 괜히 저의 능력을 의심하지 말고.”
  •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발언에는 거침이 없는 손건이었다.
  • “제가 말했잖아요. 저 스스로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어요.”
  • 한서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 손건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 “흥, 당신이 감옥에서 익힌 그 알량한 한의학으로? 만약 당신이 정말 치료를 한다면, 제가 퇴직하도록 하죠. 또한 당신의 아버지가 입원 기간 들었던 모든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치료에 실패했다면, 공개적으로 저한테 사과하도록 하세요.”
  • “진심이세요?”
  • “네.”
  • 손건이 한서천과 내기를 한 이유는 서원영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 한서천이 말한 한의학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갓 출소한 촌놈이 뭘 안다고 자기랑 비교를 하는 거지?
  • “흥, 당신을 난감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뒤에 가서 딴말하기 없기예요.”
  • 한서천은 손건을 노려보고는 뒤돌아서 한정군 한테 말했다.
  • “아버지, 제가 병 고쳐드릴게요. 십 분만 주시면 침대에서 내려서 걸을 수 있게 해드릴게요.”
  • “서천아, 정말이냐?”
  • 한정군은 감격스러웠다. 절단하면 남은 인생은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갑자기 걸어서 병실을 나갈 수 있다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
  • “십..십분?”
  • 임수아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들을 보았다.
  • “유치하긴!”
  • 서원영은 매섭게 한서천을 노려보았다.그녀도 한서천이 어떻게 치료하는지 궁금했다. 물론 한서천을 적시에 저지할 준비도 되었다.
  • “아버지,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해요.”
  • 한서천이 어릴 적부터 한소함은 많은 의지를 해왔고 아들이 한 말에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 “그래, 그래, 서천아, 해 보거라.”
  • 한정군은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아들이 치료하지 못한다면 다리를 절단하면 되는 것 아닌가.
  • 곧바로 한서천은 아버지의 다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 병실의 문 어구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왔고 그들은 수군대기 바빴다.
  •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한서천은 두 손을 한정군의 다리에 올려놓고 주물렀다 두드렸다 하면서 숙련된 동작을 보였다.
  • 손건은 여전히 싸늘한 웃음을 짓고 있었으며 한서천이 일부러 뭔가 있는 척한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서원영은 속으로 살짝 감탄하며 한서천의 수법이 간단하지 않음을 보아냈다.
  • “어? 서천아, 느... 느낌이 돌아왔어.”
  • 절반 정도 누르자 한정군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 “엄마, 들었죠? 아빠 다리에 감각이 돌아왔어요.”
  • 한소함이 기뻐서 임수아의 팔을 안았다.
  • 임수아도 놀라고 기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의 희망으로 빛났다.
  • 한서천이 미소를 지으며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이런 안마의 수법은 감옥에서 적지 않은 사람의 병을 고쳐줬다.
  • 이런 식으로 마사지하고 안마하여 아버지의 신경, 혈관을 원활하게 한 후 다시 진기를 이용하여 수축한 근육과 틈이 생긴 골격을 회복시켜 줄 수 있었다.
  • 약 십 분 후...
  • “후~ 됐어요. 아빠,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보세요.”
  • 한서천이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이런 마사지 수법은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매 혈 자리, 신경의 선 등 모두 극도로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게다가 끊임없이 진기를 사용해야 했기에 아주 힘이 많이 들어갔다.
  • 당연히 주된 원인은 그가 아직 진기를 체내에 들여보내는 단계라 아직 진정한 수련의 세계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었다.
  • 이 시각 한정군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두 다리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천천히 일어섰다.
  • “엄마, 아빠가 일어나셨어요!”
  • 한소함이 기뻐서 하마터면 뛸 뻔했다.
  • “너무 좋아, 세상에!”
  • 임수아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어머, 저 젊은이 정말 명의네!”
  • “워낙 사지를 절단해야 할 다리로 지금 일어설 수 있다니, 기적이야, 기적이고 말고!”
  • 병실 입구에 있던 사람도 감탄을 그치지 못했다.
  • 서원영의 아름다운 눈망울이 반짝이더니 한정군을 향해 두 걸음 다가갔고 가끔 흥분된 표정으로 한서천을 바라봤다.
  • 그녀는 한서천을 마치 보물처럼 바라봤다.
  • “하하~ 서천아, 나의 훌륭한 아들. 대단해, 너무 대단해!”
  • 한정군은 점점 더 흥분하며 아들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우고 크게 웃었다.
  • “마,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해!”
  • 손건은 안색이 퍼렇게 변해 자신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 “손 의사님, 전에 제 아들이 제 병을 고치면 어떻게 하다고 했죠?”
  • 임수아가 손건을 째려봤다. 방금 손건은 아들을 향해 줄곧 냉소를 지었고 그녀는 이미 많이 참고 있었다.
  • “엄마, 손 의사님께서 사직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아빠가 입원한 기간의 모든 비용을 물려준다고 했어요.”
  • 한소함이 예쁘고 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입원 기간에 얼마의 돈을 썼죠?”
  • 한서천이 물었다.
  • “천만 원.”
  • 서원영이 앞으로 다가서며 한서천을 향해 말했다.그 밝은 웃음은 마치 부모님 앞에서 잘 보이려는 아이 같았다.
  •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제가 나중에 사람을 시켜 계산해드릴게요.”
  • “좋아요. 감사합니다. 서 의사님. 그리고 아버지를 위해 퇴원절차를 밟아주세요.”
  • 서원영이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자 서천은 어딘가 많이 불편했다.
  • “문제없어요.”
  • 서원영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 손건은 절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으나 한서천을 바라보는 눈은 원망과 독기로 가득했다.
  • ...
  • 서원영은 일을 꽤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정군이 입원한 기간의 모든 비용을 계산해냈다. 총 1100만 원이었고 그녀는 아예 퇴원절차도 완성했다.
  • 한서천은 아버지를 부축하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
  • 그러나 온 가족이 그 낡은 인력거에 앉게 되었을 때 서원영이 쫓아 나왔다.
  • “한서천씨.”
  • 서원영은 한서천 앞으로 달려와 한서천이 탄 낡은 인력거를 보고 살짝 어색한 듯했으나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 “우리 병원에서 일할 생각 있나요? 월급은 후하게 드릴게요.”
  • 서원영이 보기에 한서천은 농촌 출신이라 가정환경이 분명 좋지 않을 거라 예상됐다. 게다가 금방 감옥에서 나왔기에 그녀가 높은 월급으로 시티 병원에 출근하기를 제안하면 절대 거절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 그러나 한서천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어요. 고마워요.”
  • 말을 마치고 그는 인력거 페달을 밟으며 멀어졌다.
  • 서원영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러다 결국 발을 구르며 예쁜 입술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
  • “재수 없는 자식!”